디올과 라프 시몬스

‘패션’의 관점으로 본 영화 <디올 앤 아이>.

 

라프 시몬스는 1990년대 중반부터 남자 옷을 만들었다. 그는 그야말로 획기적이었던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의 화이트 쇼를 보고 패션에 관한 정의를 새롭게 얻었고, 본격적으로 패션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후로 지금까지 ‘모던’을 말할 때 라프 시몬스는 빠진 적이 없다. 영화 <디올과 나>는 라프 시몬스가 메종 디올에서 첫 번째 쿠튀르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는 작년 4월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미디어에 좀처럼 등장하지 않기로 유명한 라프 시몬스의 다큐멘터리라니. 제 작년부터 이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은 라프 시몬스가 디올 여성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다는 것보다 훨씬 더 주목 받았다. <디올과 나>의 감독이자 <Valentino: The Last Emperor>의 에디터, <Diana Vreeland: The Eye has to Travel>을 감독했던 프레데릭 청 역시 라프가 처음엔 이 영화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를 추종하는 많은 이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 전 세계 개봉 날짜를 추적했으며, DVD 프리오더와 아이튠 다운로드 날짜까지 손꼽아 기다렸다. 패션 다큐멘터리엔 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을 뛰게 하는 드라마가 있다. 극적인 야구 중계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과 비슷한 기분이랄까. 이 영화는 그 어떤 패션 필름보다 드라마틱한 전개가 있다. 마흔 둘에 쿠튀리에가 된 크리스찬 디올, 마흔 넷 그것도 두 달 만에 첫 쿠튀르 쇼를 완성해야 하는 라프 시몬스에게 닥친 돌덩이 같은 부담과 납덩이 같은 압박이 같은 무게로 화면에 전달된다. 아름다움은 덤이다. 전 세계 21개의 도시에서 상영됐고, 여전히 상영 중이며 우리 나라에선 8월 6일에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