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서울의 창

봄이 왔다. 문묘 은행나무가 새잎을 내놓았다. 4백 몇 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한 일. 봄은 서울에도 왔다. 서울의 산에, 서울의 물에, 서울의 길, 서울의 꽃, 서울의 방, 서울의 창, 서울의 몸, 서울의 빛에…. 요즘 서울에 살고 있는 10인의 사진가가 봄을 맞으며 이런 사진을 보내왔다.

허재영, 남산아파트, 2012

서울의 창 동쪽으로 난 창을 가진 이의 아침은 서쪽으로 난 창을 가진 이보다 이르다. 이치가 그렇다. 그럼 서쪽으로 난 창을 가진 이의 하루가 좀 더 길다는 것 또한 이치일까? 그렇진 않다. 그건 감각이다. 창의 마법이다. “이렇게 창이 큰 집에 있으니 정말 좋아요.” 남해에서 고기를 잡는 부모가 힘껏 만들어준 돈으로 얻은 작은 방에 사는 스물 몇 살 대학생은 서쪽으로 트인 큰 창을 보면서 좋아라 웃는다. 어느새 흥분한 것도 같다. “여름에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진짜 좋겠네요.” 그 말에서 창의 핵심을 알아챈다. 창은 다른 곳을 향한다. 무엇이든 거기로 먼저 온다.

이승연, 연남동, 2014
윤송이, 광화문, 2016
민이토, 잠실5단지, 2012
이강혁, Hom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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