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월드 2016 트렌드

바젤월드 2016에서 목도한 시계 트렌드.

 

Baselworld 2016

지난 3월 24일, 지상 최대의 시계∙보석 박람회 바젤월드 2016이 8일의 여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1917년, 전신인 ‘바젤 스위스 견본전시회(Schweizer Mustermesse Basel)가 처음 개최된 이래 꼭 100년을 맞은 이번 바젤월드는 1500여개에 이르는 브랜드의 참가, 14만5000여명에 이르는 관람객의 방문으로 여느 때처럼 문전성시를 이뤘다. 새로운 시계들이 쏟아졌다. 다만 이 시계들을 과거의 시계와 비교했을 때, 전혀 새로운 것이라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이 야박한 평가에는 시계에 눈이 돌아가는 경험을 얻지 못하고 돌아온 일에 대한 과민함이 섞이기야 했지만, 실제 벌어진 현상이기도 했다. 전 세계에 불어 닥친 경제 한파는 모든 산업에 걸쳐 그 성장을 위축시켰다. 이는 시계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변화에서 안정으로 형세를 전환한 것은 이번 바젤월드에 참가한 대다수 브랜드들의 지배적 동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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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시계 수출액 변화에 관한 그래프. 스위스 시계 수출은 지난 해 6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스위스시계산업협회에 의하면 2015년 스위스 시계 수출액은 215억 스위스 프랑, 우리 돈으로 약 25조원을 기록했다. 막대한 금액이지만 실상은 전년 대비 3.3%가 감소한 양, 동시에 6년 만의 하락세다. 시계 브랜드들이 모험을 감행하기 힘들었던 사정은 여기에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시계 시장의 중요 고객이던 중국인들의 소극적 행보도 한몫을 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사치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면서, 2015년 스위스 시계 수입량이 홍콩의 경우 22.9%, 중국 전체로는 4.7%가 감소했다. 최근에는 푸쥔 신화롄(新華聯) 그룹 회장이 한 토론회에서 본인이 착용한 시계가 38만위안(약 7000만원)이라 밝힌 사실이 알려져 대중들의 지탄을 사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위스 시계 브랜드들 역시 그들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이전과는 다른 노선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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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스위스 시계 점유율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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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주요 시장에 관한 스위스 시계 수출액의 변화

 

#창작보다 개작

시계 산업을 둘러싼 정세가 변화함에 따라 브랜드들은 전혀 새로운 모델로 지평을 넓히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쪽을 선택했다. 대중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는 곧 브랜드의 기존 모델이 다른 형태로 출시, 선택지가 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례로 크로노스위스는 그들의 성공작으로 꼽히는 ‘레귤레이터’에 다채로운 색을 입혔고, 브레게는 2011년 출시했던 그들의 기계식 타임존 시계 ‘오라 문디’의 디자인을 간소화한 새 제품을 내놓았다. 이는 이전의 고풍스러운 이미지를  동시대적으로 환기시키는 결과를 낳았으며 브레게의 경우에는 디자인적 요소를 선택적으로 적용, 가격 문턱을 낮추는 효과까지 누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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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 스위스의 ‘시리우스 플라잉 레귤레이터 점핑아워’. 이 모델은 기존 레귤레이터 모델에 비해 과감한 색을 사용했으며, 다이얼 역시 평면적 구성에서 입체적 구성으로 탈바꿈했다.

 

#과거의 재해석

꽤 많은 브랜드가 그들의 지난 발자취를 돌이키기 시작했다. 지나간 과거의 모델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이들이라면 올해를 안식년으로 여겨도 좋다. 롤렉스는 1965년 모델을 연상시키는 새로운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 그리고 1950년대 모델의 레터링을 그대로 간직한 새로운 ‘에어-킹’을 선보였다. 쇼파드의 경우에는 그들의 L.U.C. 컬렉션 최초의 시계 ‘L.U.C 1860’을 재해석한 ‘L.U.C XPS 1860’을 내놓았다.

Oyster Perpetual Cosmograph Daytona
롤렉스는 자체 개발한 모노블록 세라크롬 베젤이 장착된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를 선보였다.

 

#대체

제니스의 CEO, 알도 마가다의 말을 빌려 시계 소재의 주된 흐름을 얘기하자면 ‘금보다 쇠’다. 시계 브랜드는 점점 값비싼 소재에서 스틸 소재로 그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이와 같은 태세 전환은 잠재 고객, 정확히 말하자면 기존의 시계 가격을 감당할 수 없었던 일반 대중을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지라드 페리고 역시 그들의 1966 컬렉션 최초의 스틸 소재 모델을 발표했다. 뛰어난 무브먼트를 좀 더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대체화 작업은 비단 소재 부문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공정 역시도 그 흐름을 따랐다. 과거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했던 것에서 벗어나 일부는 기계에게 맡기며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브랜드가 늘어났다. 이 역시도 시계의 대중성을 높이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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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틀링의 ‘어벤져 허리케인(Avenger Hurricane)’. 이 모델의 경우에는 소재의 대체로 시계 자체가 진보한 경우다. 이 시계에는 브라이트라이트(Breitlight)라 불리는, 브랜드가 자체 개발한 신소재가 적용되었는데 티타늄에 비해 3.3배, 스틸에 비해 5.8배가 가벼운 점이 특징이다.

#인증

시계 브랜드들은 그들이 만든 시계의 기능을 증명하기 위해 새로운 인증 방식을 선보였다. 롤렉스의 경우 2015년에 새로이 정의한 최상급 크로노미터 인증을 올해 전 제품에 걸쳐 적용, ‘롤렉스 그린 실(ROLEX GREEN SEAL)을 부여했다. 반면 오메가는 스위스계측학연방학회(METAS)와의 공조로 이루어진 인증 방식을 도입, 결과물에 ‘마스터 크로노미터’라는 새로운 규격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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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는 시계를 15,000 가우스에 이르는 강력한 자기장에 노출하는 동시에 방수, 파워 리저브 기능, 안정성, 정확도 등에 대한 검사도 함께 시행, 이에 합격한 제품에게만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을 수여한다.

#스마트 워치

스마트 워치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난 해 불가리, 브라이틀링 등에 이어 이번 바젤월드에서는 태그호이어, 티쏘, 마이클 코어스 등이 스마트 워치를 선보였다. 삼성전자 역시 ‘드 그리소고노’와 손을 잡고 ‘삼성 기어 S2 한정판’을 선보였다. 시계의 면면을 살펴보면 시계 브랜드가 그들의 기존 시계 디자인을 스마트 워치에 적용시키기 위해 골몰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시계 브랜드가 애플 등의 IT 기업에서 내놓는 제품과 차이를 두려는 부분이다. 태그호이어의 경우에는 스마트 워치를 구매 후, 일정 기간 내에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그것을 기계식 시계로 교체해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제품 특성상 쉽사리 구식으로 전락하는 취약점을 이러한 방안으로 해소하고자 하는 시계 브랜드의 노력이 반갑다. 스마트 워치에 관한 한 많은 이들이 의문 부호를 붙이고 있는 실정이지만, 누가 알겠는가? 기술의 진보는 세상을 바꾼다. 지금에 와서는 아무도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이용하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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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방식을 적용한 티쏘의 ‘T-터치 엑스퍼트 솔라 NBA 스페셜 에디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