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맛

광고주협회가 소위 ‘나쁜 언론’을 선정해 발표했다. 기사를 빌미로 영업을 한 매체의 명단이었다. 이 거대한 담론을 논하기 전에 지금 가장 치열한 판, 수입차 시장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봤다.

 

“요즘 돈 되는 데는 자동차랑 시계밖에 없지. 다른 데는 다 힘들어.” 언론 시장에서는 이미 몇 년 된 얘기다. ‘돈 되는 데’라는 건 요즘 같은 불경기 와중에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시장, 광고를 집행할 여력이 있는 판이라는 뜻이다. 수입차 시장이야말로 지금 가장 티 나게 성장하는 중이다. “수입차 시장이 기록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식의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기사는 거의 매달 나온다. 지금부터 이어지는 얘기는 그 시장의 기록적인 성장세와 양적으로 팽창한 일부 언론사 사이에 오가는 돈과 스트레스의 누추한 단면이다. 수입차 홍보 업계에 정통 한 소식통 J 이사는 이렇게 운을 뗐다. 

“누가 다짜고짜 찾아왔어요. 사장님 나오라고 그래요. 제가 대신 나갔죠. 자기가 이 회사 차를 8년째 타고 있는데 고장 났다. 그러니까 사장이 책임지라는 거예요. 20만 킬로미터 탄 차를. ‘그렇게는 못한다’ 그랬더니 ‘그럼 내 방식대로 하겠다’, 그러면서 명함을 줬어요. 충청도 어디 언론사 대표였어요.”

J 이사는 로비에서 소란을 피우는 그를 일단 고객관리 부서 부장과 연결해줬다. 그 부서에서도 고개를 저었다. 처음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언론사 대표 명함을 들이대면서 “내 식대로 하겠다, 당신이 책임질 수 있겠냐”는 말에는 막연한 공포가 있으니까.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식의 각서에 서로 서명을 하고 그 대표의 차를 싹 고쳐줬다. 울며 겨자 먹기였다. 그러면서도 그 언론사 대표는 “일단 사인은 하겠는데, 이후에 또 이런 식으로 차가 고장 나면 진짜 내 식대로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지방에서 운수업과 언론사를 겸하는, 그 지역에선 알아주는 주먹이었다.

“지방에 그런 언론사 많아요. 자기 사업 하다가 뜻대로 안 되면 관공서 상대로 언론사 명함 휘두르고 다니는 사람들. 지방에서는 그게 통할 수도 있거든요. 그중 하나였던 거죠. 언론사 차리기가 너무 쉬워요. 등록만 하면 돼요. 한국 인구 1만 명당 인터넷 매체를 하나씩 갖고 있는 꼴이에요.”

2014년 12월 기준 문화체육관광부에 정기 간행물로 등록된 매체의 숫자는 1만7천6백7개다. 이 중 인터넷 언론사가 5천9백50개, 이후에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 수입차 회사의 홍보부서가 보도 자료를 뿌리는 언론사의 숫자는 5백 개가 넘는다. J 이사는 자동차 홍보 업계에서 20 년간 일했고, 최근에는 한국 언론에 대한 완벽한 회의를 절감하는 중이다. “어떤 기자는 갑자 기 전화해서 이럽니다. ‘올해 우리한테 집행해 야 하는 돈이 3천만원이에요, 아시죠? 상반기에 1천만원 좀 넘게 하셨으니까 하반기에 분발 좀 합시다.’ 사전에 협의한 적도 없고, 같이 기획을 한 적도 없는데.”

매체가 너무 많으니까, 업체가 광고비를 균등하게 집행하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그러니까 기자가 홍보 담당자한테 전화해서 돈을 요구하는 거다. 올해로 9년 차인 M 과장은 이렇 게 말했다. “구조적으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회사 입장에서 가장 먼저 삭감하는 게 마케팅, 광고 비용이거든요. 마케팅은 돈을 벌어오는 부서가 아니라 쓰는 부서니까. 대신 홍보 PR 비용을 늘립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들여 노출 빈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에요. 기사가 광고보다 싸니까.” 

언론사의 수입 자동차 특집 기획은 협찬 비용을 위한 가장 빈번한 제안이다. “이러이러한 기사를 쓸 테니까 회당 얼마를 지급하라”는 식이다. 이런 제안이 제대로 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좋은 기획과 취재를 바탕으로 업체와 언론사가 같이 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다. 바람직한 형태의 협업이다. 하지만 그야말로 극히 드문 경우라고 M 과장은 말했다.

“일단 기획 자체가 별로예요. 이미 다른 데서 다 한 거, 검색하면 나오는 기획을 던지면서 회당 2백~3백만원부터 많게는 1천만원 이상까 지도 부릅니다. ‘특집으로 한 번 소개하고 이후 몇 번은 작은 기사로 써주겠다’는 거예요. 패키 지로 묶어 파는 거죠.”

 

 

거부하면? 앞으로 그 언론사에서 해당 업체의 자동차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땡큐’인 상황이다. 침묵 대신 이어지는 건 악성 기사다. 그마저도 취재가 부족한 기사, 오류가 많고 확인도 없는 기사, 감정이 섞인 기사다. 승낙하면? 그래도 문제는 이어진다.

“협찬 기획에 대한 결정은 언론사랑 본사에서 하잖아요? 그래서 일단 얼마에 하기로 했다, 하고 결정되면 그 다음은 홍보대행사로 공이 넘어갑니다. 본격적으로 괴로워지기 시작하는 거죠. 기자가 대행사 직원한테 전화 걸어서 ‘자료 주세요’ 하는 거예요.”

그때부터는 (기자가 아니라) 대행사가 취재의 주체가 된다. 기사에 필요한 자료를 잘 정리해서 기자에게 보내준다. 그 후에는? 그 자료를 기사 분량에 맞게 잘 정리한 것이 그대로 지면에 실리거나 포털 사이트에 풀린다.

“이런 경우도 있어요. 기자가 한 브랜드의 홍보대행사 직원한테 전화를 걸어서 묻습니다. ‘하반기 신차가 뭐지? 정리해서 보내줘요.’ 그럼 그 직원은 다른 대행사 직원한테 전화를 다 돌려서 ‘하반기 신차 자료’를 만드는 거예요. 심지어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데서 본사 직원이 왔을 때 인터뷰를 하잖아요? 그럼 다 하고 일어나면서 그럽니다. ‘정리해서 주실 거죠?’ 대행사 직원은 그걸 다 녹음해서 풀고 번역하거나, 그 옆에서 실시간으로 받아 적어야 하는 거예요. 기사요? 대행사 직원이 넘긴 게 거의 그대로 나갑니다. 이거야말로 우리만 아는 얘기죠.”

소위 ‘메이저’로 분류하는 매체, 1인 매체, 인터넷 언론사를 구분할 일이 아니다. “우리 부장이 골프 치러 가는 데 필요하다”는 전화를 받고 시승차를 내주거나 “우리 기사 네이버 메인에 걸리는데 감당하실 수 있겠어요?”라는 식의 협박은 워낙 비일비재해서 이제는 거의 평범하 게 여겨진다. 언론사에서 부정적인 기사를 이어서 쓰면 그걸 무마하는 사람은 결국 홍보부 직원이다. 수입차 홍보 5년 차 P 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갑자기 부정적인 기사들이 몰려서 올라올 때가 있어요. 처음엔 당황했죠. 큰일 났으니까. 지금은 그냥 ‘또 물렸구나’ 생각해요.”

어르고 달래는 데 필요한 건 결국 돈이다. “알고 보니 그 매체에서 잡지를 창간했더라고요. 그거 1년에 2천만원어치 구독하고 무마했어요. 전에 어떤 매체에서 별점 시승기를 진행하던데, 별이 아예 ‘빵개’인 차도 있었거든요? 홍보 팀이랑 미팅한 직후에는 그 브랜드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차가 됐어요. 이런 걸 요즘 말로 ‘웃프다’고 하나요?”

어떤 매체는 기자한테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도 한다. 전문 기자가 없고, 부서 간 이동이 잦은 한국 종합지의 특성상 일단 산업부에 발령이 나면 ‘조지고’ 본다는 게 관행처럼 굳어 있기도 하다. 있을 때 바짝 벌고, 부서를 옮기면 다시 볼 일이 없는 셈이니까. 원래는 광고부가 해야 하는 일을 기자가 하고 있다. 기사가 돈의 근거가 됐다. 협박이 곧 영업인 것이다.

이렇게까지 해놓고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모든 언론사, 모든 기자가 그렇게 후안무치한 상황은 아니다. 좋은 언론, 좋은 기자는 늘 있었다. J 이사는 이렇게 말했다. “언론의 역할, 책임감, 하다못해 취재 방법, 기사 작성법 같은 걸 체계적으로 배운 매체 기자들은 확실히 다르긴 해요. 협찬 얘기를 안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되게 부끄러워하고, 말하기 힘들어하죠. 기자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니까요. ‘우리가 기획을 할까 한다’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경우 도 있어요. 정식으로 제안서를 받고, 진짜 기획이 좋아서 진행하고, 그 결과물에 모두가 만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동차 이름으로 검색했을 때 몇백 개씩 쏟아지는 같은 내용의 기사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읽어보면 근거가 없거나 너무 지엽적인 사례 같은데 계속 올라오는, 이른바 감정적인 ‘네거티브’ 기사에도 이유는 있다. 업계에서는 일종의 과도기, 자정 작용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단계로 보고 있다. “어느 쪽이든 한계가 있지 않겠어요? 이렇게 계속 갈 수는 없으니까, 곧 정리가 되겠죠.” M 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매체는 체면을 모르고 기자는 부끄러움을 모른다. 악성 기사로 하는 영업을 당연하게 여기는 기자도 꽤 봤다. 피차 민망한 수준이다. 부끄러움을 논하기에도 좀 머쓱한 지경이 됐다. 기자는 자기가 썼다고 할 수도 없는 기사를 쏟아낸다. 돈과 기사가 이상한 방식으로 거래되는 동안, 그 피해를 다 받는 건 독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