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맥주 트렌드는?

이제 막 싹을 틔운 맥주의 몇가지 트렌드에 대하여.

01 페트뤼스 에이지드 페일. 02 졸리펌킨 밤 비어 팜하우스 에일. 03 업라이트 브루잉 고제. 04 퀴베 드 자코뱅.

01 홉 세상에서 핀 한 떨기 ‘사워’ 크래프트 맥주 붐의 최대 수혜자는 IPA다. 인디아 페일 에일(IPA)은 상쾌하면서 씁쓸한 맛을 내는 맥주 원료인 ‘홉’이 잔뜩 들어간 맥주다. 크래프트 맥주의 요람인 미국에서도, 빠르게 크래프트 맥주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한국에서도 IPA 인기는 울창하고 꼿꼿하다. 하지만 흔해지는 게 제일 싫은 맥주 괴짜들은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홉으로 칠갑한 맥주도 이제 지겹군. 완전히 새로운 맛 어디 없나?” 그렇게 필연인 듯 우연인 듯 식초처럼 시큼한 맛의 사워가 새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사워 맥주는 입 안을 긁는 것처럼 씁쓸한 IPA와 맛도 정반대다. 또 야생 효모를 이용한 자연발효 방식으로 만드는 일종의 ‘구식’ 맥주다. 오크통에 숙성해 나무에 붙어 있는 박테리아를 통해 ‘신맛’을 이끌어내기도 하는데, 술이 쉬면서 시큼해지는 그 과정과 비슷하다.(실제로 사워 맥주를 만들다 술이 상해버리는 홈 브루어들도 꽤 있다.) 전체 맥주 시장에 비하면 사워 맥주는 아직 콩알 같지만 최근 2~3년 사이 그 콩이 싹을 틔우며 무섭게 자라고 있다. 특히 포틀랜드는 영양이 꽤 충실한 텃밭이다. 3년 전만 해도 미국 맥주 정보 사이트인 ‘비어 애드보케이트’에 올라온 고제 맥주의 개수는 1백여 개였는데, 지금은 5백 개로 팽창했다. 난다 긴다 하는 미국 크래프트 브루어리들도 사워 맥주를 라인업에 추가하고 있다. 대량생산이 불가능해 조금씩 만들어 자국 위주로 소비하고 있는 점이 아쉬운데, 그 덕에 사워 맥주 트렌드는 더 간절하고 더 뜨거워졌다.

02 미국 덕에 다시 웃는 벨기에 미국발 사워 맥주 열풍 덕에 벨기에의 람빅(괴제 크릭, 프람부아주), 플랜더스 레드와 독일의 베를리너 바이세, 고제 등에 기원을 둔 고전적인 맥주 스타일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벨기에 맥주는 오크통에 숙성해 초산(식초처럼 쏘는 신맛), 젖산(요구르트처럼 부드러운 신맛)의 맛이 모두 느껴지는 반면 독일 스타일의 사워 맥주는 오크통 숙성을 하지 않아 비교적 가볍고 마시기에 좋다. 만들기도 좀 더 수월하다. 두 나라의 사워 맥주는 모두 야생 효모에서 오는 쿰쿰한 향이 살짝 스친다. 미국에서 제조되는 사워 맥주는 이 두 나라의 사워 맥주를 현대식으로 모방하는 편이다. 만약 맥주병에 브렛 혹은 팜하우스 사워라고 적혀 있다면 이것 역시도 시큼한 맛의 아메리칸 사워 맥주다.

03 크래프트 맥주 밥상의 별미 크래프트 맥주 마니아의 끝은 결국 사워 맥주라는 말도 솔솔 나오고 있지만, 제아무리 맥주에 정통한 사람이라도 미간을 찌르는 듯한 신맛의 맥주 앞에선 호불호가 명확히 갈린다. “갈수록 중독된다.”, “발동이 늦게 걸린다.”, “자다가 생각이 난다.” 사워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그들에게 사워 맥주는 주식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별미’다. 국내에도 젖산을 주입하거나 야생 효모를 구입해 사워 맥주를 만드는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있다. 올 4월 부산을 기반으로 설립된 ‘와일드 웨이브 브루잉’은 ‘설레임’이라는 이름의 사워 맥주를 위탁 양조하기 시작했다. ‘맥파이’는 ‘고스트 고제’를 ‘갈매기 브루잉’은 ‘사워 레드’를 만들고 있다. 아직 반응은 미미하지만 국내에서도 사워 맥주의 인기가 꽤 높아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사워 맥주는 어떤 홉을 쓰느냐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수입되는 홉의 종류가 일천한 우리나라에서 사워 맥주가 더 활개를 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04 도전! 사워 맥주
식초인지 별미인지 일단 한번 마셔봐야 안다. 새콤한 것부터 시큼한 것까지 순서대로 준비했다. 모두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사워 맥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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