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MEN OF THE YEAR – 키스 에이프

1월 1일, ‘It G Ma’의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 올라왔다. 연말을 앞둔 지금, 조회수는 1천6백만을 넘어섰다. 지금 키스 에이프는 지구를 한바퀴 돌아 아시아 투어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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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후면 필리핀 마닐라 공연이에요. 무대에 오르기 전엔 어떤 기분이죠? 긴장될 때도 있고, 기대될 때도 있고, 하기 싫을 때도 있고. 매번 달라요.

지금은요? 괜찮아요. 그냥 릴랙스?

“오늘 내가 다 찢어버릴 거야” 같은 맘은 없나요? 그런 말 안 해도 돼요. 올라가면 그렇게 되니까.

‘It G Ma’ 발매 전과 후, 키스 에이프는 같은 사람인가요? 크게 변하진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바뀐 점이 있긴 있겠죠. 짧은 시간 안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말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당연한 것 같아요. 좀 더 성장했다고 해야 하나?

지난해 ‘Men of the Year’였던 바비는 이렇게 말했어요.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알던 스타가 더 성공하면 변했다고 말해요. 그런데 저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무게감이 있어야 존경받을 수 있고 카리스마가 생기죠.” 저도 생각해봤는데, 어쩔 수 없어요. 남들보다 많은 걸 얻고 유명해지면 따르는 대가가 생기는 거죠. 안 좋은 소문이 생긴다거나. 일일이 붙잡고 해명할 수는 없잖아요.

<Complex>와의 인터뷰가 논란이 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어떤 면에선 그 말을 지지하고 싶은 입장이고요. 아무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는 (한국 힙합) 신이고, 누구든 자신 있다면 반응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분명히 자기도 그렇게 생각했을 테니까. “한국 랩 별로다”라고. 제대로 된 자리에서 밝히려고 그동안 말을 아꼈어요. 전화 인터뷰였는데, 코홀트 크루 이전의 얘길 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왜 코홀트에 들어가게 됐냐”고 묻기에, “코홀트 외엔 들어가고 싶던 곳이 없었다. 당시 나한텐 한국 힙합이 별로였다”고 흘리는 식으로 말했을 뿐인데, 대문짝만 하게 메인에 걸었더라고요. 보고 당황했어요. 기사가 나간 이후에 제가 한국을 비난한 것도 일본을 치켜세운 것도 아닌데 절 “매국노” 이런 식으로 몰아가는 건 좀 아쉽더라고요.

거기서 일부 힙합 애호가들의 이중적 태도를 엿볼 수 있죠. 곡에선 “우리가 최고”라고 말하는 걸 듣길 원하지만, 인터뷰나 방송에선 아주 예의 바른 청년을 원하는.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을 이해시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Complex> 기사 본문의 “코홀트 외엔 들어가고 싶은 크루가 없었다”는 과거형 문장이지만, 이후 “한국 랩 별로다” 부분엔 ‘당시’란 시점이 정확히 쓰여 있지 않아요. 작은 듯 큰 차이처럼 보이네요. 영어로 질문했는데, 저는 영어 반 한국어 반 섞어가면서 대답해가지고…. 암튼 의도와는 좀 다르게 나왔더라고요.

그렇다면 지금 한국 힙합은 어때요? 몇 년 사이에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일단 시장이 커졌잖아요. 아티스트도 많아졌고. 안 좋은 점도 같이 따라오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좋은 일이죠.

질적으로는요? 수준이 전체적으로 올라갔어요. 그 사람의 스타일이 어떻냐에 따라 좋고 안 좋고가 나뉜다고 보는데, 그런 관점에서 아주 뛰어난 아티스트도 종종 나오는 것 같고요. 물론 여전히 별로인 래퍼가 더 많은 듯하지만.

전반적인 ‘퀄리티’는 올라갔지만, 독창적 스타일은 여전히 드물어요. 똑같이 생각한다고 보시면 돼요.

미국에 건너간 이후론 혈혈단신 홀로 다니고 있죠? 코홀트를 만든 오스카를 제외하면 다른 크루 멤버들 없이. 어때요? 투어가 이렇게 힘든 건지 몰랐어요. 하하. 초반이라 어려운 점도 많지만, 확실히 음악을 하기 위한 환경이 더 자유로워요.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꿈꿨던 일? 제 목표?

벌써 목표를 달성한 건가요? 아니에요. 목표를 이룰 기회를 얻은 거라 생각해요. 지금 열심히 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잘 못하면 못 잡겠죠?

그렇다면 진짜 목표는 뭐예요? 잊히지 않는 아티스트가 되는 거요.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고는 생각했지만, ‘It G Ma’가 미국까지 퍼져나갈 줄은 몰랐어요. 진짜.”

‘원 히트 원더’에 대한 걱정도 하나요? 조금요. 그런데 큰 부담은 없어요. 좀 혼란스럽긴 했죠.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해서 하나씩 길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월드 투어를 하는 뮤지션이 된 거잖아요. 아시아 공연은 어때요?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놀라요. ‘It G Ma’를 사람들이 따라 하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그 노래를 안다는 것 자체가.

‘It G Ma’는 하필 왜 1월 1일에 발매했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작년에 ‘올해 지나기 전에 최대한 빨리 내자’는 생각으로 작업한 곡이라 12월 31일까지 믹싱 끝내기로 했는데, 다 못해서 다음 날 올렸어요.

인스타그램에 “2013년은 연습, 2014년은 웜업, 2015년은 게임”이라고 (영어로) 썼죠? 그래선지 ‘It G Ma’는 어떤 출사표처럼 보였어요. 뭔가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날짜에 큰 의미를 두진 않지만 신기하잖아요. 2015년엔 원래 음반을 내려고 했어요. 제대로 된 제 첫 개인 음반. 그래서 그렇게 쓴 거고요. ‘It G Ma’ 때문에 많은 게 달라졌죠.

2015년은 한국에서 힙합이 그야말로 ‘터진’ 해이기도 해요. <Show Me The Money 4>를 비롯한 여러 TV 프로그램도 봤나요? <Show Me The Money>는 시즌 2까지였나? 보고 이후론 안 봐서 잘 모르겠어요.

흥미롭지 않았나요? 제 취향은 아닌 것 같아요.

‘It G Ma’엔 한국 힙합이란 말이 굳이 필요치 않은 듯해요. 근데 저는 정말 다 들어요. 여러 장르를 섭렵하진 않았지만, 힙합은 한국 것부터 외국 것까지 웬만한 건 거의 다. 그래서 누가 제일 영향을 줬냐고 물으면 답하기가 진짜 어려워요.

그런 무차별 융합이야말로 자기 색을 만드는 거 아닐까요? 맞아요. 일단 되게 이모셔널한 바이브 있잖아요. 실제 제 성격이 묻어나는 건데, 처음엔 음악에서 그런 부분을 가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극대화시킨 걸 사람들이 더 좋아하더라고요. 우울하고 혼자 같은 노래.

‘It G Ma’는 그런 인상은 아닌데요? 어두운 바이브 말하는 거죠. 우중충하고.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어요. ‘It G Ma’는 OG 마코의 ‘U Guessed It’를 오마주한 곡인가요? 애매하지만, 어떻게 보면 맞죠. 그래서 그쪽에 수익을 어느 정도 나눠주기로 한 거고. 그렇지만 그 곡 만들 때 제가 OG 마코 노래를 즐겨 듣진 않았어요. 팬도 아니었고. 그냥 ‘U Guessed It’ 보고 우리도 이런 거 제대로 한번 하면 재미있겠다, 하는 의도였어요.

결코 비슷한 노래가 아니다라는 평과 ‘U Guessed It’보다 낫다는 평이 있다면 어느 쪽이 더 원하던 바에 가깝나요? ‘It G Ma’로 이익을 볼 만큼 봤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큰 상관은 없어요. 그보다 요즘은 앞으로 나올 노래에 대한 생각이 많아요.

외신 반응이 점차 바뀌는 걸 보는 것도 흥미로웠어요. 처음엔 “재미있는 게 나왔다”는 정도였죠. <Complex>는 OG 마코의 노래와 ‘It G Ma’를 비교하며 훔쳤다(Rip off)는 표현을 쓰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랬던 그 매체가 얼마 전엔 “키스 에이프는 세계의 차세대 트랩 스타가 될 준비가 됐다”는 기사까지 썼어요. 그냥 재밌죠. 어쨌든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뜻이잖아요.

전환점이 언제였던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 아직도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딱히 없어요. 서로 피곤해지기 때문에. 그보단 빨리 제 개인 작업 결과물을 들려주고 싶은 맘이 커요.

이게 진짜 내 것이다, 보여주고 싶은 건가요? 그렇다기보다 제가 이렇게 되기 전처럼 하고 싶어요. 원래 제가 좋아하던 거. 사람들은 지금 히트를 기대하잖아요. 내년 안에 다 나올 거예요. 벌여놓은 게 많아서 정리할 때가 됐어요.

올해 초, 한 인터뷰에서 “지금의 나는 내 자신에게 취해서 살고 있다”고 했죠. 그렇다면 2015년이 끝나가는 지금, 키스 에이프는 어떤 사람인가요? 음… 귀신 같은 사람? 사람들은 모두 주목받고 싶어 하지만, 그렇지 않은 시기도 있잖아요. 지금 제가 그래요. 좀 더 보충하는 시간. 옛날에는 그냥 괴물처럼 했다면, 지금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2016년이 진짜 게임인 것 같아요. 2015년엔 관심 받은 것에 비해 저를 다 못 보여준 것 같아요. 이런 음악은 한국에선 돈 못 버는데, 싶은 음악들 있잖아요. 그런 것들 걱정 없이 맘껏 할 거예요.

KE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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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레코드와 농구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