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향연

이 축제에 술과 음식은 필요 없다. 한 점의 시계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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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은 만능이다. 다만 황금으로 만든 것들이 문제다. 금을 위해 금으로 만든, 한마디로 목욕탕의 뜨끈한 금목걸이 같은 물건. 그러니까 급전을 위해서라면 아무 미련 없이 그것들을 녹여 팔 수 있는 것이다. 금은 가치가 아닌 속성으로 다가갔을 때 빛을 발한다. 부드럽지만 강하고, 공기 중에서 결코 산화되지 않는 그런 금속적 성질. 오데마 피게가 SIHH 2016을 통해 공개한 뉴 로열 오크 퍼페츄얼 캘린더 옐로우 골드는 바로 그런 접근 아래 만들어진 시계다.

ROYAL OAK QP

오데마 피게는 소재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시계 제작에 접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대표적 모델인 로열 오크 역시 스테인리스 스틸을 정교하게 가공한 점에서 그 영광을 시작한 시계. 그러니 이 로열 오크가 전에 없던 황금 본연의 색을 입은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설레는 일이다. 면면을 따져보니 그 설렘은 확신으로 바뀐다. 노을, 태양, 아니 어쩌면 이 모든 것을 담은 하나의 풍경. 탐욕이나 진부함의 상징과도 같았던 금색 시계가 이리도 엄숙해 보인 적이 있던가? 그랜드 타피스리(Grande Tapisserie)라 이름 붙은, 사각 형태의 다이얼 장식 패턴은 그에 한 몫을 했다. 다이얼에는 퍼페츄얼 캘린더 시계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장치들이 마련됐다. 요일, 월, 날짜 표시는 물론 1955년 오데마 피게가 최초로 손목시계에 도입한 윤년 표시 기능은 12시 방향에, 문페이즈 창은 6시 방향에 위치했다. 뿐만 아니라 1년 52주의 시간을 알리는 숫자가 다이얼 가장자리에 위치, 사용자의 편의를 충족시킨다. 시계 뒷편에는 41mm 신형 케이스에 최적화된 칼리버 5134의 움직임을 눈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적용했다.

 

디자인적인 면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라면 자클린 디미에가 1984년에 만든 최초의 로열 오크 퍼페츄얼 캘린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과거의 유산이 오늘의 방식으로 재해석된 셈. 그래서 이 시계는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한 점 부족함이 없다. 다만 그 광채에 정비례한 아름다움이 넘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