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황소다, 디제이 소다

디제이 소다는 무성한 소문과 독한 댓글에 움츠리지 않고 맞선다. 어깨 쫙 펴고.

흑백 사진은 거의 처음이죠? 딱 한 번 해봤어요. 이렇게 인물 위주의 촬영은 처음인 것 같아요. 여러 표정이나 감정을 감안해야 해서 좀 어려웠어요.

디제이 소다에게 기대하는 이미지라면 대개 총천연색이니까요.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좋아요. 웃음이 많기도 하고.

디제잉을 할 때도 줄곧 웃는 얼굴이에요. 저도 처음엔 되게 긴장해요. 그러다 그 순간이 지나면 앞의 팬들이 보여요. 그때부터 웃음이 나요. 저절로.

아시아권 페스티벌 무대에서라면, 수만 명의 관객을 무대 위에서 홀로 마주하고 있죠. 올해 태국 송크란 페스티벌 때는 객석에 10만 명이 있었어요. 처음엔 손을 덜덜 떨었어요. 송크란 페스티벌에 EDM 팬이 많이 오는데, 작년에 트랩 뮤지션이 왔을 땐 관객들이 보이콧을 하고 다 빠져나갔대요. 그러니 나도 보이콧 당하면 어떡하지, 걱정을 했죠. 엄청 공들여서 셋을 짜갔어요. 그래도 전 힙합 디제이니까 EDM만 틀 수는 없고, 힙합이랑 트랩이랑 다 섞어서. 다행히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얼마 전 태국에 다녀왔는데, 한 남성지의 표지가 디제이 소다였어요. 서울을 떠나 어느 동남아 공항에 내리는 순간의 기분이라면요? 더운 날씨를 좋아해요. 그리고 길거리에서 제 얼굴이 박힌 휴대전화 케이스를 팔고 있어요. 제 머리 가발이랑 옷도. 가짜 믹스 CD도 있어요. 너무 신기하죠.

어마어마한 공연 개런티를 받는다던데. 작년 1월쯤 우리나라에서 제 피리춤이 ‘터졌는데’, 한 5개월 후쯤부터 동남아에서 러브콜이 오기 시작했어요.

피리춤을 출 때는 어떤 맘인가요? 힙합 클럽 말고 대형 클럽이나 페스티벌에서는 힙합을 거의 안 틀잖아요. 또 힙합 클럽에서는 다들 신나하는 노래가 페스티벌에선 반응이 없어요. 그래서 어떻게 힙합이라는 장르 안에서 다 같이 즐겁게 놀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나부터 즐거워 보여야 관객들도 재미있을 거란 맘에서 시작하게 된 거예요. 그런데 그 영상이 이렇게 나비 효과처럼 퍼질 줄은 몰랐죠.

덕분에 굉장한 인기와 큰 무대를 얻었지만, 그만큼 많은 ‘악플’과 논란의 중심에 있죠. 지금도 피리춤을 출 때 그때처럼 즐겁나요? 사실 이제 국내에서는 안 춰요. 한 시간 내내 춤을 추는 것도 아니고, 잠깐일 뿐인데 인터넷에는 믹싱을 하는 영상이 아니라 춤추는 영상만 올라와요. 비판을 할 거면 현장에 와서 영상을 전부 찍어간 뒤 이건 이래서 별로고 이건 뭐가 안 맞고,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데님 재킷은 플랙진, 브리프는 H&M, 반지는 엠주.

예전엔 댓글이나 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그저 내버려두는 것처럼 보이고요. 처음엔 신경을 쓰다가, 작년엔 아예 놨어요. 그러다 올해 어떤 소라넷 영상이 떴는데, 그게 단발머리 여자의 비디오예요. 몇몇 사람이 영상을 캡처해서 제 사진이랑 같이 박아놓고 “디제이 소다 동영상 유출”이라고 퍼뜨리더라고요. 페이스북은 전파력이 빠르잖아요. 온 아시아 사람들이 그 포스팅을 퍼다 나르는 상황이 됐죠. 그래서 처음으로 변호사를 선임해서 고소를 진행 중이에요. 30명 정도. 각종 이상한 루머를 퍼뜨린 사람들까지 다 포함시켰어요.

디제잉에 관련된 비난에까지 그렇게 할 생각은 없는 건가요? 아니요. 단순히 욕하는 사람은 상관없는데 제가 음악 트는 척을 한다, 핸드 싱크를 한다, 는 식으로 얘기하는 사람들은 넣었어요. 가만히 있다 보니까 사람들이 진짜 그런 줄 알더라고요.

‘여자라서 이런 거 아냐?’라는 생각해본 적 있어요? 있죠. 일단 제가 공연할 때 타이트한 의상을 입고 디제잉을 하니까 더 무시하는 것 같아요. 전 음악 틀면서 핸드 싱크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CDJ의 싱크 버튼 눌러본 적도.

‘크루’도 없죠. 혼자예요. 표적이 되기 쉽죠. 해외로 공연을 많이 다니고, 특정 클럽의 레지던트 디제이도 아니라 그런지 친한 디제이가 별로 없어요. 원래는 여자 크루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배신당한 적이 있어요. 그 이후로는 맘을 못 열겠어요.

외국에도 ‘악플’이 있어요? 있긴 한데, 우리나라처럼 심하진 않아요.

외국에선 모두가 알아보는 슈퍼스타, 한국에선 적이 많은 뜨거운 감자. 어디가 더 편해요, 그래도? 음악 틀기엔 외국이 더 좋죠. 뭘 틀어도 신나게 놀고, 따라 부르고. 지낼 때는 비슷해요. 한국에서도 클럽 가면 다 사진 찍고 하니까.

데뷔 EP < Closer > 같은 경우엔 그다지 힙합 음반처럼 들리지 않았어요. 그보단 트랩 성향이 있는 일렉트로 하우스 정도. 원래는 올드 스쿨 힙합만 틀었어요. 그런데 큰 클럽이나 EDM 페스티벌에서는 그럴 수가 없잖아요. 작년이랑 지금 투어 할 때 트는 노래도 달라요. 도대체 어떤 장르로 음반을 내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결심했죠. 외국 팬들은 연령대가 다양하거든요. 할머니, 아저씨들도 절 알아요. 그래서 네 곡 중에 한 곡쯤은 누구나 좋아할 만한 노래를 넣어야겠다, 생각한 거죠.

결과물의 함량에 대해선 만족해요? DJ가 비트 테이프를 낸 건데,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왜 노래를 만들다 말았냐, 보컬이 안 나오냐…. 피처링을 쓸 걸, 하는 후회도 있어요.

반응에 대한 것 말고 ‘퀄리티’에 대해서라면요? 처음이고 아직 미숙하니까 높은 퀄리티는 아니지만, 시작 단계에서라면 만족해요.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인상이었어요. 상업적이라기보다 디제이 소다가 작은 음반을 낸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재미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사실 뭐 하나 낼 때마다 엄청난 피드백이 오니까 부담스럽기도 해요.

자기 디제잉 실력에 점수를 매긴다면요? 점수요? 음… 많이 배워야죠. 그래서 아직 스크래치는 물론이고 여러 기술을 계속 공부하고 있어요.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어느 날은 춤 안 추고 묵묵히 음악만 튼 적도 있어요. 그랬더니 또 춤 안 춘다고 뭐라 하더라고요.”

연습해서 본때를 보여주겠어, 같은 각오가 담긴 프로젝트가 있는 건가요? 그런 건 없어요. 시도는 몇 번 해봤죠. 쟤는 하는 척만 한다, 뒤에서 음악 틀어주고 춤만 춘다, 이런 얘기가 많았으니까. 그래서 믹싱하는 영상을 올렸어요. 그런데도 가짜라고 악플이 달리는 거예요. 아, 이 사람들은 그냥 모르면서 욕을 하는 거구나…. 그때 깨달았어요. 작년에 레드푸랑 ‘DJ SODA × STARWARS × BOOTY MAN’ 리믹스를 냈을 때도 그랬어요. 뮤직비디오에 제가 저글링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도 조작이라고 욕을 하더라고요. 영상으로 빨리 감기를 했다며. 자꾸 그러니 이제는 굳이 뭘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데뷔하고 금세 유명해져서 욕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어릴 때부터 힙합을 좋아했다거나, 오래전부터 턴테이블로 디제잉을 배웠다거나 하는 것들은 모르고.

뭔가 반짝 보여주지는 않겠다? 네. 그냥 오래, 뭐든지 꾸준한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모두에게 사랑받지 않아도 좋다는 선언 같네요.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의 지지를 얻고 싶나요? 밝은 에너지를 기대하며 저를 좋아해주는 팬들.

“실력자”나 “음악 애호가” 같은 대답을 예상했는데. 딱히 그런 욕심은 없어요. 그냥 제 모습을 좋아하는 팬들이 더 중요해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죠. “저를 싫어하는 분들은 제가 뭘 해도 싫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하고 싶은 것들은 다 하기로 생각했어요. 이 구역의 미친년은 나라는 마인드로요.” 그런 맘으로 살다가도 사건이 생길 때마다 슬퍼요. 근데 언제까지 갇혀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그러려면 그만두는 수밖에 없는 거고.

그런 생각도 해요?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요? 영상 사건 터졌을 때.

확실히 사실이 아닌 건데도요? 이를테면 ‘찔리는’ 부분을 공격받을 때 더 스트레스를 받지 않나요? 나를 왜 이렇게 싫어하지, 란 생각이 들었어요. 단발머리가 많은데 굳이 저를 지목한 거잖아요.

그만 두는 게 아니라도, 그 큰 무대에서 내려오고 싶은 날도 있을까요? 정상을 찍고 나면요.

정상이요? 이제 일본 투어를 시작하게 됐어요. 미국 투어도 얘기 중이고요. 그동안 투어 다니면서 아시아가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는 걸 느꼈거든요. 그래서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어요. 그리고 한국 최초로 DJ MAG TOP 100 순위에 오르고 싶어요. 그게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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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레코드와 농구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