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명훈에게 바친다

대리석 트레이와 화병, 리넨 스카프.

 

 

아이폰에는 그의 연주가 가득 담겨 있다. 진은숙의 생황협주곡, 베토벤의 협주곡과 교향곡, 드뷔시와 차이코프스키, 마침내 말러…. 모두 서울시향의 것이다. 주로 비행기에서 듣는다. 지상과 완전히 단절된 채 즐길 수 있는 극상의 즐거움을 사랑해왔다. 올해 1월 19일의 기자회견에서, ‘사태’, ‘수세’ 같은 단어를 무작정 옮겨대던 기자들은 그의 피아노를 들었을까? 그건 음악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정당한 언어, 명확한 신사의 태도였다. 2014년 6월, <객석>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말했다. “나는 원래 말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사람이다. 어떤 오케스트라와 만나더라도 말하는 것보다 단순하게 바로 연주하는 것을 선호한다. (중략) 바로 그때 말로는 전해지지 않는 것들이 오가기 시작한다.” 그를 둘러싼 모든 말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을 때, 나는 그저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나는 매일 아침 공부를 하지 않으면 좋은 연주를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는 그에게 돌과 물, 나무와 바람 같은 자연을 주고 싶었다. 하얀 대리석 트레이 위에 산 같은 무늬가 있는 대리석 화병을 올려놓으면 시원하고 좋지 않을까? 물을 조금만 채우고, 꽃을 꽂아두고 보는 아침. 까슬까슬한 리넨 스카프를 하고 9월의 바람을 맞을 수 있다면? 그 사소한 순간에 마에스트로가 온전한 고요를 느낄 수 있다면, 그럼 나는 조금 덜 미안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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