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남 100명의 이야기 – 5

2016년 현재, 서울을 생활권으로 혼자 사는 남자들에게 공통 질문을 보냈다. 어디에 살고 있습니까?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혹시 홈웨어가 있습니까? 얼마나 자주 상을 차립니까? 이사를 간다면 어디로 가겠습니까?…. 그들이 방에서 혼자 생각하고 둘러보며 작성한 답을 모았다.

양재동 이크종의 방

이크종 37세, 일러스트레이터/만화가 어디에 살고 있나? 양재동. 포이 사거리와 구룡터널 사이. 볕이 잘 드는 건물 3층 집이 전세로 나와 운 좋게 잠시 살고 있다. 걸어서 3분이면 양재천에 닿는다. 가끔 걷는다. 얼마나 오래 살았나? 1년 반 조금 넘었다. ‘최소 2년은 크게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으로 도심에서도, 반짝거리는 감각과 젊은 촉에서도 한 걸음 떨어져 있는 곳을 찾았다.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늦가을 쯤 창을 열고 살짝 쌀쌀한 공기를 느끼며 손을 움직이는 밤을 좋아한다. 자주 들어오는 사람은? 오랜 시간 같이한 친구들. 술을 준비하고 플레이스테이션을 켠다. 그 집에서 가장 큰 돈을 들인 물건은? 와콤 신티크 22 HD. 3백만원 조금 넘는 가격에 샀다. ‘일하기 귀찮아’ 그러다 고개를 들면 “너 일한다고 이걸 할부로 샀잖니”라고 말을 걸어온다. 혹시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예술 작품이 있다면? 친구들의 작품. 이강훈 작가의 페인팅과 제은경 작가의 아이슬란드 사진. 가장 하기 싫은 집안일은? 침대를 정리하는 일이 고역이다. 누군가를 대접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면? 두루치기 스타일의 제육볶음이나 걸쭉한 김치찌개. 소주 한 잔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메뉴로만 준비한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는 거다. 대형 냉장고 VS. 대형 텔레비전. 무조건 신형 텔레비전. 얼마 전에 플레이스테이션을 샀다. 충분한 답변 아닌가! ‘홈웨어’랄게 있다면? 유니클로에서 산 큰 사이즈의 파자마를 라이너스 담요처럼 질질 끌고 다닌다. 그것도 가을, 겨울의 이야기. 봄이나 여름엔…. 집에 동물이 있나? 내가 있다.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버텨 나간다는 생각을 한다. 2년에 한 번씩 이사, 혹은 읍소를 해야 한다. 나만의 공간을 꾸린다기보다 ‘또 2년 잘 버텨보자’고 생각한다. 만약 이사를 한다면? 첫 번째 후보지는 한남동. 자주 가는 곳이기도 하고 친구가 지척에 살고 있기도 하다. 혹은 은평구 신사동. 6호선이 닿고 한적하고, 어쩌면 조금 더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동네. 지금 그 방은 몇 시인가? 어울리도록 음악을 한 곡 고른다면? 한가로운 연휴 오후. 요즘 작업할 때 자주 듣는 데이비드 보위의 ‘Lazarus’를 틀겠다.

고영범 40대, 회사원, 공중캠프 조합원 어디에 살고 있나? 마포구 연남동. 최근 지은 5층짜리 셰어하우스의 원룸 전세. 어떻게 그곳에 살게 됐나? 공동 생활에 대한 참여관찰(사서 고생)의 의미가 있었다. 느슨하고 적절한 거리감이 있어서 아직까지는 괜찮다. 혹시 소장하고 싶은 예술 작품이 있다면? 좋아하는 몇 권의 책과 몇 장의 음반으로 충분하다. 가장 하기 싫은 집안일은? 먼지를 싫어하는데, 청소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니다. 닮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이가 있나? 최소한으로 살거나 숲 속에서 사는 분들. 집에서 가장 자주 먹는 것은? 누룽지와 간장계란밥. 누군가를 직접 대접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면? 대접이라면, 요리보다는 술. 싱글 몰트와 와인이 항시 대기 중이다. 집에서 마시는 술은? 그러고 보니 집에서는 술을 마시기보다 깨는 데 집중한다. 방향 제품을 쓰나? 잠깐씩 환기를 시킨다.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혼자든 여럿이든, 서울만큼 공간/장소를 둘러싼 난개발, 젠트리피케이션의 과정과 결과(조건과 효과)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있을까. 그럼 2016년 현재, 서울에서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건? 무엇보다 그런 까만 봉지 같은 도시에 구멍을 내기 위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해 보인다. 혼자 하기는 심심하고 역부족이니 함께할 사람/공동체가 필요하다. 지금 뭘 듣나? 설 연휴 마지막 날 새벽 2시. 4월 말 내한이 예정된 키세루의 신곡.

장용석 37세, 그래픽 디자이너 어디에 살고 있나? 이태원과 경리단 중간 어디쯤. 어떻게 그곳에 살게 됐나? 지인이 단독주택을 매입,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2세대 세입자를 찾던 중 던진 가벼운 제안을 덜컥 수락했다.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대청소 후 녹초가 된 상태일 때. 바닥청소용 세제 냄새에 기분이 좋아져 캠핑 의자에 늘어져 앉아 있는다. 자주 들어오는 다른 사람은? 일년에 두어 번 옥상 파티에 오는 친구들이 전부. 그 집에서 가장 큰돈을 들인 물건은? 청담동을 지나던 길에 우연히 가구 매장에서 들렀는데, 4개월 정도 기다리면 디스플레이 가구를 정말 싸게 살수 있다고 해서 USM의 테이블과 수납장을 충동 구매했다. 혹시 소장하고 싶은 예술 작품이 있다면? 로니 혼의 ‘Untitled No.1’ 집에서 가장 자주 먹는 것은? 어머니의 각종 냉동 음식들. 백숙, 곰탕, 우거짓 국등 국물류와 각종 볶음들. 집에서 마시는 술은? 보통 맥주와 와인으로 시작, 와인이 주로 먼저 떨어지는데 그때 소주를 추가, 소맥과 소주를 마시다가 맥주가 떨어지고 소주만 마시고 위스키로 마무리. ‘홈웨어’랄 게 있다면? 오래되어 다 헤진 티셔츠, 고무줄 바지. 언더웨어 없이.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일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마시며 하루하루를 넘기며 겨우 집에 와서 눈만 붙이는 시간이 연속되면서 혼자 사는지 어쩌는지 잘 모르겠는 생활의 연속. 그럼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건? 잠에서 깼을 때, 타인이 보이는 삶.

이재경 34세, 회사원 & 피자펍 운영 거기는 어떤 곳인가? 마포구 서교동 오래된 다세대주택의 14평, 전세.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해 뜨기 직전 시간. 누군가를 직접 대접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면? 술밖에 없다. 요리는 안 한다. 대형 냉장고 VS. 대형 텔레비전. 텔레비전으로 게임을 하고 싶다. 집에서 마시는 술은? 맥주 아니면 위스키 정도. 혼자서 자주 마신다. ‘홈웨어’랄 게 있다면? 파자마 바지를 굉장히 좋아해 예쁜 프린트가 있는 파자마가 네벌 정도 있다. 돌려가며 입는다. 만약 이사를 한다면? 산울림 소극장 근처 작은 건물의 꼭대기 층. 언젠가 인수해 꼭 그곳에서 살고 싶다. 지금 그 방은 몇 시인가? 어울리도록 음악을 한 곡 골라서 튼다면? 저녁 9시. 두스코 고이코비치의 ‘Samba do Mar’ 를 틀고 맥주 한잔.

김승영 37세, 개인사업자 어디에 사나? 종로구 동숭동. 오래된 동네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여기에 산다고 말하기에는 다소 시끄럽고 번잡한 곳.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해 뜰 때. 그 집에서 가장 큰돈을 들인 물건은? 이불. 거위털로 솜을 채운 C&C 밀라노 제품. 소장하고 싶은 예술 작품이 있다면? 조각을 갖고 싶다. 물론 그림도 갖고 싶다. 너무 하기 싫은 집안일은? 설거지. 설거지를 유난히 즐거워하는 사람과 사귈 때가 인생의 황금기였을 줄이야. 닮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이가 있다면? 2~3인의 ‘전문 도우미’를 두고 사는 사람. 방향 제품을 쓰나? 내가 내 방에 향초를 켤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남의 집에 갔을 때 향초를 켜놓고 있으면 확 불어서 꺼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향초를 안 태우려고 한다.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어쩌다 보니 이러고 있는 것. 그럼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건? 딱히 그러고 싶지는 않은 것. 지금 그 방은 몇 시인가? 어울리도록 음악을 한 곡 골라서 튼다면? 새벽 3시. 집 밖에서 누가 아는 노래를 부르며 지나갔으면 싶다.

서솔 34세, 외국계 기업 재무 담당 어디에 살고 있나? 반포동의 작은 원룸에 월세로 살고 있다. 자주 들어오는 다른 사람은? 동네 친구 만규. 어느 날 취해서 말싸움을 하다 “형의 소중한 걸 부숴버리겠다”며 내 빨래 건조대를 부쉈다. 그 집에서 가장 큰 돈을 들인 물건은? 턴테이블 2대와 믹서. 디제잉을 배워보고 싶다. 얼마나 자주 장을 보나? 휴지와 고구마와 샐러드를 사기 위해 주 2회 정도 장을 본다. 누군가를 직접 대접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면? 보쌈. 아침과 밤에 쓰는 그루밍 제품은? 아침엔 사봉의 샤워 오일과 르네 휘테르 샴푸. 저녁엔 간단히 비누로만 샤워. 방향 제품을 쓰나? 아무 향도 첨가되지 않은 초를 피운다.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치르는 비싼 대가. 지금 그 방은 몇 시인가? 어울리도록 음악을 한 곡 골라서 튼다면? 볕이 잘 들어오는 오전 11시. 아트 블래키 & 재즈 메신저스의 ‘Right Down Front’.

김범준 33세, 회사원 어디에 살고 있나? 잠실에 전세로 산다. 처음에 어떻게 그곳에 살게 됐나? 회사가 양재동이라 택시를 타면 15~20분 정도면 출근할 수 있다.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아침에 빛이 잘 들 때 삼전삼거리를 내다보는 일. 자주 들어오는 다른 사람은? 슬프게도 없다. 그래서 변화를 주고 싶을 때면 음악이나 TV나 세탁기를 틀어놓는다. 그 집에서 가장 큰 돈을 들인 물건은? 라이카 X2 카메라. 2백50만원 정도 준 것 같다. 소장하고 싶은 예술 작품이 있다면? 친구 김재훈의 사진 작품을 갖고 싶다. 집에서 가장 자주 먹는 것은? 와인과 치즈. ‘홈웨어’랄 게 있다면? 농구 팬츠. 편하고 부담 없고. 방향 제품을 쓰나? 룸 스프레이와 향초를 쓴다. 요즘 쓰는 향수는 펜할리곤스. 지금 그 방은 몇 시인가? 어울리도록 음악을 한 곡 골라서 튼다면? 밤 11시 3분. 혼네의 ‘Warm on a Cold Night’.

이태원의 최홍준의 집

최홍준 39세, 글로시데이즈 대표. 어디에 살고 있나? 경리단 보석길 중간 즈음. 장진우 거리라고도 불리는 곳. 남 신경 안 쓰는 동네를 찾다 보니 이태원 쪽으로 왔다. 그 집에서 가장 큰돈을 들인 것은 무엇인가? 짐을 가지고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투자한 게 없다. 가장 하기 싫은 집안일이 있다면? 가스레인지 기름때 청소. 지워지지도 않고, 성취감도 없다. 닮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이가 있나? 키아누 리브스. 얽매이지 않는 세계관을 가진 채 자유롭지만 이타적으로 살고 싶다. 돈을 아주, 아주 많이 벌어야겠지만. 집에서 가장 자주 먹는 것은 뭔가? 맥주. 얼마나 자주 장을 보나? 주 1회. 집 앞에서 극소량만 구매해서 바로 다 먹어버린다. 집에서 마시는 술은? 주로 크래프트 비어를 마신다. 안주 없이 맥주 맛을 ‘공부’하면서 마시고 있다. 조만간 꼭 양조도 할 계획이다. ‘홈웨어’랄 게 있다면? 바닥이 차서 슬리퍼를 꼭 신는다. 늘 사용하는 그루밍 제품은? 화장품 사업을 하다 보니 꽤 많이 사용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사용하는 것은 셰이빙 폼, 페이스 워시, 샴푸, 애프터셰이브, 면도날, 샤워젤, 수분크림, 보디크림, 왁스, 스프레이, 선블록. 밤에 들어오면 다시 다른 종류의 샴푸, 샤워젤, 페이스 워시, 인샤워보디로션, 보디로션(악건성이라), 나이트 세럼, 두피 세럼, 수분크림, 피부 진정 크림. 집에 동물이 있나? 혼자 살기 전에는 강아지를 다섯 마리 키웠는데, 이젠 못 키운다. 하지만 가끔 유기견 구호 활동을 하고, 지금까지 네 마리를 입양시켰다. 집에 식물이 있나? 지금 운영하는 ‘글로시데이즈’ 이외에도 ‘꾸까’라는 플라워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를 같이 설립했다. 처음에는 집으로 꽃을 받았는데 거의 집에 없다 보니 잘 죽어서, 지금은 회사에서 받는다. 회사에 두면 다른 사람들이라도 돌보니까.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어떤 건가? 자유의 대가는 매우 비싸다. 지금 그 방은 몇 시인가? 어울리도록, 음악을 한 곡 골라서 튼다면? 새벽 1시. The xx의 ‘VCR’이나 데미안 라이스의 ‘Delicate’.

김민준 33세, 코오롱스포츠 기획MD 어디에 살고 있나? 한남오거리의 10평 남짓한 오래된 아파트.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퇴근 후 아버지가 물려주신 빈티지 오디오의 전원을 켤 때. 그 집에서 가장 큰돈을 들인 물건은? 카페트. 3년 전 모로코 여행 중, 전통 카페트 아뜰리에를 방문했다가 너무 맘에 들어서 샀다. 한화로 약 70만원. 핸드메이드 낙타 울 카페트다. 집에서 가장 자주 먹는 것은? 바나나, 블루베리, 딸기, 마카다미아, 아몬드, 호두, 치아시드, 꿀 한 수저를 넣고 아침마다 믹서기로 스무디를 만든다. 얼마나 자주 장을 보거나? 주 1회. 스무디 재료를 사야 한다. 대형 냉장고 VS. 대형 텔레비전 냉장고. 요즘 요리를 자주 해먹는다. 집에서 마시는 술은? 힘든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이 들면 집에 가는 길에 기네스 한 캔을 산다. 와인을 마실 때도 있다. ‘홈웨어’랄 게 있다면? 얼마 전에 본 유나이티드 애로우의 파자마가 눈에 아른거린다. 즐겨 쓰는 밤에 쓰는 그루밍 제품은? 수분크림 대용으로 뉴질랜드산 태반 크림을 쓴다. 무향무취에 보습과 수분 공급 등 기본적 기능에 충실하다. 집에 식물을 키우나?

커티스 25세, 문화 관련 마케팅 어디에 살고 있나? 녹사평역 근처에서 월세로, 방 2개짜리 집에 산다. 성인이 된 이후로 줄곧 혼자 살았다. 6년째다. 자주 들어오는 다른 사람은? 음악 좋아하는 친구들이 자주 오는 편이다. 올 때마다 디제이 워크샵을 하는 분위기가 된다. 그 집에서 가장 큰 돈을 들인 물건은? 일단 레코드 컬렉션. 얼마를 썼는지 감도 안 잡힌다. 그리고 꽤 비싼 믹서인 E&M DJR400. 소장하고 싶은 예술 작품이 있다면? 음반을 예술작품으로 간주한다면, 정말 많다. 닮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이가 있다면? 혼자 사는 건 아니지만, 엄마. 엄마는 주변의 모든 걸 깨끗하게 만들어놓는다. 누군가를 직접 대접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면? 지중해 음식. 그게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의 음식이니까. 집에 식물을 키우나? 더 넉넉한 공간에서 살게 되면 올리브 나무를 한 번 키워보고 싶다. 그런데 한국에서 올리브 나무를 키울 수 있나?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서울은 결코 외로워질 일이 없는 도시다. 모든 관계가 촘촘히 이어져 있는 곳이니, 어디서든 친구를 만나고 집에 초대할 수 있다. 만약 이사를 한다면? 해방촌과 이태원 근처에서 몇 년을 살았는데, 요즘 이 동네는 완전히 관광지 같다. 특히 여름엔 거의 명동을 방불케 한다. 결정적으로 맛있는 한국 음식점이 드물다. 곧 이사를 가게 될 것 같다. 지금 그 방은 몇 시인가? 어울리도록 음악을 한 곡 골라서 튼다면? 월요일 밤 10시. 퓨처 비트 얼라이언스의 ‘Mode 3’를 듣고 있다.

윤석영 27세, 회사원 어디에 살고 있나? 서초동. 열 평이 채 안 되는 작은 원룸.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이른 아침에 해가 어스름하게 올라올 때. 요즘은 겨울이니 6~7시쯤. 하루를 일찍 시간하면 시간을 번 기분이 든다. 그 집에서 가장 큰 돈을 들인 물건은? 턴테이블과 그 외 음악 관련 장비들일 텐데, 대단히 비싸다고 말하긴 어렵다. 요즘은 레코드를 사는 데 돈을 많이 쓴다. 종종 약품을 발라 천으로 LP 표면을 닦을 때 정말 기분이 좋다. 너무 하기 싫은 집안일은? 침대 밑 청소. 뭔가 전혀 예상치 못한 게 끌려 나올까봐 겁난다. 동전이라면 좋겠지만, 안 좋은 추억이 있는 물건이라면…. 닮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이가 있다면? 노홍철. 인테리어 취향보다 태도가 부러웠달까. 누군가를 직접 대접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면? 대접할 정도의 요리는 없다. 대신 술을 많이 가져다놓는 쪽으로…. 방향 제품을 쓰나? 욕실에도 커피 찌꺼기를 모아둔 정도. 샤워할 때도 물로만 씻는다. 그게 내 피부에 제일 잘 맞는다. 아, 여름에는 샤워코롱을 쓴다. 집에 식물을 키우나? 얼마 전부터 바질을 키우기 시작했다. 씨를 심고 싹을 틔우긴 했지만 사실 거의 죽어가고 있다. 긴 휴가를 다녀온 탓에 신경을 못 썼다.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편하지만 심심한 일. 집은 정말 편해야 된다. 아주 조금이라도 일이란 생각이 드는 것들을 처리해야 된다면 무조건 회사나 근처 카페로 나간다. 만약 이사를 한다면? 창이 더 크고 높은 집. 햇빛이 잘 들어와야 식물도 키우고, 내가 좋아하는 아침도 더 즐길 수 있을 테니까. 지금 그 방은 몇 시인가? 어울리도록 음악을 한 곡 골라서 튼다면? 저녁 9시. 퀸시 존스의 ‘One Hundred Ways’.

류한우 34세, <무신사> 에디터 어디에 살고 있나? 동대문구 휘경동의 원룸. 거기 얼마나 오래 살았나? 이사한지 곧 3년이 된다. 원래 친누나들한테 이어받은 투 룸 빌라에 살았는데, 혼자 생활하기엔 좀 넓고 정리도 힘겨워 원룸으로 옮겼다. 조용하고 깨끗한 정사각형 구조라 별다른 고민 없이 선택했다.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퇴근 후 자기 전까지 기타 연주를 연습한다. 그 시간이 제일 좋다. 집에서 가장 자주 먹는 것은? 기타 연주, 수면, 세신을 제외하곤 집에서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책을 읽을 때도 가까운 카페로 나간다. 누군가를 직접 대접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면?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여 갓 지은 밥 한공기와 내줄 준비는 언제든 되어 있다. 하지만 아무도 부르지 않는다. 집에 식물을 키우나? 비슷한 게 있긴 하다. 부모님이 언젠가 숯덩이를 가져다놓고 가셨다. 지금 그 방은 몇 시인가? 어울리도록 음악을 한 곡 골라서 튼다면? 새벽 1시가 좀 넘었다. 데이비드 보위의 ‘Starman’을 심심풀이로 커버해보고 있다.

장준혁 34세, 이직 준비 중 거기는 어떤 곳인가? 신촌역과 광흥창역 중간의 18평 확장형 아파트. 남향이라 지금도 집안 전체에 햇살이 들어온다. 단, 고층이라 여름엔 시원하지만 겨울엔 꽤 춥다. 그 집에서 가장 큰돈을 들인 물건은? TV. 영화를 워낙 자주 본다. 하지만 홈시어터는 결혼 전까지 참아보려 한다.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예술 작품이 있다면? 현재 6점의 그림이 걸려 있다. 가장 아끼는 건 어머니의 그림. 진품을 소장하긴 어렵겠지만, 다음에 구입하고 싶은 작품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다. 집에서 가장 자주 먹는 것은? 한두 달에 한 번씩 백숙을 끓인다. 좀 더 큰 토종닭으로 해먹기 위해 냄비도 샀다. 손이 빨라져서 한 시간이면 뚝딱 만든다. 얼마나 자주 장을 보나? 주 3회 정도. 살 재료를 정확히 정하고 가는 편이라, 오래 걸리진 않는다. 누군가를 직접 대접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면? 양갈비 요리.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쯔란을 뿌린 뒤 약 30분 정도 상온에 재운다. 그리고 양파와 방울 토마토와 함께 구워낸다. 대형 냉장고 VS. 대형 텔레비전 과일이 많다면 냉장고를, 아니라면 텔레비전. 매일 제철 과일을 챙겨먹는다. 텔레비전은 거실에 있는데, 안방에 하나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르면서 ‘집 있는 놈’이란 호칭이 생겨 버렸다. 이후 술자리에서 돈 내라는 눈총을 받는다. 지금 그 방은 몇 시인가? 어울리도록 음악을 한 곡 골라서 튼다면? 오후 4시 24분. 지금은 디어 클라우드의 ‘Silver Lining’가 흘러나오고 있다.

녹번동 이동일의 집

이동일 32세, 공간 디자이너, 아티스트. 어디에 살고 있나? 은평구 녹번동, 4개 층으로 된 독특한 구조의 집.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아침에 햇살이 아름답게 들어온다. 일어나자마자 바라보는 뒷동산이 아름답다. 자주 들어오는 다른 사람은? 이진경, 나의 여자친구이자 곧 결혼할 약혼녀. 그 집에서 가장 큰돈을 들인 물건은? 우리나라 골동품이나 예술 작품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집을 위해서 돈을 들인 것은 아니다. 취미일 뿐.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예술 작품이 있다면? 그래피티 아티스트 안소니 리스터의 대형 캔버스 그림을 구매하려고 1년 전 부터 수소문하고 있다. 너무 하기 싫은 집안일은? 작은 소품 위에 쌓인 먼지 치우는 일, 집 안 이곳저곳 수리하는 일. ‘홈웨어’랄 게 있나? 홈웨어나 외출 옷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그 옷이 그 옷이다. 즐겨 쓰는 그루밍 제품은? 피부 클렌징 브러시를 한 달에 세네 번 사용한다. 집에 식물을 키우나? 사무실이나 집에 식물이 꾀 많은데, 식물은 예술 작품 같은 역할을 해주면서 시각적인 환기를 준다.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서울 안에 있으면 못하는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때론 생각할 시간도 안 주는 것 같아 부담스럽지만. 그럼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건?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 잠시 멈출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무의미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금 여자친구가 그런 역할을 해준다.)

최아론 35세, 포토그래퍼, TV/영화 프로듀서 어디에 살고 있나? 연남동. 레스토랑, 카페, 바와 예술가 기질이 있는 젊은 사람들이 많은 곳. 화교의 비율도 높은 걸로 알고 있다.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저녁식사 전의 시간. 집에서 꽤 많은 일을 하는 편인데, 그런 업무를 어느 정도 끝낸 뒤이기도 할 것이다. 그 시간엔 대부분 여유 있게 저녁을 준비하거나, 레코드를 듣는다. 또 그때쯤 집에 빛이 근사하게 들어온다. 그 집에서 가장 큰돈을 들인 물건은? 레코드 컬렉션. 지금까지 얼마를 썼는지도 모르겠는데, 대체 언제 만족할 수 있을지 가늠조차 안 된다. 위험한 취미다. 디제잉까지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가장 하기 싫은 집안일은? 사실 청소를 즐긴다. 시간이 없을 뿐. 집에서 가장 자주 먹는 것은? 스파클링 워터를 엄청 많이 마신다. 요즘은 피자를 자주 만드는 편이다. 일단 냉장고에 있는 것들을 대중 없이 이것저것 위에 얹어보는데, 신기하게 꽤 괜찮은 맛이 난다. 집에 식물을 키우나? 다 죽었다. 몇 주 이상 넘겨본 적이 없다.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독립을 경험하고, 어른이 되는 법을 배우는 것. 지금 그 방은 몇 시인가? 어울리도록 음악을 한 곡 골라서 튼다면? 새벽 1시 8분 전. 가우시안 커브의 ‘Ride Sounds Great Right Now.’

진현수 35세, 자영업 어디에 살고 있나? 래미안 옥수 리버젠. 전세로 들어왔다가 작년에 샀다. 동남쪽으로, 한강변이 보인다. 재개발된 지역으로 <서울의 달>의 배경이 된 동네다.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아침에 일어나 커피 마시며 베란다에 나가 담배 피울 때. 그 집에서 가장 큰돈을 들인 물건은? 커피 머신. 1백10만원. 꼭 갖고 싶었는데 보너스 대신 받았다. 혹시 소장하고 싶은 예술 작품이 있다면? 무스타파 훌루시의 ‘Extacy Almond Blossoms’ 시리즈. 너무 하기 싫은 집안일은? 베란다 청소.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편이라, 막상 청소하려면 시간이 좀 애매하다. 집에서 가장 자주 먹는 것은? 옥수동 이상진 돈까스. 한 개를 주문해도 빨리 배달해준다. 누군가를 직접 대접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면? 잔치국수와 비빔국수. 집에서 마시는 술은? 예전엔 위스키나 와인을 마셨는데, 다음날 너무 피곤해서 맥주로 주종을 바꿨다.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갖는 것. 그럼 2016년 현재, 서울에서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건? 가능성은 열어두지만, 아직 이른 것 같다. 좀 더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

손영원 음악 채널 ‘Pickasso’ 디렉터 어디에 살고 있나? 성수동의 오피스텔. 혼자 살긴 꽤 넉넉한 크기다. 거기 얼마나 오래 살았나? 군 전역 후부터 5년째 살고 있다. 2년씩 전세 계약을 연장해, 올해 3월에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2년 더 연장할 계획이다.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퇴근 후 새로 나온 곡들을 충분히 큰 볼륨으로 감상하며 딴 짓 할 때. 하루 중 유일하게 자유롭다는 기분이 든다. 그 집에서 가장 큰 돈을 들인 물건은? 음악 관련 장비들. 작년엔 모니터 스피커를 새로 샀다. 가장 하기 싫은 집안일은? 분리수거. 한 겨울엔 건물 외부의 분리수거장까지 가는 길이 너무 춥다. 닮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이가 있다면? 제이 딜라. 혼자 산다는 게 주거 환경에 관한 얘기만은 아닌 것 같다. 혼자 살면서도 온전히 혼자인 시간은 얼마 안 된다. 제이딜라가 삶과 음악에서 혼자가 되는 형식을 동경해왔다. 집에서 마시는 술은? 혼자 마시는 술을 정말 좋아한다. 배달음식의 다양화와 더불어 새로운 주종을 시도해보려던 차다. ‘홈웨어’랄 게 있다면? 최근엔 개량한복 바지에 심취해 있다. 집에 식물을 키우나? 20살 때 술에 취해 회기역에서 산 작은 대나무를 그냥 페트병에 방치해뒀는데, 용케 아직도 잘 살아남아 있다.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물리적, 정신적으로 모두 개인의 공간이 협소한 도시다. 그래서 더욱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지금 그 방은 몇 시인가? 어울리도록 음악을 한 곡 골라서 튼다면? 늦은 새벽. 이 방은 정말 방음이 잘 된다. 새벽에도 저음이 강한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복잡한 사회적 맥락과 뿌리를 ‘뱅어’의 형태로 표현한 모로의 EP <SAN BENITO>를 추천하고 싶다.

목영교 36세, 그래픽 디자이너 어디에 살고 있나? 한남 오거리에서 옥수동으로 넘어가는 길 안쪽 4층으로 된 빌라 3층. 그 집에서 가장 큰돈을 들인 물건은? 4백만원 주고 빈티지 숍에서 가져온 레트로한 무드의 작업 책상과 2백만원에 구매한 마르셀 브로이어의 B32 의자. 직업상 하루의 절반을 지내는 곳인지라 눈도 즐겁고 능률도 오르는 가구로 구성했다. 혹시 소장하고 싶은 예술 작품이 있다면? 댄 플래빈의 라이트 아트와 도쿠진 요시오카의 투명한 가구. 집에서 가장 자주 먹는 것은? 요즘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은 브뤼셀 스프라우트, 끼니마다 해동해서 구워먹는 살치살, 완도 김, 여수 갓김치. ‘홈웨어’랄 게 있다면? 파자마들을 모으는 취미가 있는데 집에서 자주 입진 않는다. 방향 제품을 쓰나? 향이 복잡한 방향 제품은 두통을 유발해서 안 쓴다. 정말 원초적이고 단순한 허브 향이나 우드 계열의 향을 선호한다. 집에 동물이 있나? 현재 길고양이를 잠시 돌봐주고 있다. 천식과 알레르기가 있지만 잠시나마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다른 곳으로 입양을 보내기 전 동거 중이다. 집에 식물을 키우나? 박쥐란과 에어플랜트를 키우고 있다. 드라이플라워들이 화병과 베란다에도 비치되어 있다.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유일하게 외부와 단절될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 그럼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건? 결혼이 아니라면 굳이 누군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 독립적인 공간이 절대 필요한 도시다. 서울은. 파자마들을 모으는 취미가 있는데 집에서 자주 입진 않는다. 방향 제품을 쓰나? 향이 복잡한 방향 제품은 두통을 유발해서 안 쓴다. 정말 원초적이고 단순한 허브 향이나 우드 계열의 향을 선호한다. 집에 동물이 있나? 현재 길고양이를 잠시 돌봐주고 있다. 천식과 알레르기가 있지만 잠시나마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다른 곳으로 입양을 보내기 전 동거 중이다. 집에 식물을 키우나? 박쥐란과 에어플랜트를 키우고 있다. 드라이플라워들이 화병과 베란다에도 비치되어 있다.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유일하게 외부와 단절될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 그럼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건? 결혼이 아니라면 굳이 누군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 독립적인 공간이 절대 필요한 도시다. 서울은.

김임수 32세, 웹진 창간 준비 중 어디에 살고 있나? 용산구 우사단로 다가구주택 1층. 반지하를 벗어나 처음 전세로 살게 된 곳. 그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습도를 60도로 맞추기 위해 제습기나 에어워셔를 켜는 시간. 그 집에서 가장 큰 돈을 들인 물건은? 항상 떠날 준비가 돼 있어 크고 값비싼 물건은 침대 정도다. 무인양품. 1백20만원대. 혼자 사는 사람 중에 닮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이가 있다면? 그게 누구든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닮고 싶지 않다. 집에서 가장 자주 먹는 것은? 이태원 오또OTTO 김밥. 강북에서 최고다. 얼마나 자주 장을 보고 상을 차리나? 상을 차리는 것은 누군가 방문할 때뿐이라 횟수를 가늠할 수 없다. 누군가를 직접 대접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면? 해당 없음. 집에서 마시는 술은? 뭐든 섞는 것이 좋다. 정해진 공식은 없다. ‘홈웨어’랄 게 있다면? 아버지는 말하셨지, 팬티만 입어라. 늘 사용하는 그루밍 제품은? 모르칸 오일 헤어 에센스. 유리아주 립밤. 질레트 면도기. 방향 제품을 쓰나? 산타마리아 노벨라 룸스프레이를 뿌려보고 싶다는 생각만 한다. 집에 식물을 키우나? 엄마가 말했다. 니 사주에 식물 없다. 2016년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산다는 건? 시간을 달리며 버티는 일. 그럼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건? 서울에서 맞는 여섯 번째 입춘은 누군가와 함께이길 바란다. 이사를 한다면? 10년쯤 후엔 이태원1동에서 2동으로 건너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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