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 오해와 진실

바bar라는 단어 앞에서 머릿속이 좀 복잡해진다. 어젯밤 술을 마신 그곳은 바였을까, 아니었을까? 술을 섞어주는 사람은 모두 바텐더일까? 칵테일 한 잔에 이 가격이 괜찮은 걸까? 지금 우리나라 바를 둘러싼 휘청거리는 논제를 풀기 위한 대담을 열었다. 바의 문제점부터 바텐더의 양심까지 모두 도마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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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플레어 바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바Bar는 어떤 이미지일까? ‘싱글 몰트위스키’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 바bar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을 먼저 떠올릴까? 형광색 술을 마시며 다트게임을 즐기는 사람에게 바Bar는 어떤 음악을 트는 곳일까?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바Bar는 제각각 다른 그림을 하고 있다. 여종업원이 ‘양주’를 함께 마셔주는 곳을 바Bar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디펜던트 보틀러’라는 말이 유행가 제목처럼 자연스러운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부터 이 지면에 기록하는, 바 업계 전문가 여섯 명이 나누는 대담은 이 모두를 독자로 상정하고 시작하려고 한다. 업계에만 통용되는 깊숙한 이야기부터 10여 년 전 바 업계를 둘러싼 케케묵은 사례까지, 어쩌면 좀 길어질 수 있는 대화를 모두 싣는다. 왜냐하면 그동안 바Bar는 주변으로 흩어진 개념들을 같은 실에 제대로 꿰어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와인처럼 아주 새로운 주류가 새로운 문화와 함께 국내에 도입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주류 문화와 새로 유입된 바 문화가 한데 뒤엉켜 굴러가고 있는 모양에 가까웠는데도 말이다. 조금씩 틀어진 기찻길 레일처럼,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만 뻗어나가고 있었을 뿐 서로의 구획도, 서로의 다름도 정의된 적이 거의 없다. <GQ>도 바와 관련된 기사를 작성해왔지만 늘 최신 이슈를 소개하는 쪽이었다. 처음부터 밭을 새로 일군다는 마음으로 바 업계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뒤집고 엎고 골라내고 헤집는 마음으로 대화했다. 그래야 흥미도 재미도 싹틀 테니까. 바 초보자와 바 전문가가 서로 다른 양극단에 떨어져 있을지언정, 적어도 같은 척도 위에 있었으면 하는 것이 이 기획의 시작이다. 지금 서울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르 챔버’, ‘볼트 +82’, ‘커피바 K’, ‘스피크이지 몰타르’, ‘루팡’ 등은 ‘싱글 몰트위스키&칵테일 전문 바’다. 이름이 길어진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전문 바는 싱글 몰트위스키와 칵테일을 양대 축으로 두는 독특한 형태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양주’를 파는 룸살롱이나 ‘모던 바’와 구별 짓기 위해 싱글 몰트위스키가 바의 중심으로 등장했고, 싱글 몰트위스키 전문 바가 많아지면서 칵테일이 다시 한 번 전문성과 차별화의 도구로 기능했다. 그리고 지난 2013년부터 ‘싱글 몰트위스키&칵테일 전문 바’가 급증하기 시작해 지금은 대략 180개(싱글 몰트위스키 20종 이상 판매 기준, 한국칵테일위크 집계)로 늘었다. 2013년부터는 성장 폭이 2배씩 뛰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청담동에 5개 바가 새로 문을 열고, 연남동과 한남동의 바 상권도 계속 팽창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이 딱 좋을 때다. 손님들도 바의 문턱을 넘어 술 자체를 유흥으로 즐기기 좋고, 바도 기능적, 직업적 전문성을 다지기에 적절한 시기다. 요동치는 물결에 몸을 실어온 여섯 명의 바 전문가가 더 단단한 바를 만들기 위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담 참가자

 

바bar라고 이름 붙은 술집 중엔 ‘모던 바’, ‘토킹 바’도 많다. 실제로 업장 수도 어마어마하고. 그간 <GQ>가 다뤄온 ‘싱글 몰트위스키&칵테일 전문 바’와는 어떤 기준으로 구별하면 좋을까?

유용석 이전 시대의 바 형태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해방 이후, 주로 미군부대 주변에 스탠드 바가 생겼다. 이후 밴드와 여종업원이 더해지면서 유흥주점으로 발전했다. 90년대 이후 패밀리 레스토랑의 영향으로 발전한 웨스턴 바, 플레어 바도 있다. 웨스턴과 플레어는 칵테일 위주의 바다. 그리고 클래식 바는 한동안 호텔 안에서만 존재했다. 이후 당시 유행하던 인테리어 트렌드를 따라 ‘모던 바’가 등장했는데 이는 위스키를 중심으로 한 ‘양주’ 위주의 바였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칵테일 바와 위스키 바가 분리되어 발전했다.

김봉하 모던 바와 토킹 바는 다른 개념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모던 바는 웨스턴 바 스타일과 구분하기 위해 인테리어가 ‘모던’하다는 뜻으로 이름을 붙인 곳이다. 그게 퇴색하면서 지금은 여종업원이 나오는 토킹 바와 비슷해져 혼란이 생긴 듯하다. 그런데 지금와서 바의 형태를 꼭 구분 지어야 할까? 음식점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처럼, 굳이 구분 짓지 않아도 유행에 따라 저절로 추려질 것이라고 본다.

안성진 다른 선택지를 몰라 모던 바, 토킹 바에 가는 경우도 많다. 지금도 그렇지만 90년대 이전에는 유흥업소에 ‘바’라는 간판이 많이 붙어 있었다. 같은 바bar라도 서로 어떻게 다른지 선을 짚어주고 정의를 내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유용석 물론 피아노를 틀면 피아노바이고, 재즈를 틀면 재즈 바다. 이미 애매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가 지금이라도 바bar라는 단어를 놓고 서로의 영역을 쟁취하려는 싸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에게 분별을 주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박성민 실제로 바텐더로 일하면서 자주 접하는 어려움 중 하나다. 남자 손님들이 “왜 여기엔 여자 바텐더들이 없어요?”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우리는 ‘칵테일 바’라고 설명한다.

‘모던 바’에서도 간단하게나마 칵테일을 만들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니 ‘칵테일 바’라는 말도 충분한 단어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싱글 몰트위스키& 칵테일 전문 바의 경우 ‘바’라는 단어가 아닌 새로운 용어를 생각해볼 수도 있는 걸까? 새로운 단어가 새 문화를 견인할 수도 있는 거니까.

유재광 그러기는 힘들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에 의해 들어온 문화이기도 하고. 외국과 ‘바’ 문화를 공유하는데 우리만 다른 단어를 쓰기도 힘들다.

유용석 일본에서는 어느 정도 단어의 차별이 있는 듯하다. 이자카야도 있고 캬바쿠라도 있고.

유재광 그렇게 따지면 우리도 주막, 포차 같은 구분이 엄연히 있긴 하다.

유용석 하지만 일본보다 더 혼란스럽다. 소주 바나 와인 바처럼, 술을 그럴싸하게 포장할 때 ‘바’라는 용어를 마구 갖다 붙인 경향도 있고. 그런데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당시 아무도 구분의 잣대를 들지 않았다.

용어로 구분이 힘들다면, 전문 바텐더의 존재 여부로 구분할 수 있지 않나? 그렇다면 전문 바텐더는 어떤 사람일까?

유재광 “바텐더가 무슨 뜻인가?”가 아니라 “요즘 시대에 어떤 사람을 바텐더라고 할 수 있을까?”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바텐더는 바bar를 텐더(tender, 부드럽게)하게 하는 사람인데, 이 역할이라면 ‘토킹 바’의 바텐더들이 훨씬 더 잘한다. 그런 의미를 넘어서는 정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한별 바텐더가 세일즈에 집중하는지, 술과 손님을 연결하는 데 집중하는지에서 차이가 난다. 농담 따먹기로 손님을 충족시키고 그들의 지갑을 여는 데 집중하는 바텐더와, 술에 대한 지식을 매개로 손님에 집중하는 바텐더는 엄연히 다르다.

유용석 바텐더의 인성이나 서비스는 객관화할 지표가 없다. 그건 기본 소양이다. 바텐더라면 당연히 술을 만드는 역량이 중요하다. 조주기능사 같은 자격증이나 그에 준하는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

김봉하 조금 다른 이야기로 빠지는 것 같지만, 조주기능사는 사실 모순이 많은 제도다. 법적으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고등학생들이 조주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있다든지, 바에서 근무하는 바텐더인데 조주기능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꽤 많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말이다. 이 자격증 자체가 많이 대중화됐고, 요즘은 일반인들도 많이 딴다. 전문 바텐더를 구분할 때, 바텐더가 술을 많이 알고 잘 만드느냐는 중요하지만, 이 기준마저도 사실 되게 애매하고 범위가 넓다.

공신력 있는 대회, 이를테면 디아지오에서 주최하는 ‘월드클래스’와 같은 바텐더 대회가 전문 바텐더를 규정하는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을까?

유용석 아니다.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자동차 운전면허 따는 것과 카레이스에서 우승하는 것이 같을 수 없듯이 말이다.

유재광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기관에서 인증을 받았는지, 대회에서 상을 받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바 업계 사람들이, 수입사 직원들이, 바텐더 선배들이 인정해주는 사람이 전문 바텐더라고 볼 수도 있다.

김봉하 일본에서는 실제로 그런 식으로 바텐더의 구도가 재편되기도 한다. 두 개의 ‘라인’이 있는데 자기 라인이 아니면 인정을 안 해주는 풍토도 있다.

이한별 해외의 바 신Scene에도 비슷한 맥락이 있다. 전문 바텐더에게 어디 출신인지, 어떤 바에서 일을 했는지가 매우 중요해졌다. 요즘 바텐더들이 대회보다는 이름 있는 바장에서 인정받기를 더 원한다는 말을 들었다.

유재광 그 바를 인정해주는 건 소비자다.

김봉하 다 같은 이야기다. 소비자가 인정하면 비즈니스가 좋아지고, 그러면 그 바에 대한 주류회사의 신뢰가 쌓일 거고, 그렇게 유명해진 바에 몸 담은 사람들이 빨리 성장할 확률이 높고, 바 밖에서의 다른 일을 할 기회가 많아진다. 자연스럽게 바텐더의 역량이 향상 된다.

유용석 이 지점에서 바의 ‘트렌드’가 형성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의 바, 한 명의 바텐더가 3천 명의 제자를 만들어낸다고 치자. 일본은 바텐더가 30년 동안 일을 하니까 이게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그 바의 스타일이 정형화되고, 트렌드가 되고, 그렇게 트래디션(전통)이 된다. 더 나아가면 유파를 형성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바도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그 바 출신 바텐더가 수십 명 나올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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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하 바텐더를 중심으로 2000년대 후반에 등장한 ‘믹솔로지Mixology’도 일종의 유파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당시 ‘믹솔로지’의 영향으로 모히토 칵테일이 유행하기도 했다. 당시 청담동이나 홍대 술집에 가면 메뉴에 모히토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확인했다. 모히토 한잔의 맛으로 얼마나 트렌디한 술집인지 판가름했던 기억이 난다.

김봉하 바텐더든 믹솔로지스트Mixologist든 하는 일은 똑같다. 그 당시 소비자들에게 칵테일 문화를 전달하기 위해선 좀 더 감성적인 코드와 카테고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믹솔로지라는 새로운 단어를 전면으로 가져왔다.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보자는 생각도 있었지만,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방편이기도 했다. 그리고 신선한 과일과 허브를 머들링해서 칵테일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실 모히토는 믹솔로지 칵테고리에 들어가는 칵테일은 아니었지만, 바에서 민트가 들어간 신선한 칵테일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이슈가 되면서 모히토가 인기를 끌었다. 손님들이 “풀 들어간 칵테일 주세요”라고 말한 기억도 난다.

유용석 김봉하 바텐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90년대 들어서면서 스탠드 바가 완전히 유흥업소화됐고, 92년에 패밀리 레스토랑을 통해 들어와 성행했던 플레어 바는 2000년대 중반쯤 새로운 이슈가 없어 정체되고 있었다. 이때 믹솔로지는 칵테일 분야에서 굉장히 신선한 이슈를 만들어냈다. 그게 해외 트렌드와도 잘 맞았고. 그리고 그 즈음 싱글 몰트위스키 전문 바가 조금씩 태동을 준비했다.

2013년에 시계를 맞추고 그 당시에 대해서 몇 가지 이야기를 더 했으면 좋겠다. 바 업계에선 2013년이 변환점이다. 한남동에 있는 세 군데의 바, ‘스피크이지 몰타르’, ‘볼트+82’, ‘커피바 K’ 가 동시에 인기를 얻으면서 대중화의 물꼬를 튼 시점이니까. 이 가운데 한 곳을 처음 가보고 본격적으로 바 문화를 즐기기 시작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당시 잡지 매체나 일간지에서도 싱글 몰트위스키&칵테일 전문 바(이하 ‘바’로 표기) 열풍에 대해서 제법 보도했는데, 당시 열풍의 원인을 여성 소비자들이 움직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좀 표피적인 분석인데, 업계에서는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하다.

유용석 싱글 몰트위스키와 클래식 칵테일을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한 바가 ‘커피바 K’다. 그때 ‘커피바 K’ 손님의 반 이상이 여자였던 건 맞다. 바는 술을 마구 퍼마시는 공간이 아니라서, 대중들에게 ‘분위기 좋은 곳’이라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네이버에서 ‘바’ 관련 검색어의 순위를 내면 ‘분위기 좋은 바’가 1위다. 그래서 뜬다고 하는 바에는 여자 손님이 많고 여자 손님이 많으면 뜬다. 이렇게 뜬 바가 인기를 지속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지속성 면에선 여자 손님이 썩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김봉하 세 군데 바의 영향력이 컸다고 본다. 같은 동네에 있었지만 ‘스피크이지 몰타르’, ‘볼트+82’, ‘커피바 K’ 모두 스타일이 각기 다르다.

유용석 2010년대 초반까지 싱글 몰트위스키에 대한 이슈가 계속 커졌다. 그런데 어디에선가 새로운 장이 열리는 느낌은 없었다. 그러다 한남동에서 터지니까 손님들이 그쪽으로 몰려간 것으로 본다. 이 현상을 두고 나는 대기 수요가 터졌다는 표현을 쓴다. 소비자들이 궁금해했던 세계를 한 군데에서 다양한 형태로 재미있게 풀어놨다는 점이 주효했다. ‘스피크이지 몰타르’는 손님의 출입을 제한하는 스피크이지(미국 금주법 시대에 숨겨진 바의 콘셉트를 차용한 형식) 형태로 재미를 줬고, ‘볼트+82’는 싱글 몰트위스키를 2층으로 쫙 쌓아올려 위스키 천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만든 거다.

박성민 덧붙여, 커버차지(바 이용 시 음료 가격과 상관없이 자리에 붙는 추가 금액)를 낼 수 있는 손님들, 200종이 넘는 위스키를 사서 마실 수 있는 손님들이 그 동네에 존재했다. 주머니 사정이랄지, 문화적인 성숙이랄지, 준비가 된 손님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유재광 그런데 당시 한남동 바 성공은 우리가 앞서 말한 전문 바텐더의 성공과는 좀 다른 이야기 같다. 당시 한남동 인근에 투자하던 거대 자본의 뒷받침을 무시할 수 없다. 버틸 수 있었던 자금력이 성공의 큰 요인 아니었을까?

유용석 돈이 있어도 성공하지 못하고 사라진 곳을 숱하게 보지 않았나? 재력만으로는 업계를 뒤흔들 수 없다. 자본 이상의 요인이 있었기에 트렌드를 이끌었다고 본다. 한남동 바의 성공으로 업계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에 집중해보면 알 수 있다.

안성진 두 사람의 의견을 나는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2013년까지는 바가 성공하는 데 오너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 2014년을 넘어서면서,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은 오너 바텐더의 역량과 영향이 커지고 있다. 오너 바텐더의 재량과 기량이 전체 바텐더에게까지 미치고 있고, 그게 업계를 바꾸는 힘이 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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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정말 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았다. 한남동 바가 이슈가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 기회를 바 업계가 잘 받아들였는지도 궁금하다.

김봉하 성공 사례 분석을 많이 했다. 바텐더들이 어떻게 하면 고급 문화를 향유하는 소비자를 유도할 수 있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고 해야 하나? 한남동 붐 이후 청담동에 있는 바들도 바뀌기 시작했고, 커버차지를 요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고, 어마어마한 길이의 위스키 리스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커피바 K’ 청담을 제외하곤 위스키 라인업이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았고, 보드카 2~3종으로도 충분히 장사를 했는데, 2013년 이후 바들이 두툼한 술 리스트를 무기처럼 갖추기 시작했다.

유용석 그 이후 바의 캐릭터, 바의 콘텐츠가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오너 바텐더가 그래서 중요해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루팡’이나 ‘르 챔버’ 같은 바들이 앞서나갔다고 생각한다.

이한별 그걸 ‘바 프로그램’이라고 부르고 있다. ‘르 챔버’는 바텐더 팀 시스템과 바 프로그램이 잘 짜여있다. 그래서 손님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확실하게, 통일된 모습으로 보여준다. 갈수록 이런 바 프로그램이 중요해질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진짜 경쟁이다. 올 상반기만 해도 청담동에 굵직한 바가 다섯 개나 더 생긴다. 한남동만 해도 스무 개가 넘는다. 바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차별화가 생존으로 연결된다. 과연 우리나라의 바가 다양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바마다 개성이 뚜렷하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만의 색깔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유용석 깊이 보면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텐더의 캐릭터도 많이 다르고, 실제로 거기서 추구하는 칵테일 방향이 다 다르다. 그런데 바를 겉핥기 식으로 보면 비슷해 보인다. 한 군데 바를 서너 번씩 가고, 또 다른 바를 서너 번 더 가면 각각의 특징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성민 솔직히 겉만 보면 경쟁력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테리어나 모양새가 조금 다른 것뿐, 실질적인 변별력이 없다는 세간의 의견에도 동의한다. 사실 사진으로 찍어보면 인테리어마저도 비슷하다. 나오는 노래도 좀 비슷하고. 하지만 ‘루팡’, ‘르 챔버’, ‘볼트+82’에 앉아서, 바텐더들과 교류하다 보면 그제서야 다른 점이 보인다. 이건 소프트웨어, 그러니까 바텐더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차별점이다. 단적인 예를 들면 ‘볼트+82’의 바텐더는 좀 점잖고 ‘르 챔버’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오센틱 바(아주 정갈하고 클래식한, 일본식에 가까운 바)나 스피크이지 스타일처럼 바의 콘셉트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바텐더의 캐릭터가 다양성 측면에서는 더 중요하다는 뜻인가?

박성민 그렇다. 사실 바 업계의 미래가 아주 밝지 만은 않다. 좋은 바텐더가 많이 나온다면, 그 바텐더들이 자신의 영역을 더 깊게 파고 든다면 충분히 다양한 바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이한별 스피크이지 스타일을 우르르 따라 하는 식보다는 바 프로그램을 차별화하는 게 중요하다. 포시즌스 호텔 ‘찰스 H’가 찰스 H. 베이커의 기록을 해석하고 바 전체가 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보다 바가 더 세분화된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식으로 다양성을 추구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 적용하기엔 불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LA를 중심으로 퍼진 티키바 (폴리네이산 문화와 카리브 해의 영향을 받아 럼 위주의 이국적인 칵테일에 집중하는 바)나 뉴욕에서 퍼져나간 아가베바(데킬라, 메즈칼 같은 아가베 스리핏을 위주로 하는 바)처럼 한 가지 분류에 집중하는 형태의 다양한 바의 예시가 될 수 있다.

김봉하 그런 시도들이 통하려면 소비자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4~5년 전에 싱가폴을 갔을 때만 해도 “얘네 별거 없네” 였다. 근데 몇 년 뒤 깜짝 놀랐다. 땅덩어리가 작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의 관심과 트렌드 파급력이 엄청났다. 이런 환경에서는 럼 바나 진 바 같은 형태도 생길 수 있고, 바의 카테고리가 세분화될 수도 있다.

안성진 그 변화를 위해선 바텐더들이 나서서 소비자를 리드하고 가이드해야 한다.

이한별 맞다. 소비자가 요구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단 바가 전달자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

안성진 트렌디한 정보를 다루는 잡지와 같은 미디어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결국은 바텐더의 역할이 가장 필요하다. 지금의 연남동 바 문화처럼 바텐더들이 모여서 연대하고 서로 고민하는 식도 좋다. 이렇게 바가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수요가 커지지 않은 채 바만 많아질지도 모른다.

김봉하 바카디에 소속돼 지난 6년간 거의 소비자 칵테일 클래스를 1천 번 넘게 진행했다. 피드백을 받아보면 모두가 칵테일에 관심이 많고 칵테일을 맛보고 싶어 한다. 그런데도 바에 들어서기까지 장벽이 많다. 소비자 시각에서 즐길 수 있는 바의 콘텐츠들이 부족한 것 아닐까?

싱글 몰트위스키와 칵테일을 모두 다루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바보다는 칵테일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바가 소비자에게 다가가기가 좀 더 쉽지 않을까?

안성진 일반 칵테일 바는 확실히 문턱이 낮다. ‘무제한 칵테일 바’ 같은 곳도 많다. 물론 칵테일의 품질 차이는 있겠지만, 바 문화를 접해본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유용석 칵테일에만 집중하는 전문 바가 나온다면, 아마 수익성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다. 칵테일은 대량으로 팔지 않으면 수익이 나지 않고, 그렇게 되면 바텐더의 영향력이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 지금 전문 바에서 싱글 몰트위스키 판매를 놓지 않는 것도 바로 이 수익 구조 때문이다.

박성민 ‘르 챔버’의 경우에도 현재 전체 매출의 약 70퍼센트를 싱글 몰트위스키가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한 25퍼센트 정도가 칵테일, 또 나머지 5퍼센트가 음식이다. 그런데 오히려 팔리는 잔 수를 세어보면 칵테일이 훨씬 많다. 언제나 칵테일 손님이 훨씬 더 많았는데, 수익은 반대다.

싱글 몰트위스키의 판매에 의존하면 바텐더는 갈증이 있지 않을까? 바나 바텐더가 개성과 존재감을 내세우기도 어렵지 않나?

유용석 그건 싱글 몰트위스키의 세계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싱글 몰트위스키로도 충분히 업장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일본의 바를 예로 들면, 그곳도 우리처럼 글렌리벳 위스키가 비슷한 종류로 갖춰져 있다. 그런데 생산년도가 20년대, 50년대, 60년대로 다양하다. 똑같은 12년인데 올드 몰트 12년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매출에만 신경 써, 빠진 품목만 채우는 식으로 싱글 몰트위스키를 구비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칵테일만으로는 바 운영이 정말 힘들까? 칵테일에 집중한다면 앞서 말한 다양한 형태의 바를 만들기도 용이할 것 같다.

이한별 해외에선 ‘칵테일 긱geek’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갈수록 칵테일과 그 맛에 집중하는 손님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니즈가 없진 않은데….

유용석 맞다. 우리나라에서도 칵테일 ‘덕후’가 등장할 때가 됐다. 칵테일은 이미 대중화를 거친 음료다. 본격적인 시대가 열린다면 지금이다.

칵테일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기존보다 더 좋은 재료를 쓰고, 더 공들여 만들고, 역사와 스토리를 탐구하는 ‘크래프트 칵테일’이 해외에서 부상했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도 ‘크래프트 칵테일’이 화두였고. 이를 놓고 바텐더들 사이에서도, 손님들 사이에서도 혼선 아닌 혼선이 있는 것 같은데?

유용석 최근 어떤 손님이 바에 와서 “이 바는 크래프트 파예요? 클래식 파예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양립되는 구조가 아닌데, 잘못 알고 있는 거다.

이한별 크래프트 칵테일이라는 말은 일종의 ‘운동’이다. 개념이고 방법론이고 철학이다. 그 개념을 기반으로 글라스, 칠링, 얼음, 좋은 품질의 스피릿, 신선한 재료, 조주법, 칵테일의 배경 등이 제대로 수반되는 것을 뜻한다. 크래프트 칵테일이라는 칵테일 종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크래프트 칵테일은 무조건 클래식 칵테일이어야 할 이유도 없다. 크래프트 칵테일 운동 자체가 본질로 돌아가자는 것이라 클래식 칵테일을 짚어보게 되는 것뿐이다. 클래식 칵테일을 마스터하는 것 자체가 크래프트 칵테일 운동의 중요한 부분이니까.

박성민 크래프트 칵테일이 부상하면서 함께 언급되는 라모스 진피즈나 세즈락은 사실 따지고 보면 그냥 뉴올리언스 지역 칵테일 아닌가? 그냥 클래식 칵테일이다. 그리고 크래프트 칵테일의 방식 자체는 이미 일정 수준의 바텐더들은 다 하고 있었던 내용이다. 바텐더가 칵테일을 잘 만드는 건 당연하고, 손님들은 칵테일이라는 결과물을 받아보는 건데, 그렇다면 세즈락은 분류하자면 클래식 칵테일인 거다. 크래프트 칵테일이 아니라.

유재광 동의한다. 그게 크래프트 칵테일 정신으로 만든 술이라는 걸 손님들이 알 필요가 있을까? 그 정신을 손님에게 전달하면서부터 혼동이 시작된 것 같다. 크래프트 칵테일에 꽂혀 있는 바텐더가 칵테일을 좀 더 잘 팔기 위해서 만든 말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칵테일을 더 비싸게 팔았고, 비싼 이유를 합리화시켰으니, 이건 마케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정신은 바텐더가 가져야 할 문제 아닌가? 그걸 왜 소비자들한테 강요하며 파느냐, 이거다.

이한별 강요한 적 없고, 새로운 것에 대해서 손님들한테 전달하고자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웬만큼 이름난 바에서 나오는 칵테일은 거의 다 크래프트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 근데 크래프트 칵테일이 화두가 된 이유는 그렇지 않은 바도 많기 때문이다. 그걸 짚고 넘어간다는 뜻으로 등장한 ‘운동’인데 우리는 그 단어와 표현 자체에 너무 거리를 두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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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업계가 사실 새로운 시장과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고자 했던 동력으로서 ‘크래프트 칵테일’이 등장한 것 같다. 맞다, 틀리다의 개념이 아니고, 유행이라 모두가 사용해야 하는 단어도 아니다. 앞으로 시장의 움직임 속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무엇을 변화시킬지 두고 볼 일이다.

유용석 단순히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등장한 개념이 아니라 칵테일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칵테일 한잔에도 역사가 있고, 놀라운 이야기도 있고 그러면 소비자들이 칵테일을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점이 중요하다. 만드는 방식이 기존과 다르면 당연히 가치와 가격도 달라진다. 이 업계가 발전하기 위해선 이슈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가짜들은 걸러질 것이다.

크래프트 칵테일 운동으로 칵테일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건 좋은데, 이게 가격 문제로 치환되니 여러 사람이 민감한 건 사실인 것 같다. 바에 들어서기까지 큰마음을 먹었는데, 소비자로선 높은 ‘가격’ 자체가 즐거움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될 때도 있다. 바의 커버차지 문제, 칵테일 가격 등은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유용석 커버차지를 운용할지 여부는 바의 선택이다. 커버차지가 있는 바를 갈지 말지 여부도 손님의 선택이다. 지금 이 두 선택이 맞물리면서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성민 커버차지가 보통 5천~1만원이다. 요즘 손님들은 커버차지를 낼 준비가 돼 있다. 앞으론 양극화라면 양극화가 될 거 같다. 새로 생기는 바 중에는 커버차지를 더 받는 곳도 있을 것이다. 대신 제공하는 서비스가 더 많아지겠지.

김봉하 일본에서는 칵테일 한 잔 먹고 가는 뜨내기가 워낙 많아 커버차지를 시작했다. 실제로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의 자리를 다 뺏는 걸 막기 위해서다. 팁 문화가 없는 나라이기도 하고. 커버차지는 낸 돈이 아까워서 두 잔, 세 잔을 좀 더 즐기고 가게 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 커버차지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개념이 약간 달라졌다. 브랜드 생수를 주거나 구두를 닦아주거나. 그 돈 만큼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유용석 일본 긴자 지역의 바는 거의 커버차지가 있어 젊은 사람들이 드나들기 힘들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어른스러운 바로 변해버렸고, 그러다 보니 바의 유연함이 좀 떨어지는 것이 단점으로 부각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커버차지로 인해 칵테일 가격이 너무 비싸졌다는 아쉬움이 있다. 사실 커버차지라는 가격 문턱을 넘고 나면 칵테일 가격이 그렇게 비쌀 이유는 없는데….

안성진 다양한 고객이 새로 유입되어야 하는데 커버차지가 생기면서 바의 문턱이 높아졌다. 그렇게 이로 인해 더 힘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당장의 수익은 좋아질 수 있지만.

유용석 커버차지 받는 동네와 안 받는 동네가 자연스럽게 구별되어 발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커버차지 제도가 다양한 가격대의 바를 형성하는 하나의 장치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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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민감한 이야기를 해볼까? 바에 자주 드나들면서, 꽤 많은 바가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은 술을 갖추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이건 불법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도 고민이다.

유재광 막아야 할 일이다. 유독 비수입품을 많이 갖다 놓고 프로모션에 이용하는 바도 있는데, 문제다.

유용석 비수입품으로 만든 술을 그 바의 주특기로 삼는 경우도 있다.

김봉하 이 자리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반칙이니까.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칵테일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은 욕심이야 누군들 없을까. 물론 수입되는 주류가 한정적이라는 국내 현실이 있지만, 나는 그 제한 안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끌어내는 게 바텐더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꼭 필요해서 쓴다? 손님들이 찾아서 쓴다? “금연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며 내가 피우고 싶어서 피우는데 무슨 문제 있어?”라는 것과 같은 논리다.

안성진 바텐더들이 연합해 수입사에 요청할 수도 있는 일이다. 싱글 몰트위스키가 처음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몇 가지나 있었을까? 수입사에 끊임없이 요청하고, 수입 물량을 소진할만한 다양한 방편을 연구했다. 지금 이렇게 시장이 확대되고 정식으로 수입되는 위스키가 많은 것은 그때의 노력 때문이기도 하다.

이한별 바가 비수입품을 가져와 그걸 홍보 수단으로 삼는 건 질타를 받아야 되는 건 맞는데, 현실이 가혹한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때로는 그 술이 아니면 절대 만들 수 없는 칵테일도 있다.

유재광 그런 경우라면, 바텐더가 해당 칵테일을 약간 다르게, 트위스트해서 풀어야 한다. 비터가 없으면 만들고, 필요한 술이 수입 안 되면 인퓨징해서 써야 한다. 바텐더들이 암암리에 편하게 비수입품 가져다 썼다면, 이젠 그러지 말아야 할 시기가 됐다. 수입 술의 범위가 꽤 다양해지지 않았나? 일본에서 술 사오는 것도 그만해야 할 때다.

아직도 수입되는 술이 한정적이지 않나? 와인, 맥주 등 주류 업계 전반에 걸쳐 쌓여온 불만이다.

안성진 술이 부족하다는 의견에는 반대다. 바텐더에게 술이 총알인 건 맞다. 하지만 바 초창기만 해도 모던 바와 구색이 비슷할 정도로 술이 없었다. 지금은 10배, 100배는 많이 들어온다. 있는 술로 칵테일을 제대로 만들면, 시장이 커지면서 수입사들이 또 다른 술을 수입할 것이다.

김봉하 작년, 바카디에서 노일리프랏을 수입했다. 꼭 필요한데 수입이 안 돼 바텐더들이 일본 가서 사오던 술이다. 그런데 정작 이게 많이 팔리질 않는다. 수요가 생각보다 적다는 거다.

안성진 수입사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예전에는 창고 비용, 물류비, 수익을 고려해 한 달에 1천 병씩 팔아야 한다는 계산을 세웠다면 이젠 다품종으로, 소량씩 수입했으면 좋겠다.

이한별 오늘의 논의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면 바텐더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힘을 키워야 한다는 점이다.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말 수입되는 술이 다양할까? 지금 수입되는 버무스로 충분한가?

유용석 안성진 바텐더와 이한별 바텐더는 서로 다른 스타일의 술을 판매한다. 안성진 바텐더는 지금 술이 많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이한별 바텐더는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필요한 술이 다르니까.

요즘 칵테일 트렌드엔 비터와 버무스가 중요해졌으니까. 앞으로 이런 칵테일 시장이 커지면 수입사도 움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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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지금 정말 필요한 것을 꼽자면?

이한별 바텐더들이 훨씬 더 많이 교류해야 한다. 지식 공유를 포함해서.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느낌도 강하고 선후배 관계도 딱딱한 편인데 환경 자체가 변해야 한다. 어차피 오늘 나온 여러 가지 문제는 혼자서 해결 못한다.

유재광 셰프들이 해외 가서 오랫동안 수련해 파스타 하나 만들고 1만8천원을 받는다. 그런데 아무런 고민 없이 진에 토닉워터 타서 1만8천원 받는 거 정당한 건 아니지 않나? 외부에서 신랄하게 좀 질타를 해줬으면 좋겠다. 소비자가 됐든 매거진이 됐든. 그게 맞느냐고 물었으면 좋겠다.

박성민 올해도 바는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손님들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그것과 발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 특히 좋은 바텐더들이 성장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점은 이 업계의 위기다. 커버차지도 냈는데 칵테일은 맛이 없고 서비스는 별로인 데다 술에 대해 물어봤는데 대답도 못하는 바텐더? 그러면 손님들이 이 문화에 머물러 있으려고 할까? 나는 강제적으로라도 업계에서 에이스라고 하는 헤드 바텐더들이 확실히 공부하고 연구하는 문화를 끌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지금 후배를 키워놔야지 내가 나중에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유용석 엄청난 공부와 논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바는 하루하루 빠르게 달라진다. 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소비자들이 이런 역동성을 한번 경험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바에 한번 가보라고. 지금 바에 재미있는 게 굉장히 많다고. 오늘 우리가 한 얘기들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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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