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명훈에게 바친다

지금 정명훈에게 바친다

2016-08-03T16:39:04+00:00 |ENTERTAINMENT|

대리석 트레이와 화병, 리넨 스카프.

 

 

아이폰에는 그의 연주가 가득 담겨 있다. 진은숙의 생황협주곡, 베토벤의 협주곡과 교향곡, 드뷔시와 차이코프스키, 마침내 말러…. 모두 서울시향의 것이다. 주로 비행기에서 듣는다. 지상과 완전히 단절된 채 즐길 수 있는 극상의 즐거움을 사랑해왔다. 올해 1월 19일의 기자회견에서, ‘사태’, ‘수세’ 같은 단어를 무작정 옮겨대던 기자들은 그의 피아노를 들었을까? 그건 음악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정당한 언어, 명확한 신사의 태도였다. 2014년 6월, <객석>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말했다. “나는 원래 말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사람이다. 어떤 오케스트라와 만나더라도 말하는 것보다 단순하게 바로 연주하는 것을 선호한다. (중략) 바로 그때 말로는 전해지지 않는 것들이 오가기 시작한다.” 그를 둘러싼 모든 말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을 때, 나는 그저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나는 매일 아침 공부를 하지 않으면 좋은 연주를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는 그에게 돌과 물, 나무와 바람 같은 자연을 주고 싶었다. 하얀 대리석 트레이 위에 산 같은 무늬가 있는 대리석 화병을 올려놓으면 시원하고 좋지 않을까? 물을 조금만 채우고, 꽃을 꽂아두고 보는 아침. 까슬까슬한 리넨 스카프를 하고 9월의 바람을 맞을 수 있다면? 그 사소한 순간에 마에스트로가 온전한 고요를 느낄 수 있다면, 그럼 나는 조금 덜 미안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