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살어리랏다

카타르 항공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비엔나로 가는 길. 두 다리 쭉 뻗고 누웠다 일어나니 실로 어마어마한 공항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디까지나 취향의 갈래일 텐데, 직항보다는 경유편에 더 끌린다. 생각지도 못한 낯선 도시에 잠시 발을 디디는 쾌감은 여정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주곤 하는 것이다. 서울에서 유럽으로 갈 때라면 아예 직항은 염두에 두지도 않았으니, 경유지의 매력을 비교해 티켓을 고르는 일은 꽤나 재미있는 고민거리가 되었다. 그럴 때 카타르 도하는 매력으로 충만한 도시, 무엇보다 발음이 신비로웠다. ‘도하’ 할 때 그 퍼지는 듯 모호한 느낌이라니. 물론 짜릿한 팩트도 있었다. 공항에서 한 시간 정도만 차를 몰면 사막 한가운데 설치된 리처드 세라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떨리는 이야기.이번에 비엔나로 가다가 도하에 잠시 내렸을 때, 하마드 국제공항은 이제 막 아침을 시작하고 있었다. 아라비아의 햇빛이 푸짐하게 들어오는 실내에는 자연스럽게 사막의 무드가 피어났다. 그런가 하면 저 천장 끝까지 닿는 야자수의 싱그러움은 어떤가. 여기는 오아시스쯤 되는 걸까?

 

하마드 국제공항은 카타르항공의 새로운 허브공항으로 지난 2014년 5월에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1백55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투입되었으니, 이 공항을 묘사하는 표현은 온통 ‘최고’에 ‘최고’를 더하는 식이기 십상이었다. 60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여객터미널은 5개의 홀과 65개의 콘택트 게이트가 있고, 연간 5천만 명의 승객을 수용한다. 그 숫자를 계속 쪼개면 시간당 8천7백 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이 되는데, 탑승 수속부터 여권 심사와 탑승까지 어느 한 곳 지체되는 법이 없다.

 

사색에 잠긴 건지, 꾸벅꾸벅 달게 조는지 스탠드 불빛을 모자처럼 뒤집어쓴 커다란 테디 베어는 하마드 공항의 상징이다. 곰을 중심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호텔과 라운지, 심지어 스파와 수영장이 들어서 있는데, 수영장 베드에 누워 주스를 마시며 오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장면은 광고가 아니라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이다.

 

그리고 터미널 메인홀을 벗어나, 각각의 터미널로 향하는 길목에서는 ‘저건 뭔가’ 싶은 대형 구조물이 눈에 띈다. 가까이 가보면? 바로 놀이터다. 온통 아이들 세상. 재잘재잘 연신 미끄럼틀을 타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게다가 이제 곧 공항 내를 오가는 모노레일이 가동되면 하마드 공항은 더욱 활기가 넘치게 될 터다.

 

아름다운 비엔나에서 사흘을 보낸 뒤 다시 도하에 들러, 이번에는 하마드 공항 최고의 하일라이트 ‘알 무르잔’ 라운지에 들어가보았다. 그곳은 마치 휴양지 같았다. 리셥션에 도착하면 직원들의 환대 속에 체크인이 이뤄지고, 중앙에는 다양한 의자와 나무들, 정원용 가구로 장식된 정원이 있고, 상쾌함을 더해주는 실내 연못에서 물안개가 피어 오른다. 소파마다 개인용 아이패드와 독서대, 짐을 두는 공간이 있고, 대형 스크린 TV와 스피커도 있다. 24시간 제공되는 뷔페에서는 타파스를 비롯한 국제적인 메뉴를, 가벼운 간식부터 고급 레스토랑 수준까지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다. 곧 일등석 승객 전용 라운지인 ‘알 사프와 라운지’가 오픈하면 과연 다시 한 번 ‘최고’라는 수식이 새롭게 쓰일 것이다.

 

얼마 전 항공사 평가기관인 스카이랙스 SKYRAX에서는 다양한 부문에 걸쳐 올해의 수상자를 발표했는데, 카타르항공은 최고의 비즈니스 클래스 라운지 부분에서 1위를 차지했다. 경유지에서의 설렘과 기쁨, 그리고 진짜 휴식과 편의. 하마드 공항은 지나칠 수 없는 매력으로 가득한 곳이다. 이런 공항을 본 적이 있나? 놀이터가 된 공항, 수영장이 된 공항, 거실과 침실이 된 공항, 휴양지가 된 공항. 세상에, 살고 싶은 공항이 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