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안 했으면 뭐 했을 것 같아요?’ 원더걸스 선미

수트는 필립플레인.

‘아름다운 그대에게’ 7인치 싱글 샀어요. 정말요? 귀엽죠? 그거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멤버들이 다 같이 만든 곡이지만 제가 앞장서서 한 게 있거든요. 스튜디오 J, A&R팀이 디자인, 폰트, 색깔, 사진까지 다 저랑 얘기해서 정한 거예요.

선미 씨 인스타그램에서, 재킷 사진과 비슷한 톤의 사진을 본 것 같아요. 70년대 사이키델릭, 히피 분위기를 내고 싶었어요. 사수 테이라는 분 텀블러를 봤는데, 여러 가지 톤을 표현하실 수 있더라고요.

정말 적극적이었네요? 곡만 저희가 만들면 뭐 해요, 나머지는 다른 사람에게 맡겨버리면. 저희가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해야죠. 제가 PPT까지 만들어서 보냈어요. 헤헤.

원더걸스 앞에 계속 ‘레트로’라고 붙는 건 어때요? 그 점에 대해 우리끼리 얘기해봤는데요, 처음에는 현대적이고 트렌디한 걸 해보자고 했어요. 하지만 각자 음악 작업한 걸 모아보니 다 ‘레트로’인 거예요. 우리가 굳이 레트로를 버려야 하나 싶었어요. 우리의 정체성 같은 거잖아요. 레트로가 딱 한 가지도 아니고요. 박진영 PD님이 ‘아름다운 그대’ 듣고 그랬어요. “이 노래가 타이틀이 돼도 좋을 것 같아, 왜냐하면 이건 원더걸스가 안 해본 레트로거든.”

사람이 다 잘할 수 있나요. 맞아요, 레게팝도 레트로랑 연결되는 포인트가 있잖아요.

‘Why So Lonely’는 처음부터 레게팝으로 작곡한 거예요, 편곡에서 바꾼 거예요? 홍지상 작곡가님, 혜림이, 제가 팀이었는데, 릴리 알렌처럼 해보자는 얘길 했어요. 너무나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Fuck You’라고 하는 거요. 사랑스러운 멜로디에 황당하고 냉소적인 가사를 얹는 거요. 레게 리듬의 쿵딱쿵딱이 옛날 악단스러운 게 있어서 그게 살더라고요. 그렇게 멜로디를 얹고 작업하다 보니 레게가 됐어요.

상의는 프로엔자슐러 by 분더샵.

레게는 베이스가 중요한 음악이잖아요. 아, 진짜. 너무 어려웠어요. ‘아름다운 그대’는 의도적으로 날 것으로 녹음했어요. 버징이 나서 달그락거리는 것까지. 근데 레게는…. 정말 일정하게 메트로놈 사이에서 리듬을 타야 하더라고요. 또 제가 노래하는 후렴 부분에서 베이스 라인이 화려해지거든요. 리듬도 노트도 다른 걸 같이 하려니 ‘멘붕’이 왔죠.

베이스는 이제 좀 편안해졌어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좀 더 내 것 같아요. 작년엔 프렛 확인하면서 근근히 했다면 이제는 안 보고 치기도 해요. 사실 작년 겨울부터 다른 멤버들도 그렇고, 정서적으로 안 좋았다가 최근에 탁 트였어요. 스티브 잡스든, 마이클 잭슨이든, 세상의 모든 사람이 좋아하지는 않았잖아요? 우리가 춤을 춰도 싫어하는 사람은 있는 거잖아요?

그냥 숨만 쉬고 있어도 생긴 거 맘에 안 든다고 할 걸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부담감이 확 내려가더라고요. 이 세상 모든 사람한테 잘한다 소리를 들을 필요는 없겠더라고요.

오히려 그 말이 의외네요. 10년 동안 연예인이었던 사람이 이제야 그 생각을 했다고요? 나 진짜 잘해야 돼, 모든 사람한테 밉보이면 안 돼, 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왔어요. 그리고 실제로 무겁기도 하지만, 베이스가 짐처럼 느껴진 순간이 있었어요. 연습을 기계적으로 하고 있더라고요. 밴드에 대해 대중이 혼란스러웠던 만큼 우리도 혼란스러웠어요. 오히려 내려놓으니까 작업도 더 열심히 하고, 더 잘돼요.

작년에 얘기한 베이스 솔로 연주도 그렇고, 좋아한다고 얘기한 빌리 시한 같은 이름도 그렇고, 너무 먼 데를 보는 거 아녜요? 하하, 제 롤 모델이라는 건 아니고, 그냥 좋아하는 아티스트예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자신감 얻으려고 일부러 못하는 사람들 연주도 찾아봐요. 하하.

재킷은 하이더 아크만 by 분더샵, 톱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치마는 클럽 모나코, 신발은 크리스찬 루부탱.

빌리 시한도 마찬가지일걸요? 다 자기 잘하는 것만 잘해요. 스포츠처럼 어떤 종목을 할 수 있는 몸이 되는 거지, 모든 스포츠를 다 잘하는 몸이 될 순 없어요. 작년과 올해 나온 노래들만 편하게 연주하는 수준이면 되지 않을까요? 물론 그런 건 있죠. 항상 거기까지만 하려고 하면 그 이하가 되는 거요. 합주 선생님이랑 똑같은 말을 하시네요. 그래서 레드 핫 칠리 페퍼스 같은 ‘넘사벽’도 연습해요.

어느덧 무대에서 베이스 멘 모습이 자연스럽고, 안무가 어색해 보이는 역효과가 있던데요? 아까 댓글을 보고 왔는데, 너네 춤추지 말고 밴드 하라고. 하하. 그 말이 너무 웃겼어요. 근데 저도 춤추는 거 어색하고 힘들어요. 원래 척추가 안 좋은데, 맨날 베이스 메니까 더 안 좋아졌어요. 그래서 운동을 해야 하는데…. 제가 운동을 안 해요….

별명이 각선미잖아요. 그건 엄마한테 물려받은 거고요. 복 받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못 가진 게 부러운 거죠. 세 사람의 섹시하고 육감적인 라인!

아이돌이 아니었어도 춤을 췄을 것 같아요? 저 연예인 안 했으면 뭐 했을 것 같아요?

예전에 음악 안 할 때도 다시 음악 할 생각만 했다고 그러지 않았어요? 음악을 했을까요?

직업이 별 게 있나요. 가장 많이 해온 일이 직업이 되는 거죠. 음악 듣는 것도 좋고, 음악 만드는 것도 좋아요. 아무리 바빠도 노래는 계속 찾아 들어요.

중요하죠. 뭔가를 처음 좋아했던 상태로 유지하는 것. 처음과 같을 수는 없지만, 노력이라도 하는 것. 저는 어두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렇다고 제가 그 음악과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라는 건 다행히 알고 있어요. 내게 뭐가 어울릴까, 뭘 해야 사람들이 공감할까 생각해본 결과, 저는 ‘아름다운 그대에게’에 가까운 것 같아요. 또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중요하고요. 제가 라나 델 레이가 될 순 없잖아요. 제가 음악을 계속한다고 해도 말이죠.

계속해야죠. 계속할까요? 어떻게? 계속해야 되겠죠? 다음에는 뭐가 나올까요.

그건 모르겠지만 할 것 같은데요? 이렇게 신나서 음악 얘기만 하려는 사람이 어떻게 음악을 안 해요? 맞아요, 제가 연기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 원더걸스 컴백 전에 회사에서 제안했다는 솔로 활동은 왜 안 했어요? 악기 연습할 시간이 없어지잖아요. 한번 시작하면 몇 달이 정신없이 흘러가요. 그 많은 시간을 연습도 못하고 날리는 거예요. 우리는 밴드로 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노래를 들어봤는데, 제가 주인처럼 느껴지는 노래가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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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책, 음반, IT를 담당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