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Y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롤프 헤이 & 메테 헤이 헤이 설립자

헤이 매장에 들어갔다 빈손으로 나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하루 종일 앉아 있고 싶은 의자부터 품 한가득 끌어안고 싶은 쿠션, 여름의 햇살처럼 반짝이는 컵, 뭐라도 끄적이게 만드는 노트와 펜, 앙증맞은 클립까지,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물건들이 거기 다 있기 때문에. 게다가 고이 모셔야 할 것 같은 디자이너 작품들보다 훨씬 친근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그 물건을 쓰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헤이는 직관적인 형태와 실용적인 디자인을 제시하며 누구보다 빠르고 성공적으로 일상에 녹아들었다. 살아 있는 진짜 디자인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가장 동시대적이고 현실적인 지표인 셈이다.

KALEIDO TRAY

헤이를 만든 계기는 뭔가? 롤프(이하 R) 그때 우린 카펠리니를 굉장히 좋아했다. 디자이너들과 실험적으로 협업을 하며 문화와 양식을 통합하는 그들의 방식은 새로운 디자인의 기준을 밝히는 성명서 같았다. 하지만 그 진가를 알아본다 해도 카펠리니의 디자인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우린 좋은 디자인을 좀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했고, 2002년에 파트너 트로엘스 홀크 포블센과 함께 헤이를 설립했다.

브랜드 안에서 각자의 역할이 나뉘어 있나? 메테(이하 M) 롤프는 가구를, 나는 액세서리와 미니 마켓을 담당한다. 큰 프로젝트는 함께 상의한다.

제품은 어떤 식으로 디자인하는지 궁금하다. M 코펜하겐 스튜디오에 인하우스 디자인 팀이 있고 외부 디자이너들과 프로젝트 작업도 많이 한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가이드라인은 없다. 간혹 우리의 생각을 더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디자이너가 자신의 창의성에 따라 자유롭게 작업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렇게 했을 때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고.

CPH90 DESK

덴마크 디자인은 간결함, 실용성, 기능주의 같은 단어들로 요약된다. 헤이에도 그런 특징이 있지만, 전형적인 덴마크 디자인 브랜드라고 말하기엔 살짝 어색한 부분도 있다. 묘하게 다른 카테고리 같달까? R 우리는 덴마크 디자이너의 작품을 보고 자랐고, 또 그걸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니 그런 특징이 자연스레 묻어날 거다. 하지만 전통적인 덴마크 디자인을 답습하고 싶진 않았다. 외부 디자이너와의 협업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헤이는 스테판 디에즈, 히 웰링, 제이콥 바그너 같은 유명 디자이너들과도 함께 일한다. 디자이너를 선택하는 기준은 뭔가? R 간단하다. ‘내가 이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은가?’ 그중에는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도 있고, 예전부터 존경하던 디자이너들도 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출신이나 유명세가 아니라 그들이 만드는 제품 그 자체다.

2005년에는 액세서리 라인을 론칭했는데, 이게 또 반응이 아주 좋았다. M 사실 액세서리 라인은 가구를 제작하고 남은 원단을 어떻게 활용할까 생각하다 시작하게 됐다. 처음 만든 아이템은 피노키오 카펫과 도트 쿠션, 퀼트 침대 커버였는데, 반응이 좋아 점차 다른 아이템도 추가했다.

HORIZON NOTEBOOK

액세서리 라인은 독특한 색감과 패턴이 도드라진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M 가구보다 실험해볼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액세서리를 만들 땐 미리 색깔 테마를 정하거나 정교하게 계획을 세우진 않는다. 오히려 그때그때 직관적으로 작업하는 편이다. 패션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금까지 만든 것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제품은 뭔가? M 피노키오 카펫, 칼레이도 트레이. 가구 중에는 어바웃 어 체어가 제일 인기가 많았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애정이 가는 제품도 있을 텐데? M 역시 피노키오 카펫과 칼레이도 트레이. 우리 브랜드를 대중적으로 알린 베스트셀러라 더 애착이 간다. R 뉴 오더 컬렉션. 만들면서 굉장히 애를 먹어서 그런지 어렵게 낳은 자식 같은 느낌이다. 이 작업을 하면서 스테판 디에즈와 친해지기도 했고.

ABOUT A CHAIR

코펜하겐에서 산다는 건 어떤 건가? 잘은 모르지만 아주 평화로울 것 같다. M 런던이나 파리 같은 대도시와 비교하면 무척 작은 곳이지만, 그곳에선 느낄 수 없는 소박한 매력이 있다. 한적한 거리, 사람들의 여유로운 태도, 언제든 편하게 갈 수 있는 레스토랑과 소담한 갤러리,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하루…. 이런 사소한 것들이 나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당신의 하루는 보통 어떤가? M 하루하루가 참 다르다. 출장도 많고,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일하는 것도 아니라서. 다행인 건 컴퓨터 앞에 앉아 하루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그렇게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내는 사람은 절대 창의적일 수 없다.

쉬는 날은 뭘 하나? R 가능하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함께 스케이트를 타러 가거나, 하키 연습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낸다. M 나는 벼룩시장에 가는 걸 좋아한다. 코펜하겐에서 차로 50분 정도 떨어진 곳에 별장이 하나 있는데, 여름엔 가족과 함께 거기도 자주 간다.

LETTER BOX

당신의 집은 어떻게 꾸며져 있나? 혹시 헤이 하우스처럼 깔끔하고 아기자기한가? M 그런 얘기를 종종 듣는데, 매장처럼 흐트러짐 없이 정리돼 있진 않다. 집은 집다워야 하니까. 우리 제품이 많기는 하다. 론칭 전에 집에 두고 직접 써보면서 이런저런 것들을 살펴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래된 다른 가구도 많다. 시간이 지나며 삶의 흔적이 쌓인 제품에는 설명하기 힘든 종류의 아름다움이 깃든다. 바로 그런 것들이 집을 안정적이고 포근하게 만들고.

집에서 물을 마실 땐 항상 헤이의 파란색 컵을 쓴다. 그 컵을 쓰면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그리고 그때마다 좋은 디자인이란 뭘까 생각한다. M 좋은 디자인에 정답은 없다. 당신에게 기쁨을 주는 컵이 어떤 사람에겐 그냥 찬물이 든 컵일 수도 있고, 나에게 좋은 디자인이 다른 사람들에겐 별게 아닐 수도 있는 거니까. 하지만 나 역시 당신이 느낀 그 ‘좋은 기분’이 좋은 디자인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제품을 썼을 때 느끼는 기쁨과 설렘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한다. 우리는 그 가능성을 기대하며 헤이를 만든다.

헤이의 디자인 정체성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자면? M 일상을 위한 허세 없고 재미있는 단순함. Unpretentious, playful simplicity for everyda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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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패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