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테슬라

16조원. 테슬라가 보급형 전기차 모델3 판매로 단 일주일 만에 벌어들인 금액이다. 테슬라 모델3의 예약 판매는 사흘째 되던 날 이미 27만 대가 넘었다. 미국 연간 전기차 판매량의 10배였다. 일주일 동안의 계약 대수는 총 32만5천 대에 달했다. 제조업 역사상 단일 제품으로는 일주일 만에 가장 많이 팔았다. 더 놀라운 사실이 있다. 테슬라가 언론에 공개한 프로토 타입을 빼면 모델3은 아직 실체조자 없었다. 양산 규모조차 정하지 않은 상태다. 테슬라는 빨라야 2017년 말에 모델3을 고객에게 인도할 예정이다. 고객에게 조선소를 지을 해변만 보여주고 선박 계약을 수주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 맞먹는 사건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만우절을 하루 앞둔 3월 31일, 테슬라는 모델3을 전격 공개하고 예약 판매에 나섰다. 1천 달러(약 1백14만원)만 온라인으로 결제하면 예약할 수 있었다. 가격은 3만5천 달러, 약 4천만원 정도다. 기존 테슬라의 모델S와 모델X의 절반에서 3분의 1 수준이다. 경쟁사의 전기차 가격과 비교하면 BMW i3보다 싸고 닛산 리프보단 살짝 비싸다.

모델3 신드롬이 미국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테슬라도 어리둥절해할 만큼 한국에서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예약 판매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국내 매체가 모델3 소식을 숨가쁘게 쏟아냈다. 르노삼성 SM3 Z.E.나 쉐보레 스파크 EV,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 등 어떤 전기차가 나왔을 때도 이 정도로 화제를 모으진 못했다. 만우절 이후 국내 자동차 언론 종사자나 전기차에 관심이 많은 지인들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테슬라 모델3 예약 완료를 알리는 인증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3백50달러도 아닌 3만5천 달러짜리 제품을 직접 보지도 않고 덜컥 예약한 그들의 배짱에 솔직히 놀랐다. 더군다나 전기차를 한 번도 소유한 적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일단 예약 방법이 너무 쉽고 간단했다. 테슬라 모델3 예약 페이지에 접속한 뒤 회원 가입을 하고 예약까지 마치는 데 채 2분도 안 걸렸다. 클릭 몇 번이면 순식간에 신용카드 승인이 떨어졌다. 게다가 언제든 전화 또는 온라인으로 예약을 취소할 수 있다. 예약 한 모델3의 생산 시기가 1~2주 앞으로 다가오면 옵션을 정하라는 연락이 오는데, 그전에만 취소하면 예약금을 100퍼센트 환불받을 수 있다.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예약한 사람이 많다. 국내 언론도 “보조금을 받으면 실구매가는 2천만원대”라며 관심을 부추겼다. 급기야 환경부는 “테슬라 ‘모델3’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 뉴욕타임스 >의 칼럼니스트 애슐리 반스가 쓴 <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에 따르면 머스크는 1995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지도와 생활정보 검색 서비스를 더한 ‘Zip2’를 창업해 닷컴 열풍에 뛰어들었다. ‘Zip2’를 컴팩에 팔고 받은 2억 달러를 몽땅 투자해 신생 벤처 페이팔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 2002년 페이팔을 이베이에 15억 달러에 판 뒤 스페이스 엑스와 테슬라, 솔라시티에 투자했다. 세 회사는 언뜻 교집합을 찾기 어렵다. 스페이스 엑스는 우주 로켓, 테슬라는 전기차, 솔라시티는 태양광 발전이 주력이다. 그런데 공통점도 있다. 기존 산업의 빈틈이다. 머스크는 판세를 뒤엎을 혁신을 추구한다. 훨씬 규모가 크고 자본력 있는 기업들이 이 틈에 손을 뻗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서다. 머스크는 불확실성을 기회로 삼는다.

머스크는 모델3로 전기차 대중화에 가속을 붙일 참이다. 실제로 모델3 예약 판매 이후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접수할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전 세계 전기차 관련 주가도 일제히 꿈틀대는 중이다. 하지만 테슬라 모델3 열풍을 마냥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머스크의 벼랑 끝 전략이 성공할 거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문제가 산적해 있다.

테슬라 모델S가 대표적 사례다. 초기 품질 문제와 애프터서비스, 주행 중 화재 등 갖가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또 머스크는 재산 10억 달러의 부호지만 정작 테슬라의 재정은 넉넉지 않은 것도 문제다. 지난해 적자만 5억 달러였다. 이번 예약 판매로 확보한 16조원이 모델3 양산을 이끌 종잣돈인 셈이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한 예약의 취소가 잇따르면 이 자금은 언제든 쪼그라들 수 있다. 취소도 예약만큼 쉬울 수 있다. 테슬라가 30만여 대의 주문을 제때 소화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재 테슬라의 생산 능력은 연간 5만 대 수준이다. 테슬라는 연산 50만 대를 목표로 시설을 확장할 계획이지만 완성 예상 시기는 2020년이다. 소문과 예측과 기대만 무성할 뿐,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머스크가 이런 회의적 예측까지 보란 듯이 뒤집길 기대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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