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 죽이기 선수들에게

통인동 화분가게 ‘노가든’에 들르면 갑자기 남은 인생이 유쾌해지기 시작한다.

얼핏 귀여워 보이는 여우꼬리선인장 가시에 한번 찔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밀짚모자를 쓴 화분가게 주인이 말한다. “아주 가는 가시가 니은 자로 박혀요. 분명히 가시가 박혔는데, 원 보여야 뽑든 말든 하죠. 싱글족들에게 강력 추천해요. 경비 업체 신청하기 부담스러우면 창가에 여우꼬리 선인장을 놓아라. 일석이조다. 관상용으로 좋고, 도둑도 예방된다.” 이런 활력이라니. < 보그 >와 < 메종 >에서 위트 넘치는 기사를 쓰는 에디터이자 편집장이었던 노은아 대표가 통인동 길가에 야무진 화분가게를 냈다.

이름은 ‘노가든No Garden’, 부연 설명은 이렇다. ‘Gardening Without Garden.’ 노가든에서 취급하는 식물과 화분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노은아 대표가 직접 키워본(실패도 해본) 식물이자, 고르고 골라서 정말 좋아하는 것들만 모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이런 거 좋아한다’는 식의 허약한 거짓말에 빠지지 않고, 진정 ‘내가 좋아하는 것’만을 취급하는 가게는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가. 게다가 이렇게 시원한 가이드를 해주는 화분가게라니. “저도 식물을 참 많이 죽여봤어요. 그러면서 깨달은 게 물도 중요하고, 통풍과 온도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자신감이라는 거예요. 내가 너를 살릴 수 있다, 너와 함께 살 수 있다, 그런 자신감요. 그렇게 돌보면 식물은 반드시 응답을 줘요.”

처음에 노가든은 ‘가비Gavi’라는 카페(자몽에이드가 맛있다) 안에 팝업스토어로 개장했다. 그러다 아예 자리를 잡았다. “어떤 차이를 느껴요. 이걸 막 팔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걸 좋아하는 마음이 먼저 깔려 있거든요. 팔아야 한다는 강박 대신 이걸 선택한 신념이 더 커요. 수많은 라벤더 중 왜 하필 마리노 라벤더를 선택했는지, 많은 양치식물 중 왜 박쥐란과 석송을 골랐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화분 위를 코코파이버로 덮은 박쥐란이 눈에 들어와 구매의사를 밝혔다. 그랬더니 노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그건 지금 추천하기가 어려워요. 새순이 올라오는지 그걸 꼭 봐야 하는 시점이거든요.” 친절한 믿음 그리고 정확한 가이드. 노가든에서는 또한 다양한 토분을 판매한다. 간결한 독일 토분과 조금 멋을 부린 이태리 토분, 그리고 백화현상이 일어난 빈티지 토분까지. 종로구 통인동 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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