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는 어떻게 선수를 평가할까? 

매일 아침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면서도 알쏭달쏭하던, 여러가지 전방위적 궁금증.

SCOUTING

메이저리그에서 선수를 평가하는 기준은 시기마다 달라집니다. ‘저비용 고효율’이야말로 선수를 영입할 때의 궁극적 목표일 테니까요. 영화 < 머니볼 >에도 그런 내용이 꾸준히 나오고요. 지금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타자를 어떤 방법으로 평가하나요? 일단 아마추어부터. 아마추어 스카우팅은 과연 이 선수가 드래프트 몇 라운드에 뽑힐 만한지를 따져본 다음 그에 맞는 금액을 책정한다. 평가 기준으로는 ‘5툴’을 살펴본다. 타격 정확도, 파워, 수비, 스피드, 어깨. 그리고 각자 항목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 하지만 포지션별로 필요한 툴이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중견수는 타격이 다소 약해도 수비를 잘하고 스피드가 빨라야 한다. 보통은 툴별로 2점에서 8점 사이의 점수를 준다. 2점은 메이저리그 감이 아닌 선수, 3점은 백업 선수, 5점은 메이저리그 주전급, 7점은 올스타 같은 식으로. 아마추어니까 4~6년 후의 미래를 예측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툴별로 점수를 매겨 선수를 평가하는 것은 프로 선수 스카우팅도 마찬가지다. 다만 아마추어 선수의 경우 예상 드래프트 순번에 따라 몸값이 결정된다면, 프로는 이 선수가 당장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에 따라 연봉을 매긴다. 트레이드나 FA 계약 같은 프로 선수 영입은 정말 스카우트 싸움이다. 예컨데 상대 팀의 A 선수를 우리 스카우트는 6점짜리 선수라 보는데, 상대는 4점짜리 선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선수를 우리 팀으로 영입했을 때 6점짜리 활약을 하면 성공하는 것이다. 한편 세이버메트릭스, 즉 통계적 수치는 스카우팅에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100퍼센트 신뢰할 수는 없다. 게임 안의 모든 상황과 전략까지 커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무리 플라이볼 비율이 높은 타자라도 상대 투수가 싱커를 잘 던진다면 땅볼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또한 주자가 뛰는 작전이 나오면 어쨌든 타자는 땅볼을 굴려야 하지 않나? 물론 스카우트가 모든 경기를 직접 볼 수는 없으니, 기록과 통계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그리고 지금 경기장에서 직접 보고 있는 선수의 경기력과 기록이 차이가 나면 의심을 해봐야 한다. 지금 유난히 컨디션이 안 좋은 게 아닐까?

그렇다면 투수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아무래도 타자보다는 단순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투수는 일단 신체 조건과 유연성을 먼저 본다. 그리고 투구 폼. 예컨대 투구 동작이 너무 역동적이면 많은 이닝을 던지기 어려워, 선발보다 불펜이 적합하다. 그런데 이런 판단을 내리기가 매우 까다롭다. 구체적인 평가 방식은 타자와 거의 비슷하다. 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기타, 컨트롤. 이 여섯 개 항목에 2~8점 사이의 점수를 매긴다. 그리고 이 선수가 한 팀의 에이스급인지, 3선발 정도인지, 셋업맨에 적합한지, 마무리투수감인지 등을 살펴본다. 아까 중견수는 무조건 발이 빠르고 수비가 좋아야 한다고 했듯, 선발투수라면 일반적으로 세 가지 구종 이상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패스트볼은 상대적으로 평가가 쉽다. 스피드건을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변화구는 어렵다. 어떤 스카우트는 6점을 준 커브를 누군가는 5점을 줄 수도 있다. 경험 많은 스카우트는 자기 기준에 8점짜리인 완벽한 커브를 많이 봤을 테고, 신예 스카우트는 지금 본 커브의 각도가 최고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역시나 패스트볼이 위력적인 투수에게 먼저 눈이 간다. 패스트볼이 컨트롤까지 잘 되면, 타자들은 그 공을 내내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던지는 변화구는 다소 밋밋해도 먹힌다. 하지만 패스트볼 컨트롤이 엉망이면, 타자들은 그 공은 놔두고 변화구를 노린다. 그러면 투수는 버틸 수가 없다. 컨트롤은 두 가지 요소가 좌우한다고 본다. 투구 메커니즘과 정신력. 그런데 투구 메커니즘은 가르쳐서 고칠 수 있지만, ‘멘탈’은 바꾸기 어렵다.

외국인 선수를 스카우트할 때도 이런 기준은 똑같이 적용되나요? 일단 자기 리그에서 잘하고 있어야 한다. 한국 프로야구의 경우 메이저리그급 선수와 마이너리그 루키 레벨의 선수가 같이 1군 경기를 뛴다. 그러니 관찰하러 간 선수가 투수라면, 상대 타자의 수준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 다음에 과연 그 공이 메이저리그에서 통할지 분석한다. 한국 프로야구의 A라는 강타자는 헛스윙을 했는데, 메이저리그의 B라는 거포도 똑같을까? 사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만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다고 보는 건 편견이다. 스피드란 말의 본래 뜻은 ‘속도’다. 즉, 내가 말하는 “스피드가 좋다”는 표현은 그저 공이 빠르다는 게 아니라 구속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는 말에 가깝다. 그리고 그것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투수에게 중요한 역량이다. 이를테면 느린 구속으로 유명한 유희관. 아마 유희관이 아마추어 선수고 스카우트들이 그의 투구를 직접 관전한다면, 대부분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유희관에겐 한국 프로야구에서 성공했다는 좋은 이력서가 있다. 그렇게 꾸준한 기록을 몇 년 더 내면, 스카우트들이 분명히 그를 지켜볼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비슷한 유형의 선수가 많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레그 매덕스, 제이미 모이어가 활동하던 시대였다면 스카우트가 팀 단장에게 보고할 때 “이 선수는 제이미 모이어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라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스카우팅 리포트에 설득력이 생긴다. 하지만 요즘 메이저리그에선 웬만한 선발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150킬로미터 이상을 던진다. 지금 당장 비교할 표본이 없으니, 위험부담이 좀 있는 스카우팅이 될 수 있달까. 사실 올해 우리 팀(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한 박병호도 비교할 만한 선수는 없었다. 파워는 누구와 견줄 수 있고 스윙 궤적은 누구와 흡사하다, 정도였지 딱 한 선수를 꼽기는 어려웠다. 아시아에서 온 덩치 큰 오른손 거포는 정말 전례가 없었으니까. 스카우팅 리포트 전체를 공개할 순 없지만, 하나만 밝히자면 박병호의 ‘순수 파워’ 툴은 8점이었다. 우리 팀은 파워 툴을 순수 파워와 게임 파워로 나눈다. 순수 파워는 그야말로 신체 능력에서 나오는 힘, 이 선수가 얼마나 멀리 칠 수 있느냐를 말한다. 김태민(미네소타 트윈스 스카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