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Q AWARDS 올해의 텔레비전 ‘마이 리틀 텔레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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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텔레비전 <마이 리틀 텔레비전> 첫 회를 봤을 땐 좀 무리하는 것 같았다. 만화 <20세기 소년>을 패러디하다니. 이후 과한 설정은 서서히 사라지고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은 천천히 토요일 밤에 자리를 잡았다. 일요일에 실제로 인터넷 방송을 하고, 그 방송분을 편집해 2주에 걸쳐 토요일에 방송한다는 아이디어가 신선했다. 익명성의 인터넷과 공공재의 공중파는 양 극단에 있는 매체다. 꽤 간극이 넓은데, <마리텔>은 특유의 리드미컬한 편집으로 그것을 메웠다. <마리텔>은 스스로 새로운 텔레비전이 되었다.

올해의 센세이션 <언프리티 랩스타> ‘디스’는 이 프로그램의 뇌관이자 백미였다. 타이미와 졸리브이가 붙었을 땐, 텔레비전을 불로 지지는 것 같았고, 효린이 유빈에게 “집 가 술이나 따라 먹어”했을 땐, 코앞에서 당한 유빈보다 시청자가 더 당황했다. 힙합을 알든 모르든 질문이 튕겨졌다. “도대체 랩이란 무엇인가?” 질문은 답이 없어도 계속될 전망. 어쨌거나 힙합은 힘이 좋은 음악이니까. 병신년 설날 특집 프로그램으로 ‘<언프리티 랩스타> 총출동 디스 대격돌’이 열린다면….

올해의 가수 종현 종현이 MBC MUSIC의 음악방송 <피크닉 라이브 소풍>에 출연해 맥스웰의 ‘This Woman’s Work’를 불렀다. 힘이 좋고 쭉쭉 내뻗는, 널리 알려진 그의 보컬과는 완전히 다른 노래. 종현은 거침없이 도전했다.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결이 고운 팔세토를 차분히 밀어냈다. 올해 1월 발표한 종현의 솔로 음반 <BASE>는 그런 의외의 순간으로 가득하다. 성량을 뿜어내며 으르렁대거나 고음을 과시하는 데 몰두하지 않는다. ‘그루브’에 철저히 목소리를 밀착시킨 ‘데자-부’와 각각의 음을 길게 이끌며 미끄러지는 ‘Crazy’의 종현을 과연 같은 가수라 말할 수 있을까? 지금 종현은 자기 목소리의 구석구석을 가장 높은 곳부터 가장 낮은 곳까지, 가장 거친 색부터 가장 부드러운 색까지 탐험하는 듯 보인다. 역시나 출중한 보컬리스트이자 뮤지션인 디즈와 종현이 함께 쓴 변화무쌍한 곡, ‘Neon’에서의 보컬은 그 놀라운 롤러코스터의 절정이다.

올해의 신인 서출구 <Show Me The Money>. 28명의 래퍼가 10분 안에 랩을 해야 하는 사이퍼 미션. 5분의 추가 시간까지 다 끝나가던 무렵, 자신을 포함해 최종 2명의 래퍼가 남자 서출구가 비로소 마이크를 들었다. 그리고 마이크를 고등학생 래퍼 양홍원에게 양보했다. 양홍원이 서둘러 랩을 마치고 다시 서출구에게 마이크를 넘겼지만 이미 시간은 거의 다 흐른 뒤였다. “Call It a Cypher without no Freestyle. 아무도 프리스타일 하는 사람 없어 진짜.” 그리고 마이크가 꺼졌다. 당연히 탈락. 싸이퍼, 즉 프리스타일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는 서출구였지만, 그는 룰을 거부하는 것으로 자신의 장기를 대신했다. 패기는 눈을 부라리고 욕을 쏟아 붓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닌 시스템을 거절할 수 있는 용기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신인에게 기대하는 태도라는 것을 서출구는 당당히 보여줬다.

올해의 소음 노래 프로그램 텔레비전에서는 요리 아니면 노래가 나왔다. 피로감은 마찬가지였지만, 노래 프로그램은 몇 년 전부터 기워 신어온 양말이어서 좀 더 처참했다. 노래 경연 프로그램이 시작되어온 이래 지적된, 게임이 될 수 없는 것을 게임으로 만든 것이 근본적인 문제였다. 원래 엔터테인먼트가 그런 것이지만, 창의력과 자존심이 희박한 시장에서의 엔터테인먼트는 그 사회처럼 퇴행을 거듭했다. <복면가왕>의 조악한 가면은 지금이 2015년이라는 걸 믿을 수 없으며, 원 히트 원더를 다루는 방식은 그래도 7080 음악을 다룰 때는 남아었던 존중마저 없다. 음치가 노래 부르는 건 당연히 웃기다. 하지만 <소문만복래>에 깔깔대던 한국 사람과 당대 한국 사람이 가진 시간의 가치는 달라야 한다. 노래 프로그램의 진보는 소음의 진보였다.

올해의 지성 학생 두 명의 아저씨가 있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중고등학생들이 서울 인사동에서 행진할 때, 그들의 현수막을 발로 걷어차는 아저씨. 한편, 비가 많이 오던 날 국정화에 반대하는 1인 시위 중이던 여학생에게 우비를 사다준 누군가의 사연과 그 여학생에게 우산을 받쳐주던 아저씨. 교복을 입고 거리에 선 학생들은 두 종류의 어른을 만났을까? 어른으로서 이 모든 상황이 미안하고 부끄러울 때, 한 학생이 들고 있는 피켓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저희도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과연 옳은 말. 거리에 나선 학생들은 아는 대로 행동할 줄 알았다. 곧장 지성의 조건이었다.

올해의 슬로건 I.SEOUL.U 덕분에 한참을 웃었다. 검색창엔 ‘패러디’가 연관 검색어로 뜬다. 서울시 관계자는 “3세대 오픈형 도시 브랜드라서 시민들이 원하는대로 변형할 수 있고, 현재 패러디되는 현상 또한 이 브랜드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쎄, 지나친 긍정이야말로 좀 곤란할 때가 있다. “I. SEOUL. U”는 한번에 알겠는 말이 아니다. 설명을 들어야 비로소 알 것 같다. 서울을 동사로 써서 “내가 너를 아주 서울 해버릴 거야! ”로 쓰면 일단은 웃지만, 갑자기 서늘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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