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호텔로 오세요

로봇이 운영하는 ‘헨나 호텔’에 갔다. 모자를 쓴 벨로시랩터가 체크인을 도와줬다.

1.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균형 잡기. 이 문제에 대해 일본은 국가적 재능이 있다. 나가사키의 외딴 해변에 네덜란드 왕실에 헌정한 하우스텐보스라는 거대한 테마파크가 있다는 사실이나, 그곳에 새로 생긴 호텔을 로봇이 운영한다는 이야기가 전혀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논리적으로 들린다.

이 로봇 호텔의 참신함은 개장 전부터 이미 많은 언론에 보도되었지만, 후텁지근한 초여름밤에 내가 하우스텐보스에 도착했을 때, 그 호텔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오쿠라 호텔 컨시어지조차 나를 돕지 못했다. 나는 서툰 일본어로 ‘헨나 호텔’을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물었다. 딱히 번역할 수 없는 이중적 의미의 단어인데, 문자 그대로 ‘이상한’ 호텔이라는 뜻이면서 ‘진화한’ 호텔이라는 뜻에도 가깝다. 나는 크라프트베르크의 로봇춤까지 춰가며 뜻을 설명했지만 컨시어지는 그저 당황한 얼굴이었다. 마침내 그녀가 서랍에서 지도를 꺼냈다. 면적이 1.6제곱킬로미터쯤 되니 거의 모나코 왕국과 비슷한 크기다. “아마도 이쯤일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펜이 아무것도 없는 녹색 공간을 가리켰다.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그런데 그녀가 더 말했다. “그러니까 아마도, 여기쯤일 것 같아요.” 그녀의 펜은 지도의 다른 곳을 가리켰다. 나는 다시 한 번 고맙다며 허리 숙여 인사했다. 그러자 그녀는 손가락으로 세 번째 장소를 가리키며 결론지었다. “아마도…, 여기가 맞을 것 같네요.” 이번엔 내가 물었다. “걸어서 갈 수 있을까요?”, “죄송합니다.”, “그럼, 버스나 택시가 있나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녀의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그녀는 호텔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그리고 손님인 나를 실망시켰다는 사실을 무척 부끄러워했다. 일본의 언어와 문화는 고객에게, 내 경우처럼 심지어 다른 호텔의 고객에게도, 그를 돕지 못한다는 것을 일종의 사회적 수치로 느끼는 것 같다. 나는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그녀의 사과를 제지했다. 체면을 차리려는 일본인의 욕망은 논리학적 무한후퇴의 소용돌이를(미안합니다, 미안하게 해서 미안합니다, 미안하게 해서 미안하게 한 것에 대해 미안합니다 같은) 모든 상황에서 만들어낸다.

대화는 소모적이었지만 교훈과 의미가 있었다. 일본의 수많은 (탁월한) 모순 중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숙련된 서비스 산업을 주도하는 것도,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는 것도 모두 일본이라는 점이다. 그건 내 마음의 모순이기도 했다. 나는 서비스 산업의 정확한 미래를 당장 목격하고 싶었지만, 한편 그 산업에서 가장 먼저 지워지는 인간의 모습을 향수어린 눈으로 보려 할 테니까.

2.

하우스텐보스의 주차장은 대양같이 넓었고, 텅 비어 있었다. 마침내 얕은 오르막길 꼭대기에 다다라 커브길을 돌자 뭔가를 감시 중인 파수꾼 로봇이 보였다. 최소 3미터는 넘을 것 같은 키, 말벌 같은 외골격, 전기회로가 꽉 들어찬 작은 머리. 호텔로 들어가는 유리문이 미끄러지듯이 열렸다. 로비에는 상아색 난초가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다음 유리문을 열자 웃자란 치아처럼 생긴 커다란 핑크색 털북숭이가 고개를 치켜들고 환영인사를 건넸다. 처음에는 일본어로, 다음에는 영어로.

1번 체크인 카운터에는 작은 장난감 로봇이 친근하게 눈동자를 반짝이고 있었다. 2번 카운터에는 단추 달린 튜닉을 입은 젊은 여자 안드로이드가 둥근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녀 앞에 있는 표지판에는 일본어만 가능하다는 안내가 적혀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머리를 수그리며 웃었다. 3번 카운터는 영어가 가능했다. 거기에는 보타이에 벨보이 모자를 쓰고 목까지 수염을 기른, 사람 크기의 벨로시랩터가 있었다.

녀석은 마치 가벼운 포옹을 하려는 것처럼 앞발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연신 턱을 씰룩거렸다. 옆에 있는 안드로이드가 녀석을 흘깃 보더니 천천히 눈을 깜빡였다. 벨로시랩터가 고개를 한껏 숙이며 인사했다. “헨나 호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겸손한 듯 냉담한 말투였다. “환영해줘서 고맙습니다.” 내가 답례를 하는데 대뜸 녀석이 내 말을 자르며 말했다. “체크인을 원하시면 1번을 눌러주십시오.” 녀석의 목소리는 쉰 듯이 끝이 갈라져 있었다. 나는 터치패드에 이름을 입력하고, 신용카드를 긁고, 영수증을 받았다. 패널 화면에는 열쇠없이 방에 드나들 수 있도록 안면인식기를 봐달라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기기가 당신의 얼굴을 인증하는 동안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녀석은 느긋하게 앞발을 구부렸다. “체크인이 모두 끝났습니다. ‘피~언~안(편안)하게’ 머무시길 바라겠습니다.” 녀석은 아주 천천히, 깊숙하도록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3.

로봇의 위상은 대중의 상상력 속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 로봇은, 더럽고 위험하고 반복적인 작업에서 우리를 구원해줄 대상에서, 우리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는 대상으로 바뀌었다. 거기엔 필연적으로 어떤 두려움이 작용했다. 그 두려움이란, 인간에게 특별한 뭔가가 없다는 생각으로부터 왔다. 우리는 로봇의 세상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딱히 흥미로운 존재가 아니라는 (앞으로 더더욱)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러니 로봇 호텔은 ‘인간의 영역’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장소다. 우리가 인간의 특별함을 “다른 인간을 기분 좋게 해준다”는 환상으로 무한히 정의할 수 있다면, 로봇이 다른 인간을 기분 좋게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가 될까? 이것은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아니다. 차라리 ‘인간이 무엇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특히 일본에서 유효해 보인다. 일본은 끊임없이 로봇을 연구해왔다. 인공지능이며 별의별 성인용품까지 일본은 가장 멀리 나간 나라다.

4.

세계 최초의 로봇 호텔이 나가사키의 네덜란드 테마파크에 생긴 이야기는 1980년대에 시작됐다. 열광적인 블로그 ‘스파이크 저팬Spike Japan’을 인용하면, “기념비적 발상, 방종한 운영, 실패한 서사시, 하우스텐보스는 일본 버블 경제 시대의 꿈이 출산한 것 중 가장 원대하다.”

도쿄 디즈니랜드의 세 배 면적에 달하는 공원을 짓는 데 약 22억 5천만 달러가 들었다. 운하를 파고 50만 종에 가까운 나무와 꽃을 심었다. 건물에는 붉은 벽돌과 타일을 썼다. 계단식 합각지붕과 곡선형 박공벽은 모두 북유럽 르네상스 양식을 세심히 모방했다. 이 공원은 니케이 주가지수가 미끄러진 직후, 1992년에 개장했다. 네덜란드 황실에서 이름을 따온 하우스텐보스는 부동산 버블에서 잠 깨기 시작한 객을 맞이하며 과대 광고를 일삼았지만, 연간 5백만 명 방문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일본 서쪽 해안에 네덜란드의 역사와 문화에 헌정하는 테마파크를 짓겠다는 착상이 그렇게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었다. 1630년대, 도쿄 막부는 외세 침략의 공포 때문에 쇄국정책을 펼쳤는데, 이후 2백 년 동안 일본은 중국이나 한국을 통해서만 다른 나라와 교류했다. 더 큰 세계와의 연결고리는 나가사키 해변에 선풍기 날개처럼 나와 있는 섬 ‘데지마’에 있는 네덜란드 주둔군이 전부였다. (현대 서구에서는 데이비드 미첼의 소설 < 제이콥 드 조에의 천 개의 가을 >에서 밀실공포 장치가 된 섬으로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2백 년 넘게, 네덜란드와 유지한 결속은 일본에 대단히 중요했는데, 특히 그리로 과학 기술이 들어왔다는 점에서 그랬다. 네덜란드를 통해 코페르니쿠스 혁명과 해부학의 비밀, 그리고 전기가 일으킨 최초의 흥분에 관한 지식을 수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계대전 후 일본의 부와 자신감이 최고조에 달하자, 네덜란드의 마을을 그대로 재창조하자는 생각이 번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1980년대 세계의 첨단을 달리던 일본 공학기술의 기원에 대한 오마주였고, 일본의 연구와 헌신이 최초의 유산을 훌쩍 능가했다는 것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이기도 했다. 기대는 웅장했다. 마이클 잭슨이 두 번이나 왔다. 하지만 그에 걸맞은 지위를 누리지는 못했다.

2010년 하우스텐보스는 HIS라는 저가 여행 회사로 넘어갔는데, HIS는 2011년에 최초로 이 테마파크가 흑자를 냈다고 발표했다. 공원의 핵심은 여전히 어느 곳에 가든 나무 지붕을 인 풍차가 있고, 자기로 된 나막신에 그림을 그리고, 치즈 가게가 즐비한 네덜란드지만, 최근 환골탈태한 장소에는 범유럽적인 정취를 더 늘렸다. 하지만 당연히, 그 범유럽적인 미학은 광범위하게 일본화된 어떤 이미지를 뜻한다. 크림치즈는 네모지게 잘린 채 가다랑어포 위에 올리고, 야간에는 (일본인의 믿음대로라면 더 개량할 여지가 없는) 1천1백만 개의 LED가 현란하고 정교하게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며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반짝거린다.

이 말금한 테마파크를 찾는 방문객은 대부분 아시아 여행객이다. 어쨌거나 지금의 모습이 네덜란드풍이라면, 끝내 이 공원이 지향하는 것은 공학기술이다. 공원의 모든 명소가 다음 세대의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것임을 자처하고 있으니, 공원을 일종의 미끼로 간주하는 셈이다. 둥둥둥 진동하는 자리에 앉아 있으면 아이맥스 스크린에나 나올 법한 그래픽과 LED 조명이 분수쇼를 펼친다. 덕분에 우리는 중세 네덜란드가 대홍수로 멸망하는 풍경을 볼 수도 있고, 홀로그램과 K-pop이 만드는 여러 앙상블을 볼 수도 있으며, 아이들이 그린 자신만의 해양 생물 이미지가 화면을 가로지르며 바다를 채우는 디지털 아쿠아리움도 만날 수 있다. 엄숙한 궁전의 옆면을 비추는 3천6백인치 3D 프로젝션에서는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맞먹는 규모로 비디오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공원의 미래지향적 굴향을 이룬다. “모든 것은 실험이 됩니다.” 한 대변인이 내게 말했다. “우리는 세그웨이도 실험해보려고 합니다.” 그가 계속했다. “드론도 실험해보려고 합니다. 모두 새로운 것이 될 겁니다. 우리는 새로운 태양열 발전도 실험할 작정입니다.” 하지만 가장 대단한 실험은 바로 헨나 호텔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 일본의 거룩한 서비스 전통을 재발명하려는 웅대한 야망일 것이다.

5.

로봇 짐꾼은 밤 10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고, A동 건물로만 한정적으로 운영한다는 설명이 체크인 데스크에 있었다. 나는 B동으로 가야 했다. 가는 길에는 여러 개의 패널 화면이 줄지어 있었다. 나는 화면에서 물방울이 카펫으로 떨어지는 것을 봤다. 팔을 뻗어 화면을 만졌더니 차갑고 축축했다. 해동한 로봇의 뼈 같았다. 길은 L자로 꺾이며 문으로 이어졌고, 밖으로 나오자 두 건물을 연결하는 통로가 나타났다. 반복 재생되는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무자크는 높은 습도 탓에 더욱 축축 처지게 들렸다.

내 방은 복도의 맨 끝에 있었다. 사방이 무척 조용했다. 이 건물 전체에 투숙객은 나밖에 없는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문에서 반짝거리는 마름모 모양에 손을 댔다. 그러자 작은 검은색 감시안이 파란 불빛을 쏘았다. 딸깍, 문이 열렸다. 방은 여느 일본 호텔의 스탠더드룸과 비교하자면 꽤 컸다. 나는 침대 협탁에 있는 핑크색 플라스틱 로봇 인형이 일본어로 내는 여자애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어금니를 뒤집어놓은 것 같은 커다란 머리에는 삐죽 솟은 노란 안테나가 있었다. 이마에는 너그러운 사랑을 숭배하는 컬트 집단의 소유물이라는 낙인처럼, 까만 하트 무늬 세 개가 나란히 있었다. 나는 로봇 호텔에 온 이후, 줄곧 미묘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위협적이거나 정말 괴상한 것은 아직 없었다. 진짜 전위나 도착 없이 모든 것이 일련의 규칙을 따르는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 같았달까? 하지만 이 어금니 모양 인형은 위협적으로 반짝였고, 다가가자 내게 말을 걸었다.

그 인형을 ‘추리 짱’이라 부른다고, 로봇 앞에 있는 얇은 카드에 쓰여 있었다. 투숙객을 몸 없는 초록색 머리로 이미지화한 그 카드에는 ‘추리 짱’의 이름을 불러보라는 말도 쓰여 있었다. 인형이 “May I help you?”하고 대답할 수 있게끔 말이다. 카드에는 “만약 목에 있는 빨간 LED가 켜지면, 다음 문장을 말씀해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거기엔 시간과 날씨를 묻거나, 점등과 소등 예약 시간을 정하거나, 모닝콜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카드에는 핑크색 어금니를 조용히 시킬 수 있는 이마 마사지 법에 관한 작은 그림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줄은 (일본어로만 대답할 수 있는) 추리 짱이 직접 쓴 말 같았다. “영어판은 현재 연구 중에 있습니다.”

나는 협탁의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며 전등의 동작 감지 설정을 끄는 항목이 나올 때까지, 도움을 요청하거나 텔레비전을 켜는 옵션을 계속 넘겼다. 나중에 인터뷰때 한 얘기지만, HIS의 회장은 전통적인 호텔의 잘못 중 하나가 “수많은 스위치를 끄고 켜는 게 성가시다”는 것이며, 헨나 호텔의 진일보한 효율성 추구가 그 잘못으로부터 투숙객을 구원했다고 믿는다. 어둠 속에서, 천장 가운데 박혀 있는 남색으로 발광하는 동작 감지기의 불빛이 무취한 가스처럼 방 안을 채웠다.

6.

나가사키는 도시 자체가 공학기술과 복잡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서양의 현대 과학이 일본으로 들어오던 곳이었을 뿐 아니라, 정교한 군수산업과 첫 현대 산업의 발상지가 바로 나가사키였다. 그곳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배경에는 오랫동안 나가사키에 중공업이 집약적으로 발전한 이유도 있었다. 원자폭탄이 전체 인구 4분의 1 이상을 살해한 1945년 8월 9일 이후, 나가사키는 국제 평화 운동의 등불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시민들은 일본의 현대화를 주도한 나가사키의 역할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로봇 호텔이 들어서기에 꼭 맞는 장소인 셈이다. 19세기 말, 메이지 유신 초기에는 선박 건조기술과 석탄 채굴이 나가사키를 상징했다. 전후 수출이 주도한 경제 기적의 시기였던 1950년대와 1960년대를 대표하는 것은 강철과 중장비였다. 그리고 1980년대에는 워크맨과 개인용 전자기기, 이후 1990년대에는 로봇 공학이 중심이었다.

로봇 공학의 목표는 다방면에 걸쳐 있다. 로봇 공학은 일본이 노동비용이 낮은 국가를(중국처럼) 상대로 선진 제조업 국가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또 경제 침체 기간 동안 꾸준히 떨어진 일본의 생산성을 지탱할 수단이기도 하다. 로봇 보모가 아동 보육 능력을 충당하면, 인간 여성은 일터로 복귀할 것이다. 그리고 2050년이 되면 평균 나이 53세로 급속히 노화 중인 인구를 부양하고, 예정된 인구 감소를 벌충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이민에 적대적이었던 일본 역사에 비춰볼 때, 로봇 노동이 이런 설득력을 갖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또한 장애인 보조 산업 초기의 성과는 사람들이 최근 감성적 로봇 공학이라고 부르는 것, 즉 우리에게 감성적 체험을 줄 수 있는 로봇 개발의 촉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연구는 일본의 가장 위력적인 소비 아이템으로 이어졌고, 소니의 로봇 강아지 ‘아이보’에서 노인 부양 로봇 물개 ‘파로로’, 그리고 지난 6월 소프트뱅크가 소개한 세계 최초의 감성 로봇을 표방한 인조인간 ‘페퍼’까지 왔다. 페퍼는 출시 1분 만에 다 팔렸다.

헨나 호텔의 체크인 로봇은 ‘헬로 키티’를 만든 산리오사의 자회사인 코코로사에서 만들었다. 코코로의 로봇 공학 기술자 중 한 명은 일본이 아주 오랜 옛날부터 로봇 공학의 전초기지였다고 말한다. 일본인은 살아 있는 것 같은 무생물과(심지어 쓰던 바늘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 인간의 행동을 종종 로봇 공학적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지만, 반대로 인간과 로봇 사이에 있는 타고난 모순은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에게는 로봇이 인간 사회를 평화롭게 통합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요. 자라면서, 아이들은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친근하게 인간과 교류하는 로봇을 보니까요.”

코코로(마음이라는 뜻)는, 판다와 호랑이와 공룡같이 오락용이나 박물관 전시용으로 팔리는 작은 로봇과 로봇 동물을 만들면서 시작했다. 거기에서 휴머노이드(인간 모습만 본뜬 로봇)로 가지를 뻗었고, 체크인 데스크에 있던 여자는 그 회사에서 만든 가장 인기 있는 액트로이드(인간의 모습과 역할까지 본뜬 로봇) 시리즈 중 하나다.

평범한 액트로이드는 대부분 인포메이션 키오스크, 무인정보단말기를 대체한다. 생체 기능 같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오로지 아주 한정적인 기능만 수행하도록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다. 코코로의 뉴스레터에는 ‘아름다운 여자 로봇’인 교수 로봇, 치과 환자 로봇을 포함해 다양한 로봇 모델의 사양이 있다. 그중 일부는 오사카대학교의 로봇 연구자 히로시 이시구로를 위해 만든, 사람들이 안드로이드를 포함해 살아 있는 것 같은 자동장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표현 중심적으로 만든 것이다. 이시구로가 한 첫 실험의 일부는 자신의 딸이 로봇 분신을 상대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보는 것이었다. 이런 발상을 통해 일본인은 로봇과 상호작용하는 자신을 점점 더 많이 발견할 것이며, 그래서 인간-컴퓨터 연구 전반이 자연스럽게 가지를 뻗으면서 단순한 교류 수준을 넘게 된다.

헨나 호텔의 벨로시랩터는 접객을 위해 만들고 조정한 것이다. 헨나 호텔에 결정적 역할을 한 개발팀은 HIS뿐 아니라 도쿄대학교 연구소와 카지마에서도 일한다. 팀은 최소 노력으로 최대 효율을 달성하고 노동비용을 줄여 생산성을 제고하는 업무에도 부분적으로 참여한다. HIS의 히데오 사와다 회장은 저가 여행의 실질적 발명가로 추앙받는데, 그가 기획한 여행상품은 대개 규모의 경제로 이윤을 얻는 저가 패키지 투어다. 사와다 회장이 헨나 호텔 계획에 착수한 것은 자동화가 호텔의 인건비를 3분의 1 정도로 (많게는 4분의 1까지도) 낮출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로봇으로 호텔 체크인과 체크아웃 시간이 대폭 줄었습니다.” 사와다 회장은 이유를 설명했다. “어떤 투숙객도 프런트 데스크에서 불평하거나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투숙객은 이제까지 불평에 들였던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 더 큰 장점은 불평에 허비할 시간도 아끼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체크인에 걸리는 평균시간은 5분이지만 사와다 회장은 추후 3분으로 줄일 작정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하우스텐보스를 운영한 이후 줄곧 이곳이 즐길거리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공룡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공룡 로봇이 투숙객과 더 원활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농담도 주고받고, 투숙객이 떠날 때면 윙크도 할 수 있게 말입니다.” 로봇 공룡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사와다 회장이 한 말이기는 했지만, 조금 더 있었다. 그래서 사와다 회장은 내가 내년에 다시 오기를 바랐다. “지금은 로봇 공룡 기능의 40퍼센트만 겨우 쓰고 있습니다.” 사와다 회장이 웃으며 말했다. “아직은 로봇이 말썽을 피우지 않기를 바라니까요.”

7.

헨나 호텔 옆에는 연구실 조명을 설치한, 재배실이 딸린 건강식 전문 레스토랑 ‘아우라’가 있다. 이곳은 일본의 많은 시설이 그렇듯, 종업원과 손님의 관계를 거의 1 대 1에 가깝도록 유지하고 있다. 커피잔에서 커피 한 줄기가 흘러내리자 종업원이 행주를 들고 와 커피가 손가락을 적시기도 전에 닦았다.

다음 날 다카다 씨가 내 방으로 왔다. 일반 투숙객에게는 ‘인간 노동’의 접근을 강박적으로 배제했지만, 기자를 위해서 HIS는 열정적 수행원을 보내준 것이다. 다카다 씨는 타이 없이, 스트라이프 셔츠에 검은색 비즈니스 정장을 입고 와서는, 건강식 아침을 먹은 뒤 공원 투어를 해주기로 했다. 통역사인 마츠다 씨는 나가사키에 사는데 인터넷 통역사 게시판을 통해 만났다. 그녀는 3년 전 하우스텐보스에 손녀딸을 데리고 왔다가, HIS가 대대적으로 광고하는 신규 투자 성과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그녀는 다양한 예술가와 반핵 운동가를 위해 이따금 통역사로 일했는데, 내가 헨나 호텔 숙박비를 대신 지불해준다면 기꺼이 무료로 통역을 해주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털북숭이 로봇을 만나는 것으로 투어를 시작했다. 내 방에 있는 어금니 인형의 크기를 키운 버전이었다. 다카다 씨는 그 로봇을 ‘추리 짱’이라고 소개했다. 마츠다 씨는 그 이름이 추러스(과자)나 추리시(무례한, 촌뜨기 같은)가 아니라 튤립(일본어 발음으로 ‘추리프’)에서 따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그 로봇은 나가사키가 네덜란드와 맺은 오랜 연대에 경의를 표하는 ‘리틀 튤립’이었다. 하지만 추리 짱은 하는 일이 별로 없다는 데는 다카다 씨도 동의했다.

다카다 씨는 금괴를 보관해도 될 만큼 안전하게 설계한 로봇 휴대품 보관소로 방향을 돌렸다. 이것은 일본에서 아주 독특한 셀링 포인트였는데, 금괴를 신주쿠역 카운터에 놓고 갔다가, 한 시간 뒤에 돌아와 찾을 수 있다는 얘기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이 점은 지나친 면이 없지 않았다. 이전부터 적응해온 서비스도 아닌 데다 전통적인 편안함도 느낄 수 없으며, 차라리 새로운 종류의 엄격함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다카다 씨는, 지금은 겨우 체크인 카운터 한 곳에만 로봇이 서 있지만 머지 않아 많은 자리에 체크인 로봇이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지금은.” 다카다 씨가 말한다. “겨우 로봇 두 대가 당신을 환영하지요.” 여자 안드로이드는 고개를 들어 눈웃음을 치고, 벨로시랩터는 앞발을 치켜든다. 다카다 씨는 어젯밤 이미 내가 직접 해본 체크인 과정을, 의사가 환부를 들여다보듯 천천히 내게 다시 설명했다. 나는 다카다 씨에게 체크인을 할 때 로봇의 뒷공간을 통해 방을 미리 볼 수 있게 하면 어떠냐고 물었다. 다카다 씨는 셔츠 칼라를 바로 잡으며 그건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다음 주, 코코로사에 방문해서야 나는 그 이유를 납득했다. 로봇을 움직이는 것은 압축공기인데 내부 모터로 공기를 압축하면, 손님에게 기계 장치가 그 안에 있다는 것을 일깨울 것이므로, 숨겨진 뒤쪽 공간으로 호스를 빼 압축기에 연결시켜놓은 것이었다.

방향을 바꿔, 다카다 씨는 로비 중앙의 이케바나(일본식 전통 꽃꽂이)를 지나 걸어갔다. 이케바나를 관리하는 일은 까만 조끼를 입은, 분라쿠의 무대 담당자처럼 거의 눈에 띄지도 않을 지경인 호텔 직원이 했다. 우리는 텅 빈 눈으로 응시 중인 통통한 메이드 로봇인 ‘삭 짱’이 있고, 그 아래 LCD 터치 패널이 공원을 광고 중인 인포메이션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분라쿠 무대 담당자들이(호텔 직원들) 길고 미끈하고 인체공학적인 모양의 청소기로 바닥을 빨아들이는 동안, 우리는 삭 짱 옆에 서 있었다. 다카다 씨는 총 객실이 72개인 호텔에 인간 스태프는 오직 10명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직원들은 비상 상황과 청소를 위해서만 상주한다. 나중에는 이것조차 청소 로봇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로봇에게는,” 다카다 씨가 말했다. “침대를 정리하고 욕실을 청소하는 게 너무 어렵지요. 지금은 사람이 하고 있어요. 욕실에는 젖은 것들이 있고, 젖은 것들은 로봇을 고장 낼 수도 있으니까요.” 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가정형 로봇인 룸바를 바닥 청소에 쓰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다카다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서구에서 인기 있는 바닥 청소 로봇들이 있지요.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작은 먼지를 남겨요. 그게 당신의 집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르죠. 그 정도로만 대충 청소하는 로봇이라도요. 하지만 호텔에서 손님들이 기대하는 건 어느 곳에도 먼지 한 톨 남아 있지 않은 거예요.” 다카다 씨의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은 좌석은 없고 공기저항적 형태에, 시종일관 재잘거리는 아이들이 타고 놀 것 같은 고카트(지붕 없는 소형 경주차) 왕좌처럼 보이는 짐꾼 로봇이었다.

짐꾼 로봇 옆에 인쇄된 규칙에는 사람이 반드시 뒤를 따라가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로봇이 멈출 것이라고 명시해놓았다. “당신에게서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로봇이 알아서 멈추는 거죠.” 게다가 불안정하게 쌓은 짐이나 애완동물은 로봇에 실을 수 없다. 로봇에 올라타거나 발을 올려놓을 수도 없다.

사람 크기의 벨로시랩터

8.

‘오모테나시’는 월등한 서비스를 의미하는 일본적 개념이다. 번역할 수 없는 단어지만, 그 함의는 손님이 알아차릴 수조차 없을 만큼 매끈한, 손님의 요구를 마술처럼 예측하고 맞춰주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코코로사의 로봇 공학 기술자는 내게 예를 들어줬다. “만약 당신이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 이미 배가 부르다고 했을 때, 나쁘고 얄팍한 서비스를 추구하는 종업원은 여전히 더 드세요, 하고 말할 겁니다.” 그는 몸짓으로 뱃살을 두드리며 끙끙거리다가 얼굴에 음식을 더 들이대는 사람 시늉을 했다. “그건 결코 좋은 서비스가 아닙니다. 오모테나시는 어떤 사람이 신발을 벗으면 그 앞에 슬그머니 슬리퍼를 놓고 가는 것입니다. 감성을 써서 고객의 필요를 이해하고 인식하는 것이지 ‘아무 때나 일단 웃고 보는’ 감성이 아닙니다. 물론 고객은 언제나 웃음을 바라지만, 종업원이 정말 마음이 그렇게 움직여서 웃는 것이길 바라니까요.”

나는 헨나 호텔이라는 모델과 오모테나시라는 전통적 미덕이 서로 어떻게 균형을 이루는지, 그 기술자와 사와다 회장에게 모두 물어봤다. 두 사람은 두 가지가 각자 위치에서 다른 것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헨나 호텔의 자동화는 말하자면, 환대의 뜻을 표하기 위해 스태프들이 오리가미(전통 종이 공예) 학과 두꺼비를 접어 침대 위에 올려두는 전설적인 도쿄 오쿠라 호텔에는 결코 미치지 못한다. 그것이 세상 모든 호텔의 유일한 모델이라면 배낭여행자와 중산층 여행객은 불행할 것이다. 하지만 헨나 호텔은 다른 시장을 공략한다. 사와다 회장은 만약 이 모델이 성공하면 곧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와다 회장은, 5성급 호텔에서는 개인화한 감성이 계속 그 중심을 지킬 테지만 3성급이나 4성급 운영 체계에서는 헨나 모델이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와다 회장은 그것을 은행에 비유했다. 부유한 사람은 개인 뱅킹 서비스를 사용하지만, 나머지 모든 사람은 ATM에도 충분히 만족한다면서.

그렇다면 헨나 모델의 설계자들은 즉각적으로 미래를 염두에 둬야 한다. 일련의 로봇은 ‘장인적’이고 인간적인 상호작용에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부유한 사람의 기대치를 현저히 낮출 것이다. 이렇게 보자면 액트로이드와 벨로시랩터는 급격한 비용 삭감을 더 용이하게 하는 위장술이 된다. 예컨대 호텔은 추가 요금을 지불받고 방을 청소하거나 추가 수건을 제공한다. 하지만 체크인하는 동안 벨로시랩터가 활짝 웃기 때문에 투숙객은 최소한의 편의용품만 제공받는 것에 (이론적으로는)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체 그림은 조금 복잡하다. 브로셔에서, 헨나 호텔의 설계자들은 번번이 길을 잃고 자신의 로봇을 인간과의 어떤 연계에 이용하려는 열망을 비춘다. “로봇들과 즐겁게 대화해보세요.” 브로셔는 제안한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동안에도 로봇이 품고 있는 인간적 따스함을 느껴보세요.”

이런 발상은 로봇 강아지 아이보를 발명한 나라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소니가 교체 부품 생산과 잔존 제품에 대한 서비스 까지 중단하면서, 생산에서 단종까지 15년이 걸린 아이보는 호기심과 분노, 애정을 포함한 감정을 실어 나르도록 견고히 프로그래밍한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그 강아지가 나이 든 은퇴자에게 오락과 위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런데 이런 식의 흥미를 뚝 떨어뜨리는 것이 있다. 셰리 터클과 몇몇 로봇-인간 관찰자들은 로봇 애완동물이 순수한 투영의 일종으로, 한 사람이 표출한 고유의 감정 상태를 기계에 이입시켜 마치 기계 본래의 감정인 양 체험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셰리 터클은 그런 일방적 교류는 결코 진짜 만족을 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결론은 아이보의 불교식 장례가 연출하는 감동적 장면을 설명하지 못하거나 최소한 복잡하게 만든다. 다정한 과묵함이 어떤 표준인 섬나라에서는 기계로 이루어지는 간접적인 교류조차 1 대 1 상담 치료로서의 가치를 갖는 것이다.

이런 감정적 심부름을 아이보에개 맡기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데, 하나는 꽤 성공적으로 강아지를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작용을 다른 서비스 산업의 인형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인의 전통적 환대를 체험하는 것은 사실 쉐라톤 호텔에 묵는 것이 아니라 맹목적이고 오지랖 넓은 숙모의 집에 묵는 것과 흡사하다. 어떤 면에서 이건 익숙지 않은 감각으로 방문한 내 관점에 불과할 테지만, 접객 산업의 상호작용에 내재한 극단적이고도 사회적인 복잡함이 로봇의 미래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에 진지하게 도전하면서.

현대의 감성적 로봇 공학에 관한 가장 탁월한 해석 중 하나는 셰리 터클의 2011년 책, < 외로워지는 사람들(원제: Alone Together) >이다. 터클은 예리한 관찰자로서 로봇이 우리의 감정적 삶에 유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살핀다. 터클은, 아이보 같은 로봇이 내성적인 사람들로부터 예상치 못한 감정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간파한다. 뭔가를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혹은 느끼거나 표현할 지라도 그 정도가 매우 박약한 사람들로 하여금 아이보를 더 잘 키우면서 평가해줘야 한다고 느끼도록 만드는 역할이 아이보 자체에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또한 로봇 공학이 반드시 정치적이어야 할 공론을 덮어버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학기술의 단순한 사용 가능성을 두고 현 수준의 노인 부양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력 자원 배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확하게 묻는 대신 로봇을 이용한 노년 부양을 피할 수 없이 수락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는 터클의 주장은 무척 흥미롭다.

터클은 로봇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할 때, 그것이 오직 ‘행위적’인 경우에만 ‘순정하다’고 본다. 그녀는 이렇게 썼다. “나는 회의론자다. 사회적 공학 기술은 항상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믿는다. 사회적 공학 기술은 그것이 전달할 수 없는 것을 약속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정을 약속하지만 전달하는 것은 단지 우정적 행위다.” 그러므로 로봇은 수록한 행위의 집합이며, 암기한 역할의 연속이다. 반면 인간이란, 정확히 뭘까?

이 질문에 대해 터클처럼 대답하자면, 인간은 더 어렵고, 전원을 꺼버릴 수 없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 대 인간의 상호작용이 더 실질적이다. 이것은 아동 발달에 관한 주장으로서 일리가 있다. 짜증나는 아이보를 그냥 옷장에 처박아버릴 수 없다면, 아이들은 실망을 견디는 방향으로 성장할 확률이 높으니까. 하지만 이것은 어른들에 관한 논쟁과 헨나 모델이 드물게 명확히 보여주는 것을 무마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체크인 데스크에서 일어나는 로봇과의 상호작용은 그것이 행위라는 느낌 때문에 필연적으로 가식을 느끼게 된다. 데스크 뒤에 있는 사람은 투숙하러 온 손님에게 친절해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 말하자면 가짜 상호작용인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가짜라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손님은 똑같은 체크인을 터치스크린으로 하면 더 쉽게 끝낼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가짜이되 아주 진실한 방식으로 가짜인 것이다.

여행 중에, 몹시 피곤할 때 체크인 데스크의 접수 담당자에게서 순종적 환대를 받는다는 것은 썩 괜찮은 느낌일 수 있다. 그건 가짜지만 진짜이고 아주 성공적인 가짜이기 때문에 일부는 진짜인 것이다. 이 상호작용은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에 그 행위와 행위에 대한 신뢰 사이에 진실하게 말해볼 만한 거리가 없다. 이 결론은 특히 일본에서 진실한데, 일본인은 보철장치를 인위적이라는 이유로 폄하하지 않는다. 심지어 내가 만난 차분하고 책임감 있는, 나가사키 연합에서 나온 반핵운동가 가이드는 동공 확장 콘택트렌즈를 끼고 있었다. 콘택트렌즈는 그 젊은 일본 여성이 입고 있던, 새끼 판다가 그려진 후드 차림을 더 어울리게 해줬다.

우연치 않게, 동일하고 혼란스러운 반대 사례가 공학기술적 범주의 반대쪽, 공유 경제 안에서 일어난다. 언뜻 보면 이것은 전혀 다른 두 현상 같다. 하나는 공학기술이 인간적 요소를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적 요소를 확장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에어비앤비를 경험하면서 끊임 없이 말을 걸어 손님을 붙잡는, 아주 ‘친절한’ 주인을 만나봤을 것이다. 그렇듯이 지나친 인격화는 비인격화만큼이나 괴로운 것일 수 있다. 터클은 인간의 상호작용이 극대화될수록 모든 상호작용이 더 나아질 거라고 기대하지만, 어떤 상호작용은 오히려 사람을 냉담해지게 한다. 일본에서 터치스크린 없이 호텔 위치를 찾는다면, 체면치레에 족히 20분은 써야 하지 않을까?

침대맡에 놓인 ‘추리 짱’

9.

다카다 씨는 머리를 숙여 인사하고 돌아갔다. 마츠다 씨는 다음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물었다. 절제됐지만 호기심 강한 그녀의 존재가 나는 무척 달가우면서도 부담스러웠는데, 그녀에게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을 제공하는 게 내 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냥 내 방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추리 짱조차 베개 밑에 묻어버리고 혼자 있고 싶었다. 전날 나는 유네스코 지정 지역을 16시간 동안 답사하면서 소리 없는 화면들과 한동안 상호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꼈다.

“제가 돌아갔으면 싶으세요?” 마츠다 씨가 물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내가 부탁하기만 하면 그녀는 내가 원하는 모든 일을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할 것 같았다. 나는 그녀를 기쁘게 해줄 마음도 없었지만, 그녀의 감정을 아프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판에 박힌 말을 하기로 했다. “시간을 더 뺏으면 안 되잖아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가사키 집으로 떠났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이메일이 왔다. “최첨단 호텔에 머물러서 즐거웠어요.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했네요. 비록 나는 아날로그 인간이지만요.” 창밖으로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더니 굵은 빗방울이 수평으로 날아와 유리에 부딪쳤다. 갑자기 나는 하우스텐보스의 이 모든 명물이 낯설어지기 시작했다.

다음 날 나는 로비에서 조금 지루해하며 앉아 있었다. 분라쿠 무대 담당자들(호텔 직원들)이 오가며 로봇에게는 위험하거나 부적합할 일을 했다. 화분에 물을 주고 이케바나를 손보고, 보이지 않는 먼지를 청소기로 빨아들였다. 가끔 투숙하려는 사람들이 와서 로봇이 관장하는 제어판에 체크인을 했다. 그 사람들은 분라쿠 무대 담당자들에게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오후 한때, 분라쿠 무대 담당자 중 세 사람이 로봇 짐꾼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 기어를 풀었다. 빗방울이 창문에서 바스라지고 있었다. 그 소리는 모든 방향에서 “Surprise! Surprise! Surprise! Surprise! Surprise!”라고 울리는 요란한 코러스와 함께 반향했다. 분라쿠 무대 담당자와 짐꾼 로봇 한 쌍이 2층으로 이어진 경사로를 올라갔다. 다른 한 쌍은 먼저 내려가는 중이었다. 분라쿠 무대담당자 한 사람이 멈춰 세웠지만 짐꾼 로봇은 어떤 이유인지 계속 움직이며, 로봇의 제1원칙을 어겼다. 그 광경은 <블레이드 런너>의 한 장면 같았다.

로비에 앉아 있자니 벨로시랩터의 코미디는 어느새 희미해졌다. 나는 인간적인 평안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로봇이 단지 행위 자체이기 때문에 진정한 친구라고 확신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최소한 지금은 그 행위에 적응하거나 놀랄 것이 없었다. 인간은 할 수 있지만, 로봇은 자신을 스스로 리프로그램할 수 없다. 인간의 노예화나 대량 학살이 일어나지 않는 한, 자동화한 초지능이 어느 지점에서 멈출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로봇의 미래가 이어지는 한, 우리는 끊임없이 인간적 상호작용을 무척 그리워한다는 사실만 발견하게 될 터였다.

또한 우리가 유한하다는 것을 슬프게 여기는 대신 순정한 것과 조작한 것의 경계를 오가는 이동 감각을 계속 업데이트해야 할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해지는 것은, 인간적 상호작용이라는 게 모든 사람이 공정히 나눠 가졌다는 것을 의미하느냐는 문제, 즉 이와 비슷한 많은 경우처럼 이것이 공학기술적인 질문이 아니라 정치적 질문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모든 일을 5성 호텔에서 마무리 짓고 싶었다. 최소한 내게 다정한 말을 걸어주는 바텐더에게 팁을 건넬 수 있는 곳에서.

그때 젊은 스코틀랜드 여성이 호텔로 들어와 무대 담당자들을 불렀다. 그리고 울기 시작했다. 영어를 약간 하는 일본인 여행객이 달려가 그녀를 도왔다. 그녀는 일본인 친구와 여행 중이었는데, 그 친구가 갑자기 그녀를 따돌렸다고 말했다. 헨나 호텔을 예약하긴 했지만 지불할 현금이 부족했고 신용카드도 없었다. 자포자기한 투로, 그녀는 로봇 호텔에서 하룻밤 자는 것이 자신의 강렬한 꿈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할인을 사정했다. 하지만 당황한 분라쿠 무대 담당자는 벨로시랩터 옆에서 뻣뻣한 몸짓만 계속할 뿐이었다. 그러는 동안 벨로시랩터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반복적으로 으르렁대고 있었다. 나는 뭔가 수상쩍어지더니 그녀가 처한 딱한 곤경에도 불구하고 영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사실은 그녀가 ‘거짓말쟁이 인간’ 같아 보였다.

결국 분라쿠 무대 담당자 한 명이 암실에서 종이 한 장을 들고 나왔다. 그는 테마파크 내에서 여자가 낼 수 있는 금액의 방을 찾아내 예약을 확정해 줬다. 그러고는 자동차로 비를 뚫고 여자를 그 호텔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위로를 받지 못했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녀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난 로봇 때문에 여기에 왔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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