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셔츠를 만나는 법

5월 아침, 백 퍼센트의 화이트 셔츠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글렌 굴드, 존 치버, 루시안 프로이드. 모두 셔츠를 잘 입었다. 그들의 젊은 시절에. 대단할 건 없고 평범한 화이트 셔츠였지만 모두 신기할 정도로 멋있었다.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셔츠는 무늬 없는 흰색 면에 구김이 잘 가는 얇은 소재, 가슴 포켓이 있고 치수는 낙낙한데 그걸 다리지 않고 입었다. 그래서 대체로 칼라와 소매는 뒤틀어지거나 비틀어졌다. 어떤 건 흡사 곱슬머리의 끝부분처럼 둥글게 말려 있기도 했다. 그리고 누구도 단추는 전부 채우지 않았다. 젊고 마른 그들은 빈틈 천지인 화이트 셔츠를 입고 어쩔 도리 없이 제멋대로 넘어간 헤어스타일을 한 채 계절의 여기저기서 사진에 찍혔다. 군살 없이 윤곽이 분명한 턱, 종잡을 수 없는 표정의 젊은 남자들과 심오하게 구겨진 흰 셔츠는 필연적으로 어울렸다. 잉크 얼룩이 번진 주머니, 겨자와 케첩이 묻은 소매, 군데군데 두서 없이 찢어진 끝단. 그들은 강박적으로 셔츠를 깨끗하게 다려 입던 남자들 사이에서 화이트 셔츠를 유일하게 더럽힌 개척자이자, 최초의 배신자였다. 화분에 차례로 물을 주듯 시간을 들여 옷을 골라 입고 싶은 5월. 이들처럼 화이트 셔츠를 긴장 없이 입고 싶을 때,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바로 떠올리면 좋을 이름이다. 섬유의 조직이 그대로 구분되는 섬세한 얇은 면, 일체의 다른 장식이 없는 무구함, 점잖은 듯 세련된 칼라 모양까지. 그러니 이 화이트 셔츠를 입으면 그들처럼 분방하게 멋질 거라는 데 조금의 의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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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패션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