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몰랐던 와인 #포트와인

브랜디를 첨가해 알코올 도수와 당도를 올린 ‘주정강화 와인’이 요즘 자주 보인다. 포르투칼의 포트 와인, A부터 Z까지 정리했다.

포트메인
시가 옆 커터는 피에르 시가 PIERRECIGAR.COM, 시가를 올려둔 캐치올은 오뎀 IZOLA.KR, 쇼트 케이크는 몽상클레르 세라비 MS-CLAIR.CO.KR, 아래 펜은 파카 듀오폴드 센테니얼 빅레드 WWW.PARKER.CO.KR

어떻게 만드나? 수송 과정에서 와인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한 술이다. 17세기, 포르투갈에서 영국까지 와인을 이송하는 과정에 브랜디를 첨가하면 험한 뱃길에서도 와인이 버틴다는 것을 발견하고 당도와 도수가 모두 높은 와인을 만들었다. 당시 최대 와인 소비국이었던 영국이 백년전쟁 이후 프랑스로부터 와인 수입이 중단되자 다른 나라의 와인을 공수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켰고, 그 결과 포르투갈 도루Douro 강 상류의 포도밭을 찾아냈다. 이 지역에서는 30 여 종의 토착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었는데, 발효조에 사람이 들어가 발로 포도를 밟아 으깨는 전통 방식으로 양조했다. 전통적인 와인 양조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이 풍경은 포트 와인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물론 지금까지 이 방식을 고수하는 와이너리도 있다. 압착, 발효, 숙성으로 이어지는 보통의 와인 양조 과정에서 포트 와인은 발효 중간에 브랜디를 첨가해 발효를 멈춘다. 셰리는 발효가 끝난 뒤 브랜디를 첨가하는 것과 달리 포트는 발효 중간에 주정을 첨가하기 때문에 알코올로 바뀌지 못한 잔당이 남아 달콤한 맛의 와인이 완성된다. 포트 와인에 들어가는 브랜디는 포도를 갓 증류한 77도의 투명한 술로, 포트 와인의 맛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550리터 발효조의 약 1/5 정도가 브랜디로 채워지기 때문에 그 풍미가 어떻게 와인과 어우러져 숙성되는지에 따라 포트 와인의 품질이 달라지기도 한다.

• 토우리가 나치오날 Touriga Nacional 포트 와인을 만들 때 가장 널리 사용하는 품종. 이 외에 약 30종의 품종을 수확해 함께 발효시킨다. 포트 와인용 품종은 포도알이 작고 껍질이 두껍다.

• 라가르 Lagar 맨발로 포도를 밟아 압착하는, 대중목욕탕처럼 생긴 넓은 사각의 화강암 발효조. 어깨동무를 한 사람이 ‘우리 집에 왜 왔니’ 게임을 하듯 마주 보고 서서 구령에 맞춰 발을 구른다. 약 2시간 동안 이어지고, 이후엔 개개인이 자유롭게 발효조를 돌아다니면서 포도를 밟는다. 이때 음악을 틀고 춤을 추며 파티 분위기를 내기도 한다.

 

포트 와인의 대표적인 네 가지 스타일

1 루비 포트 포트 와인의 대표적인 스타일 네 가지. 루비 포트는 양조 후 2~3년 정도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일반적인 레드 와인 색에 가깝고 과실 향이 두드러진다. 기존 와인 애호가들도 어색해하지 않을, 신선하고 달콤한 포트 와인.

2 토니 포트 루비 포트에 화이트 포트 와인을 섞고 오크통에서 5~6년 정도 숙성된 와인. 10년, 20년, 30년씩 길게 숙성시켜 오크통 풍미를 더 끌어올린 ‘에이지드 토니 포트’는 위스키처럼 고소하고 농밀한 맛이 난다.

3 빈티지 포트 빈티지 포트는 특정 해의 최상급 포도만으로 만든 후 오크통이 아닌 병에서 오래 숙성시킨다. 그래서 과일 풍미가 살아 있다. 고급 빈티지 포트는 50년 이상 병입 숙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와인콜렉터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4 레이트 보틀드 빈티지 빈티지 포트보다 뛰어나진 않아도 작황이 좋은 해의 포도만으로 양조하고 오크통에 5년 이상 숙성시킨 뒤 병입한다. 라벨에 해당 연도를 기재하고, LBV(Late Bottled Vintage)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한다.

 

전문가가 고른 포트

1 테일러 칩 드라이 유럽에서는 화이트 포트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식후주뿐만 아니라 식전주로 즐기기에 좋고 토닉워터를 섞어 칵테일을 만들기에도 좋아서다. 소테른처럼 푸아 그라와도 잘 어울린다. 가정에서 매일 즐기는 방법은 차가운 과일 아이스크림 (특히 레몬 셔벗) 위에 화이트 포트 와인을 한두 스푼 흩뿌리는 것이다. 지금 먹은 칼로리가 모두 뱃살이 된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맛이다. 양진원(< 와인21닷컴 > 와인 전문 기자)

다우 레이트 보틀드 빈티지 포트 11년 전 리스본에서 주재원 생활을 할 때, 나는 와인 문외한이었다. 포르투갈 친구의 권유로 마시게 된 이 와인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잔 밖으로 뛰쳐나오는 농익은 과일, 고소한 견과, 캐러멜, 다크 초콜릿 향까지! 그 이후 이 와인 한두 잔과 구운 아몬드 몇 알로 하루의 피로를 녹이곤 했다. 지금도 초콜릿 케이크나 피칸 파이를 즐길 때면 이 와인을 곁들인다. 김상미(와인 칼럼리스트)

테일러 10년 토니 포트 20도에 육박하는 알코올이나 다크 초콜릿을 녹인 듯한 육중한 바디, 그 농밀한 향을 생각하면 포트는 아무래도 숙성된 것이 좋다. 비싸고 귀한 빈티지 포트야 무적의 상대지만 지갑 사정까지 고려해 타협하면 이 와인을 고르겠다. 에그 타르트, 무화과, 치즈를 한 접시 담아 오면 한 잔이 두 잔 되고, 소리 소문 없이 병이 빈다. 강은영(< 와인리뷰 > 기자)

그라함 20년 토니 포트 NV 섭씨 14도 정도로 차갑게 칠링해 마신다면 다가오는 봄과도 잘 어울릴 토니 포트다. 구수한 견과 향이 올라오고 커피, 스파이스, 캐러멜 시럽의 기운이 복합미를 더한다. 과일 풍미는 상당 부분 사그라들었지만 산미가 있어 존재감은 여전하다. 투명하고 세련된 병 모양도 이 와인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김윤석(< 와인21닷컴 > 와인 전문 기자)

 

포트 와이너리에서의 하루 

포르투는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약 4시간 떨어진 항구 도시다. 도루 강 상류에 있는 포도밭에서 양조한 와인은 강 하류인 이곳에 모여 숙성된다. 포트 와인이라는 이름도 이 지명에서 유래했다. 포르투는 강을 끼고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 덕에 늘 관광객이 북적이는데, 특히 이름난 포트 와이너리가 몰려 있는 언덕에 올라가면 엽서 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대부분의 와이너리가 관광객을 위해 하루 3~4번씩 영어로 투어를 진행하고 있으며, 위치도 서로 근접해 하루에도 3~4개의 와이너리를 둘러볼 수 있다. 그중 한 곳만 방문한다면 레스토랑과 바, 시음이 가능한 특별한 룸부터 판매 숍까지 근사하게 갖춘 그라함Graham 와이너리가 좋겠다. 특히 시음장에 가면 가격에 따라 시음 가능한 포트가 달라지는데 선택지가 아주 다채롭다. 얼큰하게 취한 채 와이너리를 나오면 눈부신 도루 강의 풍광이 해장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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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