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Q AWARDS 올해의 파워 블로거 ‘수요미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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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힙 힙(엉덩이) ‘얼짱녀’ 말고 ‘엉짱녀’. ‘뒤태’의 시대는 저 멀리 지나갔지만, 올해는 그보다 더 구체적이었다. ‘뒤태’가 그저 남자들의 은밀한 시선일 뿐이었다면, 엉덩이에 대한 수많은 담론은 성별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궁금한 화젯거리였달까? 그저 생긴 대로 살아야 하는 살덩이인 줄로만 알았던 엉덩이를 단단하거나 탄력 있게 만들 수 있다니. 그렇게 엉덩이를 뒤로 쭉 내미는 스쿼트와 데드 리프트 동작은 더 이상 민망한 것이 아닌 꼭 배우고 싶은 것이 되었다. 피트니스 모델 젠 셀터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7백70만에 달한다. 물론 그녀처럼 타고난 축복을 이길 수는 없겠으나 그렇게 섹시한 몸의 부위를 단련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그런 얘기가 곳곳에서 오갔다는 사실만으로도 꽤 흥분되는 한 해였다.

올해의 파워 블로거 <수요미식회> <수요미식회>는 남녀노소 시청층의 타깃 구분이 없다. 오히려 음식의 역사와 식당의 전통을 두루 다루고 있어 장년층에게도 쉽게 파고든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영향력과 파급력이 커졌고, 이제는 웬만한 맛집 전문 파워 블로거를 거뜬히 넘어섰다. 방송에 나온 음식점은 다음 날부터 긴 줄이 늘어선다. 단골손님은 긴 줄에 질려 소외되고, 단골을 잃고 객단가가 떨어진 음식점은 매출마저 떨어지기도 한다. 인근 식당은 늘어진 줄로 피해를 호소한다. 다음 주 주제가 공개되면 <수요미식회>의 선정 맛집을 예측하는 블로그도 생겨났는데, 실제로 타율이 높다. 멈출 줄 모르는 <수요미식회>의 정점은 어디일까?

올해의 야생녀 김태희 <용팔이> 김태희의 연기력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용팔이>를 시작하기 전부터 그녀의 연기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용팔이>는 김태희의 연기가 처음으로 호평받는 계기가 되었다. 죽은 애인 때문에 몸을 던지는 순정파 한여진 연기를 하는 김태희는 어쩐지 불안해 보이지 않았다. 눈동자에 힘을 주기보다는 가만히 쳐다보면서 “나랑 결혼해줄래?”라고 말했고, 비슷한 톤과 눈빛으로 “무릎 꿇어”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두 말 모두 꼭 누군가에게 해본 것처럼 흔들리지 않으니 믿을 수밖에. 김태희의 연기가 발전한 걸까? 메소드 연기의 창시자 스타니슬랍스키는 말했다. “배우의 연기는 결국 배우의 삶의 반영이다.” 김태희가 메소드 연기를 시작했다.

올해의 들판 강원도 정선군 덕우리 보리밭 소만과 망종 사이, 양력으로 5월 30일, 톱스타 두 사람의 결혼식이 있었다. 비밀리에 치른 결혼식 자체가 화제였지만, 또한 그 장소가 강원도 정선의 한 민박집과 그 앞 보리밭이라는 사실이 세간에 널리 회자되었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이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박화목 작사, 윤용하 작곡의 아름다운 가곡 ‘보리밭’의 가사가 이러한데, 두 사람의 결혼식이 꼭 그와 같았다. 그곳은 삽시간에 유명해져 지금은 보리를 베고 콩밭이 되었다는 둥, 콩도 거두고 이제 아무것도 없다는 둥, 곧 보리를 파종할 거라는 둥, 차례로 인증사진과 함께 소식이 들려왔다. 온통 지긋지긋한 연예 뉴스 판에서 그 들판을 보는 일이 다만 싱그러웠다.

올해의 MC 산이 래퍼로서의 자질과는 별개로 산이는 힙합 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과는 좀 거리가 있다. 어슬렁어슬렁 걷지도, 발음을 꼬아 말하지도 않는다. 무게를 잡거나, 욕을 입에 달고 살지도 않는다. 그래선지 <Show Me The Money>의 정글에선 프로듀서로서 좀 밋밋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Show Me The Money>보다 출연자들 사이의 대립에 집중하고, ‘디스’란 소재를 십분 활용하는 <언프리티 랩스타>에 필요한 MC는 스스로 강해 카메라를 잡아먹는 래퍼가 아닌, 출연한 래퍼들의 캐릭터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쪽에 가깝다. 산이는 편안하고 능글맞다. 앞에서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보다는, 화끈하게 뭔가 보여주고 박수를 받아내고 싶은 MC다. 웬만해선 감정 표현을 숨기지 않는다. 신나게 추임새를 넣고, ‘그루브’를 탄다. 그러다 싸움이든 뭐든 출연자들 간에 팽팽한 긴장이 생길 땐 언제 그랬냐는 듯 MC로서의 존재감을 숨긴다. 마치 출연자 중 일부가 된 것처럼. 산이는 그의 경쾌한 랩처럼, 그렇게 속속 치고 빠지며 <언프리티 랩스타>를 이끈다.

올해의 컴백 원더걸스 “1980년대 초 뉴욕의 라틴 아메리칸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프리스타일 음악은 신스 악기들과 싱코페이션 기반의 화려한 리듬을 결합시킨 장르로…(중략).” 원더걸스의 컴백 음반 <REBOOT>의 소개 글엔 이렇게 쓰여 있다. 지향점이 구체적일수록 정확히 해내야 한다. 벙벙하면 피해갈 구석이 많겠으나, 이미 저렇게 콕 집어 밝힌 만큼 그럴 수는 없다. 원더걸스의 컴백은 티저로부터 시작됐다. 선미의 베이스, 혜림의 기타, 유빈의 드럼, 예은의 피아노. 걸그룹 밴드란 포맷은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으나 ‘I Feel You’라는 노래와 만났을 때, 그 기획은 정당성이 생긴다. 스스로 밝혔듯 “신스 악기들과 싱코페이션 기반의 화려한 리듬”은 그저 신나게 ‘로큰롤’ 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물론 원더걸스는 모든 음악방송에서 밴드 라이브 무대를 꾸미지 않았다. 하지만 과연 근래에 이 정도로 명확하고 과감한 목표를 담은 컴백 선언을 본 적이 있었나? 더군다나 멤버가 둘이 빠지고, 3년 만의 음반이라면 훨씬 더 쉽고 익숙한 길을 찾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80년대라면 그냥 디스코와 롤러스케이트를 앞세우면 될 일. 익숙지 않은 장르 음악을 구현하겠다는 포부로 완성한 음반 <REBOOT>의 일관성, 그리고 이 청량한 한여름의 노래 ‘I Feel You’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원더걸스가 돌아왔다.

올해의 무대 세븐틴 ‘만세’ 아이돌은 활개칠 때 가장 예쁘다. 세븐틴의 ‘만세’는 열세 명의 소년이 제각각 활개치는, 올해 가장 독보적인 무대다. 호시의 팔로 태엽을 감으며 시작되면 과하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한 소년들이 와르르 터져 나온다. 도열해 칼군무를 추기 보다는 힘을 좀 풀고 마구 휘젓는다. 대열이 좁고, 뒤쪽 멤버는 얼굴도 안 보이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는 듯이 방방 춤 춘다. 마지막 후렴구에 “만세르, 만세르, 만세르, 예” 외치며 다 같이 무릎을 꿇고 물미역처럼 흐느적거리는 모습까지 보고 나면 절로 두 손이 하늘 위로 올라간다.

올해의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1천회를 맞았다. 아무도 사건의 이면과 심층을 다루지 않는 현실에서,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는 이들이 넘치는 사회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는 영역을 개의치 않고 ‘그것’을 파헤쳤다. 그 배짱과 몰두야 말로 중요하고 소중하다. 그리고 3회에 걸쳐 방송한 1천회 특집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는 특권층과 부패층의 실명을 정면으로 거론하며 공격의 날을 세웠다. “이런다고 바뀔까요?”라고 되묻는 취재원의 말에 제작진은 내내 대답하듯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올해의 공간 ‘신도시’ 을지로3가에 낯선 젊은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도시로 향했다. 지난 6월 사진가 이윤호와 미술 작가 이병재가 만든 복합 공간이었다. 낮에는 공동 작업실로 내어주고, 밤에는 술을 팔았으며, 자주 공연과 파티, 행사를 열었다. 공사 재료를 그대로 인테리어 재료로 쓴 듯한 내부, 옛날 홍대 놀이터 같은 사랑방이자 도피처인 옥상은 지금 서울의 느슨한 분위기와 확실한 태도를 보여줬다.

올해의 안무 레드벨벳 ‘Dumb Dumb’ 한시도 쉬지 않고 몸을 쓴다. 어떻게 추는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단박에 파악할 수 없는 이 복잡한 춤을 계속 보게 만드는 건 똑 떨어지는 군무 때문은 아니다. 레드벨벳 다섯 명은 지구에서 가장 격한 춤을 추면서도 라이브로 노래를 하고 있다. 아무리 큰 동작으로 춤을 춰도 불안하지 않은 이유는 그들의 일정한 ‘목소리’ 때문이다. 무대를 보다가 눈을 감아도 그 춤이 아름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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