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사물 – 무지개

9월 6일, 충청남도 대천의 삼상마을에서 찍었어. 그렇게 뚜렷하고 아름다우며 우람한 데다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쌍으로 뜬 무지개는 처음 봤어. 하늘 넓게 호를 그리며 마을의 둥근 지붕이 된 무지개를 보니 꼬였던 일이 마구 풀리는 것 같았어. 그 하늘의 은총을 같이 맛 보고 싶었어. 우린 휴지 하나 함부로 안 버리고 살았잖아. 눈 앞에 펼쳐진 이 신묘한 것들이 오직 나만 위해 차려진 거라고 착각할 자격이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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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편집장] 2001년부터 GQ KOREA 편집장을 맡고 있음. 잡지를 통해 문화와 스타일을 다루어온 그 시간 동안, 정작 자신이 얼마나 세속적인지 허무하게 깨닫게 됨. 그래도 잡지 만드는 일을 너무 좋아해서 해보지 않은 ‘여타의 것’들에 대한 어떤 아쉬움도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