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 왈

<언프리티 랩스타 2>의 미친개, 예지가 콱 물었다. “제 캐릭터가 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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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은 세컨플로어, 귀고리와 초커는 모두 쥬얼카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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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는 카이, 초커는 쥬얼카운티.

곧 나올 솔로 앨범에서도 역시 ‘센 여자’인가요? 어제 커버 찍었어요. 세긴 센데, ‘미친개’나 ‘함부로 해줘’ 할 때랑은 다르게 몽환적인 느낌.

여자 팬이 많죠? 여성 팬이든 남성 팬이든 저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언프리티 랩스타 2>에서의 강한 모습까지도.

<언프리티 랩스타 2>에선 카메라가 돌아가든 말든 예뻐 보이려는 노력, 이른바 ‘예쁜 척’이라고는 안 했어요. 그게 비결 아닐까요? 저도 예쁜 척하는 거 되게 안 좋아해서요. 또 제가 인형처럼 예쁜 얼굴은 아니고요. 사실 피에스타로 활동할 때는 제 얼굴은 왼쪽이 더 예쁘고, 이 각도에서 찍는 게 좋다는 식의 얘기를 해요. 뭐 말할 때도 미리 정리해두고. 그런데 <언프리티 랩스타 2>를 할 때도 그러면 너무 계산적으로 보일 것 같았어요. 또 촬영장에서 카메라가 잘 안 보였어요. 발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런 걸로 카메라 가려놨거든요.

그렇다면 <언프리티 랩스타 2>의 예지야말로 진짜 예지인가요? 음… <언프리티 랩스타 2>는 녹화 시간이 정말 길어요. 첫 화는 40시간을 찍었어요. 제가 24시간 365일 화가 나 있으면 정말 문제가 있는 사람이겠지만, 누구나 맘속에 칼날 하나씩은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나 타이밍이 다른 거죠. 저는 솔직해보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비윤리적이거나 논리에 안 맞는 행동을 하진 않았으니까 많은 분이 공감해주셨겠죠?

화는 내도 억지를 부리진 않았어요. 경쟁 구도를 이룬 수아와의 승부에서 가사를 까먹었을 땐 자진 탈락을 요청하기도 했죠. 억지 부리는 거 싫어해요. 그리고 다 같이 있는 현장에선 그냥 “아, 네네” 하다가 나중에 개별 인터뷰에서 “저건 아니죠”라고 얘기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리고 저는 화가 나면 날수록 좀 더 이성적인 타입이에요.

오히려 화가 났을 때 정신을 차리는 것 같았어요. 느슨하게 있다가도 바짝. 진짜 화 한 번 낼 때도 생각 많이 하거든요. 받아칠 수 있으면 받아쳐봐, 하는 맘이에요. 느슨해 보였던 건, 예를 들어 녹화 40시간 동안 한 30시간은 웃었어요. 그러다 한 10시간 “아 피곤해, 힘들어” 하는 장면을 압축하면 얼마든 그런 모습이 강조될 수 있죠. 물론 그것도 저의 일부예요.

이를테면 1~2화 때는 악역이었죠. 서바이벌 프로그램마다 꼭 있는. 그랬나 봐요. 악역이라곤 생각 안 했는데. 그냥 방송 보면서 “와, 진짜 어지간히 멍청해 보이네” 그랬어요.

이런 생각도 했어요. 카메라 진짜 안 무서워한다. 별로 신경 안 썼어요. 피에스타로 데뷔했을 때만 해도 무서웠어요. 이상하게 나오면 어떡하지? 내 말이랑 다른 의도로 해석되면 어떡하지? 지금은 뭐든 부딪혀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레 겁먹으면 뭐든 절대 안 늘어요. 단점을 안 고치면 문제가 되지만, 그걸 고치면 사람들이 인정해주잖아요. 아, 달라졌다고.

그러니 예지야말로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최적화된 사람 아닌가요? 부딪히고, 깨지고, 다시 일어서고. <언프리티 랩스타 2>는 예지의 성장 드라마 같아 보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출연한 거 후회 안 해요?”라고 누가 물으면, <언프리티 랩스타 2>는 저한테 최적화된 방송이라고 대답해요. 하하. 한마디로 말하면 스물두 살의 예지를 담아내준 프로그램. 1화부터 10화까지 많은 게 바뀌었거든요.

하지만 막바지쯤엔 제작진에 대한 불만도 좀 있는 것 같았어요. 탈락자 리매치 무대에서 이렇게 말했죠. “애초에 짜놓은 각본. (중략) 그 안에서의 나. 그저 주인공을 빛낼 들러리일 뿐. (중략) 뗐다 붙였다 니네 맘대로 다 해봐. 마지막까지 나 절대 복종하지 않아.” 서로 소통할 길이 없었어요. 시간이 진짜 부족했거든요. 예를 들어 디스전을 해요. 끝나자마자 “예지 씨는 도끼 팀 누구는 더 콰이엇 팀. 자, 랩 쓰세요. 내일 공연입니다.” 이렇게 되는 상황이에요. 그러면 디스전 때문에 밤새 연습했는데, 또 랩 쓰고 외워야 하잖아요. 그러다 다음 날 어디 하나 실수하면 제 탓이 되는 거고요. 그건 싫으니까 또 밤새는 거예요. 몸이 너무 힘들죠. 사실 정신적으로는 안 힘들었어요. 3화 때 탈락할 뻔했잖아요. ‘미친개’ 한 날. 그때도 덤덤했어요. 그저 떨어지더라도 하고 싶은 말은 하고 떨어져야지. 끝. 작가 언니랑 무대 끝나고 인터뷰할 때도 “탈락 안 했으니 더 열심히 해야죠”라고 한 게 다였어요.

제작진이 특별히 재미있는 캐릭터라 판단하지 않았을 테니, ‘미친개’ 전까진 분량도 적었고요. 극적인 순간 인터뷰가 너무 딱딱하니까 “예지 씨, 감정 더 넣어서” 같은 얘기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도 연기하라는 말씀이냐고, 지금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제 감정을 얘기하고 있는 거라고 했어요. “정말 화나면 화를 낼 것이고, 기분 좋으면 밝게 웃을 테니 강요하지는 말아주세요”라고도. 그래서 좀 재미없는 애구나, 생각하셨을 수도 있어요. 그러고 나서 이제 진짜 저를 알게 된 거죠. 감정 기복이 일어날 만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으니까.

‘미친개’에선 뭐가 그렇게 화가 났던 거예요? ‘미친개’는 방송 출연 2주 전쯤 썼어요. 좀 막막하던 때였어요. 제가 소속사에 처음 온 게 열다섯 살 때고, 피에스타로 데뷔한 게 2012년인데 지금 스물세 살이거든요.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 내가 하고 있는 게 뭐지? 하는 기분. 웬만해선 남 말에 신경 안 쓰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만큼 했는데 안 되면 안 되는 거야. 그만둬” 같은 얘길 하는 사람들이 너무 늘어나는 거예요. “그만둬”까진 괜찮은데, “다 너 걱정해서 하는 말이야”가 정말 싫었어요. 온갖 나쁜 말은 다 뱉어놓고 자기는 나쁜 사람 아니다, 이거잖아요. 정말 누구 하나 확 물어버리고 싶을 때 30분 만에 완성한 가사예요.

‘미친개’도, 디스전에서도 “그저 내가 최고”라는 식의 섀도 복싱을 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어요. 구체적인 감정과 대상이 그 안에 있었죠. 그래서 항상 얘기했어요. 들으면 찔리는 분들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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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 수트는 맥앤로건, 팔찌는 라베노바.

<언프리티 랩스타 2>에선 화가 날 때마다 랩으로 풀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 틀 밖에선 아이돌 그룹 피에스타의 멤버로 살아야 하죠. 감정이 쌓이면 어떻게 해소해요? <언프리티 랩스타 2> 하면서도 그렇게 막 푸는 느낌은 아니었어요. 디스전을 할 때도 상대였던 수아한테 얘기했어요. 엄청 세게 써 오라고. 욕하라고. 나도 그렇게 할 거라고. 우리 둘 다 멋있게 하면, 설사 한 명이 아쉽게 탈락하더라도 구제될 수 있을 거라고. 시청자들이 봤을 때도 둘 다 승자일 테고. 누굴 꺾는다기보다 같이 살자는 맘이었죠. 다 잘되자고 나온 건데.

과연 예지의 그 독한 디스 랩을 받은 상대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그랬으면 하는 맘이에요. 미션은 미션이잖아요. 어쨌든 프로그램에 나온 이후부터는 선택사항이 아닌 거죠. 의무지. 이 미션은 내가 착해 보이니까 할 거고 나빠 보이니까 안 할 거야, 라는 마음가짐이라면 탈락해야죠. 그런데 또 탈락은 하기 싫잖아요. 그러면 잘해야지.

사실 예지는 제대로 디스 당한 적이 없어요. 수아는 가사를 까먹었고, 트루디는 저격이 아닌 자기 얘길 했죠. 디스 당했어도 안 흔들렸을 거예요. 방송 중 인터뷰 때도 “피에스타 망했다 그러면 기분이 어때요?”라고 물어서 “망했잖아요” 그랬어요. 저는 인정이 빨라요. 하지만 “피에스타 열심히 안 했잖아”라고 말하면 기분 나쁘죠.

<언프리티 랩스타 1>의 우승자는 치타였지만, 사실 가장 수혜를 입은 건 제시일 거예요. 확실한 캐릭터가 있었던 참가자. 예지야말로 그런 경우 아닌가요? 제가 곧 <해피투게더>에 나와요. 이상형 토크 하다가 저를 좀 눌러줄 수 있는 남자가 좋단 얘길 했는데 다른 분들이 “캐릭터예요? 콘셉트예요?” 그러시더라고요. 저는 항상 되묻거든요. “제 콘셉트가 뭔데요?” 그냥 해야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뿐인데. 그게 센 건가?

적어도 촬영장에서 세 보이려 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좋은 결과물을 만들려면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데, 내가 센 척해서 나아지는 게 뭔지. 상대방이 자기를 무서워하길 바라는 건가? 그냥 “쟤 뭐야” 생각할 뿐이잖아요.

하지만 기분파죠? 그렇죠. 무대에서도 그래요. 내려오면 기억 안 나요. 방송 보면서 내가 저랬구나, 알지. 재미있었다는, 그때의 감정만 남아 있어요.

그야말로 본능이네요. 가사를 제가 썼으니 진짜 제 감정이잖아요. 오버 보태서 한 만 번쯤 연습한 가사니까, 툭 치면 나와요. 무대에서까지 가사를 곱씹고 있으면 아무도 제 랩에 공감 못했을 거예요. 그때 몰입해야 되는 건 내 감정인 거죠.

그래서 요즘 기분은 어때요? 계속 좋아요. 기분 좋게 바빠졌으니까. 착착 계단을 오르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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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레코드와 농구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