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은 명장인가?

NC 다이노스의 김경문 감독은 명장으로 꼽힌다. 김 감독은 지난해까지 프로 통산 634승 561패 21무의 성적으로, 통산 .531의 높은 승률을 자랑한다. 그런데 항상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있다. 바로 우승과는 거리가 먼 감독이라는 점이다. 이제까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세 번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 감독으로 거둔 유일한 우승이다. 1군 감독을 맡은 11년 중 무려 8차례나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을 정도로 항상 정규 시즌 성적은 좋았지만, 어째서 포스트시즌만 나가면 힘을 못 쓰는 걸까?

김경문 감독의 야구는 강공 위주의 선 굵은 야구, 화수분 야구, 믿음의 야구라는 이름으로 보기 좋게 포장되어 있다. 그런 평 때문인지, 정반대 이미지의 김성근 감독과 대조되는 경우도 많다. 김성근 감독을 향한 비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투수 혹사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 역시 김성근 감독 못지않게 불펜을 혹사시킨다.

중도에 감독직에서 물러난 2011년을 제외하고, 두산 베어스에서 보낸 7년과 NC 다이노스에서의 3년을 통틀어 살펴보면, 그 10년의 기간 중 리그를 통틀어 70경기 이상 등판한 투수의 30.8퍼센트가 김경문 감독 휘하의 투수들이었다. 즉, 70경기 넘게 마운드에 오른 투수 세 명 중 한 명은 김경문 감독이 기용했다는 말이다. 한편 김성근 감독은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 재임 기간 중, 70경기 이상 등판한 투수의 38.5퍼센트를 거느리고 있었다. 80이닝 이상 등판한 투수는 김경문 감독의 팀에서 20.8 퍼센트, 김성근 감독의 팀에서 14.5퍼센트. 그러니 어쩌면 김경문 감독이 김성근 감독보다 더 투수를 혹사시킨 셈이다.

김성근 감독이 1~2명의 투수를 극도로 자주 등판시키는 쪽이라면(그래서 더 눈에 띈다 면), 김경문 감독은 그보다 좀 더 많은 숫자의 불펜 투수들에 의존한다. 특히 젊은 투수들. 지금 김성근 체제에서 혹사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권혁, 박정진 등은 프로 경력이 꽤 되는 베테랑이다. 그에 비해 김경문 감독 밑에서 팔이 빠져라 던진 임태훈, 고창성 등은 막 떠오르는 신성들이었다.

2007년, 고졸 신인으로 막 프로에 데뷔한 임태훈은 불펜 투수로 무려 101.1이닝을 소화했다. 그 후 세 시즌도 연속으로 80이닝 이상 던졌다. 김명제도 마찬가지다. 고졸 신인 첫해 부터 107이닝, 이어서 3년 연속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100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2009년 두산 베어스의 핵심 불펜으로 자리 잡은 고창성은 2010년 포스트시즌 전 경기(10경기)에 모두 출전하기도 했다.

어쩌면 이런 불펜 투수 혹사야말로 정규 시즌에 꽤 좋은 성적을 내고도 포스트시즌에 서 승승장구하지 못한 원인이 아닐까? 지난해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마무리 투수 쥬리스 파밀리아가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의 연투로 인해, 정작 월드시리즈에서는 세 차례나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며 무너져 메츠가 우승을 놓친 것처럼. 물론 김성근 감독은 불펜 투수를 혹사시키면서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당시 SK 와이번스는 정규 시즌에서도 1위 팀이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투수진의 숨통을 틔운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정규 시즌을 1위로 마무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러니 실은 단기전에 약한 감독이라는 평 또한 잘못된 게 아닐는지.

지난해,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NC 다이노스는 정규 시즌 2위를 차지하고도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다. 한화 이글스의 권혁과 박정진, 넥센 히어로즈의 조상우에 가려져 큰 논란이 되진 않았지만, NC의 최금강은 무려 78경기에 등판해 89.2이닝을 던졌다. 최금강은 직전 해에 단 5이닝, 1군 통산 38이닝을 던진 투수였다. 첫 1군에 데뷔한 임정호 역시 80경기에 등판했다. 성적은 리그 전체 1위. 선발과 불펜을 오고가는 이민호는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 총 171경기에 나왔다. 과거 임태훈, 김명제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젊은 불펜 투수 혹사는 결국 팀의 미래에 악영향을 끼친다. NC 다이노스에서는 아직 뚜렷한 후유증이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두산 베어스는 한동안 그 여파를 톡톡히 겪어야 했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기준으로, 두산 베어스의 불펜 투수진은 2008년 절정의 성적을 남겼다. 9.1의 WAR로 8개 구단 중 1위. 당시 이재우, 임태훈, 김명제 모두 80이닝 이상을 던졌다. 이듬해엔 무려 5명의 불펜 투수가 8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WAR은 7.7. 그러나 이 뜨겁던 불펜은 서서히 식어갔다. 2010년의 WAR은 4.5, 그리고 김경문 감독이 중도 사퇴한 2011년엔 2.2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투수 혹사만이 아니다. NC 다이노스의 주전 포수 김태군은 지난 시즌 전 경기 (144경기)에 출장했다. 139경기를 선발로, 5경기를 교체로 뛰었다. 포수는 체력 소모가 가장 심한 동시에 부상 위험도 크다. 자원이 부족한 좌완 투수 홍성용을 트레이드해 포수 용덕한을 영입했지만, 결국 계속 경기에 나서는 건 김태군이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140경기 이상 출전한 포수는 없다. 캔자스시티 로얄스의 살바도르 페레즈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야디에르 몰리나. 단 두 선수만이 130경기 이상 마스크를 썼을 뿐이다. 그만큼 포수의 전 경기 출장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리고 지난해 NC 다이노스에선 무려 9명의 타자가 규정 타석을 채웠다. 좋게 보면 주전 선수들이 부상 없이 건강하게 시즌을 보냈다는 증거이고, 나쁘게 말하면 선수층이 얇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리그에서 규정 타석을 채 운 총 51명의 타자 중 9명이 NC 다이노스의 타자다. 다른 팀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김경문 감독은 시즌 내내 타순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았다. 예를 들어 부진한 이종욱을 정규 시즌뿐 아니라 포스트시즌까지 주전으로 기용했다. 언뜻 성적이 아주 나빠 보이진 않지만, 이종욱은 수비에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하는 선수다. 평균 대비 수비 득점 기여(RAA with ADJ)가 -3.71점으로, 평균의 수비수가 출전했을 때보다 3.71점을 손해본 것이다. 만약 이종욱 대신 김성욱을 주전으로 기용했으면 어땠을까? 지난해 김성욱의 평균 대비 수비 득점 기여는 5.17점이다. 이종욱보다는 무려 8.88 점을 더 지켜낼 수 있었던 셈이다.

지금까지 김경문 감독은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를 맡아 항상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내며 팀을 강하게 만들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한국시리즈 1위는 물론 정규 시즌 1위도 차지한 적 없지만, 젊은 팀을 강팀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틀린 얘기는 아니다. ‘역대급’ 강타선을 구축한 올 시즌이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난해 혹사를 당한 불펜진과 포수 김태군의 건재가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결국 김경문 감독이 우승을 차지하는 방법은 정규 시즌 1위가 되는 것이다. 전례를 살펴볼 때, 쉽지 않아 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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