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붙여주세요!

휴일에 텔레비전 야구 중계를 보면서 할 수 있는 아주 멋진 일. 붙이고 또 붙인다.

 

 

중학교 2학년 교실은 어느 학교건 수정펜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이 넘쳐난다. 남자애들이란 교과서에 등장한 위인 얼굴에 콧수염을 칠하는 건 기본이고, 짝사랑하는 여자친구의 가방엔 그 짓을 한 게 누구란 걸 눈치챌 수 있는 힌트를 담아 온갖 그림을 그리게 마련이니까. 지금이야말로 그때의 습관을 되돌릴 때다. 이번엔 수정펜 대신 온갖 종류의 패치를 준비한다. 이것저것 되는 대로 마구 붙인다. 그 순간 낡은 재킷은 공식 유행 아이템으로 바뀌고, 더러운 청바지는 지난달 <GQ> 패션 화보에 등장한 신제품이 된다. 손재주가 없거나 아무리 뒤져도 인디언 추장 패치 하나 없어도 의기소침할 필요 없다. 패치의 장점은 어디다 어떤 걸 붙여도 실수가 아닌 의도로 보이게 한다는 것이니까. 어딘지 예술적으로 보이는 비스빔의 M65 재킷, 패치를 더덕더덕 붙인 디젤 청바지, 훈장을 많이 받은 장교의 가방 같은 벨스태프 가죽 백팩. 유구한 역사를 지닌 장인이 아니어도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바이크족이나 보이스카우트처럼 보일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저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세련된 청년인 척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