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왜 B컷이죠?

왜냐하면 그건 말이죠….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에디터들이 직접 밝힌다.

2016년 6월호 ‘초여름, 아이린’

아이린 갑자기 펜을 건넸다. 아이린은 이내 골똘해졌다. 카메라는 그 리듬을 따랐다. “그대로 여기 잠깐 볼래요?”라는 말에 잠시 정적이 깨졌지만, 아이린은 이내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 참 좋았다. 같은 곳에 있지만 모두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듯했다. 이 사진에서는 아이린의 다문 입을 자꾸 보게 된다. 그런 채 뭐라고 썼는지는 알 수 없다. 아이린은 메모지를 잘 접더니 주머니에 넣었다. A컷 보기

 

2016년 8월호 ‘행복한 나를’

카이 아이돌 사진은 늘 ‘말갛게’라는 기준에서 출발한다. 이번 시즌 시그니처 룩이니 저번 시즌 잇 아이템이니 그런 건 어지럽기나 할 뿐, 별의별 콘셉트로 칠갑을 한 사진을 보면, 입느라 애썼다는 생각만 들었다. 카이를 촬영하며 내내 산뜻했다. “가만히 있어요.” 사진은 흑백으로 실었다. 그랬더니 ‘흑백’조차 불필요한 콘셉트라는 순수한 외침이 들려왔다. 뭔 말인지 알기에 이번엔 컬러다. A컷 보기

 

2015년 12월호 ‘혁오의 세계’

오혁 오혁은 잘 웃는다. 하지만 일단은 입술을 꾹 잠그고 웃음을 꾹 참으려는 소년이다. 그는 에디터가 활달하게 소리를 지를 때마다 큭큭 웃음을 참곤 했다. 그러다 “눈을 더 떠요!” 외쳤을 때, (못 참고) 치아를 드러내고 말았다. 2015년 Men of the Year를 기념하는 점잖은 사진인 데다, 다른 멤버와 조화를 맞추느라 이 귀여운 표정을 그때는 미처 싣지 못했다. A컷 보기

 

2016년 1월호 ‘못 보던 얼굴’

이기홍 그는 카메라를 좋아했다. 잘 보이려는 매너가 아니라 타고난 기질로 이기홍은 시종일관 유쾌했다. 그에게 나뭇가지 하나를 분질러 건넸다. “딱히 뭔가 바라는 포즈가 있어서는 아니에요. 그냥 이걸 줄게요.” 이럴 때 사전에 얘기된 게 아니라며 당황하는 배우도 있었는데, 이기홍은 그저 선선하게 “오케이” 하는 남자였다. 그는 나뭇가지 하나로 숫제 쇼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A컷 보기

 

2014년 3월호 ‘거역할 수 없는’

김용림 배우 김용림과의 촬영은 이제까지 모든 촬영을 통틀어 가장 잊을 수 없는 시간으로 남아 있다. 가령 그녀는 시선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서서히 옮기는 문제에 있어서, 북동쪽과 북서쪽을 아우르며 하나하나를 다르게 표현하는 배우였다. 숫제 360도 가상 현실이라 해도 좋았다. 어떤 상황이든, 무슨 음악이 흐르든 그녀는 모든 걸 뚫어버렸다. 남은 건 김용림뿐. A컷 보기

 

2016년 3월호 ‘나, 정수정’

크리스탈 브룩 실즈의 10대 때 사진을 시안삼아 보냈더니 그녀가 좋아했다. 숙성된 과거만이 품을 수 있는 매력으로서 크리스탈은 시간과 자신의 거리를 유연하게 다룬다. 머리 모양이나 포즈를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정서와 분위기를 느끼는 사람의 표현이 그녀에게 있다. 요조숙녀든, 뱀파이어든, 뿌잉뿌잉 안수정이든 홀연히 자신을 독립시킨다. 같은 곳에서 같은 옷을 입어도 한 장 한 장 다 새롭다. A컷 보기

 

2016년 4월호, “나답게”

쯔위 쯔위는 꼿꼿했다. 언제나 허리를 똑바로 펴고 앉았고, 얘기를 나눌 땐 눈을 마주쳤다. 카메라를 뚫어낼 듯 쳐다보다가, 정확히 요구한 지점으로 얼굴을 돌렸다. 이 사진을 찍을 때 “어디를 봐 달라”고 말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면이든 측면이든 시선이 명확한 수많은 사진 중, 이 한 장만이 쯔위의 불분명한 얼굴을 담고 있다. 한껏 클로즈업한 쯔위가 너무 예뻐 결국 책에 싣지는 못했지만. A컷 보기

 

2016년 5월호, ‘갓 깨어난’

주니어 갓세븐 주니어의 컷이 모니터에 뜰 때마다 스태프 모두가 앞으로 다가갔다. 요구한 것도 많지 않은데, 주니어는 후루룩 자신을 풀어놓았다. 미세하게 차이나는 눈썹 위치, 손의 위치, 무릎이 보이는 정도, 입술이 튀어나온 정도에 따라 느낌이 계속 달라졌다. 혹자는 에디터에게 ‘팬심’으로 사진을 고르느냐고 물었지만, 카메라를 통해 작은 차이까지 쫓다 보면, 그렇지 않다고 답하기 어렵다. A컷 보기 

 

2015년 5월호, “난리 나”

지코 문신을 보여줄 것인가 말 것인가. 사진을 고르며 그런 고민을 했던가? ‘Tough Cookie’ 발표 이후의 지코에겐 용맹한 에너지가 가득했으므로, 그걸로 충분했다. 1년 후 그를 또 만났다. 이글거리는 대신 한결 유연해진 모습. 설현과 “알아가는 사이”라는 관계가 알려진 지금, 저 ‘어머니 문신’을 두고 별의별 얘기가 벌어지는 중이기도 하다. 지금의 지코라면 으르렁대는 대신 웃어넘길 것 같지만. A컷 보기

 

2016년 7월호 ‘夏夏夏’

예린 여자친구의 예린처럼 맑게 웃는 소녀를 근래 본 적이 있었나. 여자친구 화보의 첫 번째 컷은 당연히 예린의 차지였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억지웃음’이라는 연관검색어가 따라다니고, 본인도 그걸 잘 알았다. 왜 그렇게 보이는지 자책하는 시간도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보란 듯이 예린이 무방비로 웃는 사진을 실었지만, 이 예쁜 얼굴을 싣지 않겠다는 결정 또한 매우 고통스러웠다. A컷 보기

 

2013년 7월호 “나쁘게 봐 주세요”

CL 7월호가 나오고 얼마 후 매니저로부터 문자가 왔다. “에디터님, 채린이가 삐쳤다고 전해달래요.” 되물으나마나 왜인지 알았다. CL이 ‘예쁘게’ 나온 사진은 책에 실린 것 말고 숱하게 있었다. 하지만 CL이 두려움이라고는 없이 몸을 던질 때의 컷이 훨씬 자연스럽고 멋있었으며, 화보에도 잘 어울렸다. 늦게나마 CL에게 사죄하는 의미로 이 사진을 공개한다. A컷 보기

 

2013년 12월호 ‘여진구의 집은 어디인가’

여진구 어느덧 청년이 된 여진구가 다시는 돌아갈 일이 없을 교정에서, 수트를 입고 고등학생처럼 노는 모습을 찍으려고 했다. 거의 비슷해 보이는 턱걸이 하는 사진 두 컷을 놓고 어느 쪽을 실을지 고민했다. 이 컷이 더욱 안간힘이 살아 있는 얼굴이긴 했는데, 좀 더 개구진 쪽은 책에 실린 사진이었다. 마지막으로, 여진구를 교정에 박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으므로 이 사진을 탈락시켰다. A컷 보기

 

2016년 8월호 ‘나를 따르라’

선미 선미와의 두 번째 촬영. 첫 번째 화보는 전에 없이 어두운 톤이었으므로, 이번에는 그냥 선미가 예쁘게 나오는 사진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미처 몰랐던 것은, 선미는 평범하게 예쁘게 나오기가 더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머리카락을 만져달라는 주문에 셔터를 누를 때마다 머리를 휘젓는데, 이렇게 매 컷이 아찔해서야…. 말하자면 이 사진은 두 번째로 아찔했던 컷쯤 된다. A컷 보기

 

2013년 5월호 ‘밤이 깊었네’

황현산 이날 찍은 사진 중 한 장이 2013년의 화제작 < 밤이 선생이다 >의 프로필 사진이 되었다. < GQ >에 실은 사진은 구도는 비슷하지만, 황현산이 사람 좋게 웃고 있는 얼굴이었다. 그 웃음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외면할 수 없이 좋은 사람을 보여주고 있어서, 끝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이 사진을 뺐다. 하지만 정작 황현산의 얼굴은 이쪽에 가깝다. 자비와 냉소를 모두 이해하는 표정이랄까. A컷 보기

 

2015년 2월호 ‘분위기 참 좋아요’

설현 몇 개월 후 설현에게 어떤 영광이 기다리고 있는지 그때는 몰랐다. 다리가 예쁜 줄은 알았지만, 겨울에 살을 훤히 드러내는 것도 부적절했고, 섹시한 화보는 지양해달라는 기획사의 부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사진에서 보듯이 기럭지 없이도 설현은 아름답다. 2016년 9월을 사는 사람에게는 어색한 이유로 이 사진을 제외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얼굴을 크게 싣기가 부담스러웠다. A컷 보기

 

2011년 12월호, ‘누가 송중기를 꽃이라 했나’

송중기 군대 가기 전의 송중기를 만나 30분 남짓 인터뷰를 했다. 잘 빠진 턱시도를 입히고, 가죽 장갑도 챙기고 화려한 꽃도 준비한 촬영이었다. 촬영이 끝날 즈음, 긴장을 풀고 보타이를 벗어 던진 송중기의 얼굴에 한없이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졌다. 촉촉히 물도 뿌렸다. 그랬더니 이런 눈빛이 나왔다. 다른 컷들과 어우러지지 않아 A컷에서 뺀 게 지금 보니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A컷 보기

 

2014년 12월호, “비바!”

바비 < Show Me The Money >에서 목이 쉬든 가사가 잘 안 들리든 할 말을 퍼붓고 상대를 녹다운시키던 스무 살의 바비. “날것의 냄새를 맡고 다닌다”는 전문에 목걸이 줄을 핥고 있는 사진을 기사 첫 장에 썼다. 모자를 거꾸로 쓴 이 사진은 펄떡이는 그 ‘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 고르지 않았다. 다시 보니 딱 그때, 이 한껏 젊은 바비의 얼굴이라면 뭐든 더 보여주고 싶은 맘이 앞선다. A컷 보기

 

2011년 10월호, ‘소년들의 세계사’

틴탑 들어오는 순간부터 알록달록이었다. 오색찬란한 의상을 입히기로 스타일리스트와 상의했는데, 멤버들이 입고 온 의상도 만만치 않았다. 물구나무를 서야 하는 자세가 있어 가능한지도 확인하고 싶었다. 그렇게 찍힌 이 컷이 그 자체로 틴탑이었다. 지금은 발표한 노래가 차곡차곡 쌓인 아이돌이 되었지만 이때는 팔랑팔랑한 아이들이었다. 아직도 TV에서 틴탑을 보면 이 사진이 생각난다. A컷 보기

 

2014년 12월호, ‘궤도’

태민 태민은 어느 방향으로 찍어도 태민만의 분위기가 묻어나지만, 특히 옆모습일 때 더 절절하다. 이날 사진가와 에디터는 오백만 컷의 옆모습을 찍었다. 고르고 고른 컷들도 모두 옆모습. 옆을 바라보는 눈 위로 머리카락이 쏟아지면 탄성을 질렀다. B컷을 고르기 위해 오랜만에 다시 사진 폴더를 열었다가 딱 한 장을 (또) 고르지 못하고 또 옆모습 사진과 옆모습 사진 사이를 한없이 배회하고 말았다. A컷 보기

 

2014년 8월호, ‘국주론’

이국주 이국주는 현장에서 완전한 디바였다. 협찬 의상도 마땅치 않았고, 준비해온 소품도 사이즈가 딱 맞지 않았지만 이국주는 개의치 않았다. 사진가와 에디터의 요구를 200퍼센트 이해하고 능숙한 모델보다도 더 노련하게 포즈를 잡았다. 섹시하게, 치명적인 표정으로, 유혹하듯 카메라 앞에서 놀았다. B컷도 모두 훌륭했다. 이국주에게 모두 사로잡히고 말았다. A컷 보기 

 

2014년 4월호, ‘새론의 서론’

김새론 김새론은 의외로 화보 촬영장에서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포즈를 잡다가도 이내 아이처럼 웃어버리기 일쑤였다. 그 자체로 귀엽고 예뻐서 카메라를 의식하지 말고 자유롭게 움직여보라고 요구했다. 김새론은 “어떻게 해요?”라며 주저앉아 웃어버렸고, 에디터가 나서서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같이 춤을 추다 찍힌 것이 이 컷. 현장은 사진보다 더 사랑스러웠다. A컷 보기

 

2015년 4월호 ‘라일락 꽃향기 맡으며’

이문세 그는 즐거워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덩달아 신난 에디터는 “메롱 한번 해주세요”, “귀 한번 당겨 주세요”, “개다리춤 춰주세요” 계속 주문을 보냈다. 별밤지기 ‘문세 아찌’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유쾌하고 따뜻한 표정을 다시 보여주고 싶어서였는데 책에 싣지는 않았다. 전체의 조화를 위해서. 오늘 뜬금없이 이 사진을 보며, 그의 5집을 한 번 더 듣게 되었으니 이대로 괜찮은 일 아닐는지. A컷 보기

 

2012년 10월호 ‘잘 알지도 못하면서’

김연경 “웃기고 재미있는 거 같은데요?” “멋있다”는 말이 어떠냐 물었더니, 김연경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2012 런던 올림픽 여자 배구 MVP 김연경은 이날 머리를 뒤로 넘겨 붙이고 흰 셔츠와 수트를 입었다. 그러다 여학생처럼 ‘멜빵바지’를 입고 풍선껌을 불기도 했다. 이 사진은 그런 두 얼굴의 김연경 사이에서 표류하다 선택되지 못했다. 두 번째 올림픽이 끝났다. 다시 만나면 그녀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A컷 보기

 

2015년 3월호 ‘나를 돌아봐’

종현 기껏 불러놓고 뒷모습을 찍는 건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 같지만, 이날은 종현의 뒷모습을 참 많이 찍었다. 벽 앞에 가만히 서게 한 뒤 홀린 듯이 뒷모습을 찍다가 “종현 씨” 불러 돌아볼 때마다 셔터를 눌렀다. 지면에 들어간 건 그렇게 돌아보는 종현의 얼굴이었지만, 사진가와 에디터는 이 컷을 좋아했다. 툭 내려뜨린 시선이나 대충 둘러멘 재킷에서 종현의 진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A컷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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