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Q7을 만났다

아름답고, 갖고 싶고, 진귀한 가구 사이로 난 복도를 따라 걸었더니 그 끝에 아우디 Q7이 한 대 놓여 있었다.

호텔에서 나오니 바닥이 젖어 있었다. 바젤의 오후는 흐렸다. 낮고 단정한 건물들, 이름만 듣던 건축가들의 작품을 교차로마다 발견할 수 있는 도시, 아름다움에 대한 침착한 존중. 스위스 바젤은 결국 그것만이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확신으로 유지되는 것 같았다.

매년 6월 16일부터 21일, 스위스 바젤에서는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이라는 이름의 디자인 박람회가 열린다. 2015년에는 메세 바젤Messe Basel, 바젤 박람회장에서 6일간 열렸다. 박람회 이름에 도시 이름 둘이 겹쳐 있다. 설명하자면, 일단 매년 12월에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디자인 마이애미’라는 이름의 성대한 박람회가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자선가, 저명한 수집가인 크레이그 로빈스가 2005년부터 주최해왔다. 매년 12월 초에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6월에는 스위스 바젤에서 같은 이름의 행사가 열리는 것이다. 바젤에서 열리는 박람회의 이름이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이다.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 구매와 수집의 경계에서 시장 자체를 꾸준히 확장해온, 국제 규모의 박람회다.

Q7은 아우디 SUV의 기함, 가장 크고 호화스러운 SUV다. 당연히, 아우디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외관은 이렇게 위풍당당하고 인테리어는 이렇게까지 호사스럽다. 여기에 전통의 아우디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의 안정성과 험로 주파력까지. 기다릴 가치가 있다.  
Q7은 아우디 SUV의 기함, 가장 크고 호화스러운 SUV다. 당연히, 아우디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외관은 이렇게 위풍당당하고 인테리어는 이렇게까지 호사스럽다. 여기에 전통의 아우디 사륜구동 시스템 콰트로의 안정성과 험로 주파력까지. 기다릴 가치가 있다.  

아우디는 2006년부터 이 성대한 디자인 축제를 공식 후원했다. 메세 바젤은 거대한 건축물이다. 매년 20~25회에 이르는 전시 및 박람회를 개최하면서 1백만 명 정도의 관람객을 소화해낸다. 우리는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이 대중에 공개되기 하루 전날 오후에 메세 바젤 옆 공터에 내렸다. 호텔에서 박람회장까지는 디자인 마이애미 공식 의전 차량 아우디 A8L의 뒷좌석에 앉아서 이동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갈 즈음,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거의 장대비가 되어 있었다.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가니, 거기는 아직 좀 부산한 채였다. 사람들은 로비에 차려진 가게에서 물건을 둘러보거나 둘 셋씩 모여서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여느 건물의 로비와 다를 게 별로 없었다. 미리 발급된 입장권을 제시하고 2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러자 점점 어두워지는 조명, 로비에서보다 조금 더 크게 들리는 웃음소리, 살짝 흥분하기 시작한 것 같은 온기….

뽀송뽀송한 공기 사이로 성장을 한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도회장에 온 것 같은 빨간색 실크 드레스를 입은 여자, 초록색 바지에 중절모를 쓴 중국 남자, 몸에 멋지게 맞는 피케 셔츠를 입은 아빠와 해변에서 입을 것 같은 미니 드레스를 입은 딸. 나른하달까? 조금은 심드렁한 표정이었다고 해야 정확할까? 태도는 느슨한데 눈에는 날이 서 있는 것 같았다. 오늘은 진짜 마음에 드는 뭔가를 고르고 싶을 때, 어딘가에 살짝 홀린 것 같은 집요함. 그 사이사이에 오로지 소유욕을 자극하는 가구들이 부스별로 보기 좋게 차려져 있었다. 하지만 거기 놓여 있는 가구를 그냥 ‘가구’라고 부른다면 좀 섭섭할 일인지도 몰랐다. 나무, 가죽, 돌, 천, 합성수지로 디자이너가 만든, 생전 처음 보는 형태의 가구. 대량 생산하지 않으니까, 소유하는 즉시 귀해지는 것들. 부스는 갤러리별로 정리돼 있었다. 한국에서 온 서미 갤러리 부스도 있었다. “여기 있는 가구들은 모두 디자이너 선생님들 작품이에요. 마음에 드시는 게 있으면 바로 사실 수 있어요. 오늘은 컬렉터스 나잇collector’s night이거든요.” 보기만 해도 피로가 다 풀릴 것같이 아름다운 의자들 사이에서, 서미 갤러리 부스 담당자가 말했다.

박람회장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품질 좋은 호두나무로 만든 넓고 당당한 책상, 단정한 서랍장과 식탁, 녹색 개구리 모양 의자, 심해어 입속에 앉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의자를 지났다. 앉아서 고개를 뒤로 젖혀보거나 손으로 만져보거나 하면서. 그럴 때마다 척추뼈가 다 펴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한적한 풍요, 오로지 아름다움과 소유, 취향을 위한 소비. 디자인 마이애미/바젤은 그 자체로 거대한 갤러리이면서 쇼핑몰이자 박물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차분하게 과시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먼저 이 작품들을 가질 수 있다는 얕은 흥분이 공간을 지배하고 있었다.

완전히 새로워진 아우디 Q7이 시야에 들어온 건 그 즈음이었다. 갖가지 가구를 지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주제로 만든 또 다른 작품도 지나, 앤디 워홀이 손목에 찼던 파텍 필립 퍼페추얼 캘린더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아우디코리아 마케팅 이사 요그 디잇츨이 왼쪽에서 성큼성큼 다가와 말했다. “드디어 남자들의 놀이터에 도착했네요. 시계와 자동차. 이 사람들 좀 봐요, 숨통이 트인 것 같아요. 하하.” 반가운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왼쪽에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적용한 아우디의 대형 SUV Q7이 있었다. 그 주변을 둘러싼 관람객들은 왠지 가구를 구경할 때보다 더 적극적이었다. 아우디 부스에서는 샴페인을 계속 제공하고 있었다. 아까부터 박람회장에 깔려 있던 달큰한 냄새는 피에르 주에 그랑 브뤼의 것이었다. 혹은 이 샴페인을 몇 잔이고 마신 채 환담을 나누던 모두의 가볍고 산뜻한 취기.

오른손에 두 잔째인 샴페인을 들고, 아우디 Q7이 드디어 새로워졌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다. 얼마 전 출시한 Q3를 참고하면 그 모양을 짐작하는 데 도움이 될까? 일단 돋보이는 건 직선이다. 그래서 담대해졌냐면, 오히려 더 꼼꼼하고 세심해졌다. 하지만 Q7은 그 존재감 자체가 담대한 차니까. 이렇게 세련된 감성을 유지하면서 넉넉한 공간을 같이 제공하는 대형 SUV가 흔한 건 아니다. 인테리어 역시 세밀한 직선으로 모조리 다시 그렸다. 아우디가 이 체급의 자동차를 만드는 데 망설일 일은 거의 없다.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걸 하고,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려는 욕심이 충분한 실내다. 아우디는 이렇게 호화로운 실내를 이런 자신감으로 제공하는 브랜드라는 웅변 같았다. 한 치의 양보나 실수도 없는 조립 품질은 강박적이기까지 하다. 국내 출시는 아직 예정돼 있지 않다. 아우디 부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카지노에서 막 나온 것처럼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하는 줄도 몰랐던 긴장이 다 풀린 것 같은 얼굴로 운전석과 조수석에 번갈아가며 앉아보기도 하고, 트렁크를 열어 그 안에 들어가보기도 했다. 디자인 마이에미/ 바젤에 전시된 Q7은 3.0 TDI 콰트로였다. 엔진은 2,967cc V6 직분사 트윈터보 디젤. 최고출력은 272마력, 최대토크는 자그마치 61.2kg.m으로 알려져 있다. 최고속도는 234킬로미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6.3초다. 어쩌면 지금 한국에서 팔리고 있는 아우디 중 가장 오래된 모델이 Q7 아닐까? 옹골찬 Q3, 안정적인 Q5 이후의 어떤 선택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우디는 2006년부터 디자인 마이애미를 공식 후원해왔다. 아우디가 초대한 VIP는 아우디의 기함, A8L의 의전을 받았다.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묻는 박람회와 작품으로서의 자동차를 논할 수 있는 브랜드가 어우러지는 진보한 방식으로.  
아우디는 2006년부터 디자인 마이애미를 공식 후원해왔다. 아우디가 초대한 VIP는 아우디의 기함, A8L의 의전을 받았다.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묻는 박람회와 작품으로서의 자동차를 논할 수 있는 브랜드가 어우러지는 진보한 방식으로.  

세 잔째 샴페인에 가벼운 취기가 올라서 Q7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여긴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디자인 가구 박람회가 아니었나? 오늘은 이 작품들이 대중에 공개되기 전, 조금 더 한적하게 가구를 수집할 수 있는 ‘수집가의 밤’이었다지? 아우디는 그 공간에 녹아서, 어쩌면 스스로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서 있는 것 같았다. 늘 그랬다는 듯, 박람회장 안쪽 중심에 의연하게. 이제 아우디는 프리미엄, 럭셔리 같은 마케팅 용어로는 적절히 설명해낼 수 없는 길을 가려 한다는, 또렷한 이정표 같은 밤이었다. “나갈까?” 요그 디잇츨 이사가 조금 상기된 표정으로 소년처럼 말했다. 다시 로비. 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거기서 짐작할 길은 없었다. 들어올 때 내렸던 장대비가 가늘어져 흩날리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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