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의 이름으로 – 민호

재킷은 톰 브라운, 조끼는 꼼 데 가르송.

2010년에도 제가 민호를 인터뷰했죠. 그사이 전 많이 변했어요. 저도 많이 바뀌었죠. 데뷔하고 2년쯤 지났을 땐데,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진짜 많은 걸 경험하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성숙해진 거 같아요.

어떤 종류의 경험요? 활동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 적인 것, 뭐 정말 사소하게 어제 먹은 저녁…. 좀 크게 얘기하면 저번 주에 끝난 콘서트 같은 거요. 그렇게 따지면 정말 많은 일이 있었죠.

반추하고 곱씹는 편이에요? 좀 많이 생각하는 거 같아요. 제 나름의 기준에서 이거는 좋았던 거, 나빴던 거를 추려내는 편인 거 같고요.

재킷은 톰 브라운,

그럼 2010년과 지금 사이의 경험 중에서 어떤 것이 결정적이었나요? 데뷔했을 때부터 막연히 생각했던 거고 느껴왔던 건데, 그걸 확실히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제가 편한 사람들이랑 있었을 때 보여주는 나의 모습 그 자체가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그게 나의 솔직한 모습인데 지금까지는 나도 모르게 겁이 나서, 좀 감추려고 하지 않았나 싶어요. 불현듯 이걸 깨닫고 나니까 저 자신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가고 싶어진 그 시점이 있었어요.

언제쯤이에요? 한 2~3년 전? 명확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데뷔하기 전 인간 최민호의 모습을 아는 친구들과, 데뷔 후에 만나 정말 친해진 사람들이 보는 샤이니 민호는 이미지가 좀 달랐던 거죠. 데뷔 후에 친해진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저에 대한 이미지와 편견이 있잖아요? 마음을 여는 부분에 한계도 있고요. 그 차이를 잘 못 느끼고 있다가 데뷔 이후 만난 친구들과 서로 마음을 열기 시작하면서 그들이 절 대하는 태도를 보고 제가 느낀 것 같아요. “이제 샤이니 민호가 보이지 않네. 인간 최민호가 나는 더 좋다”고 말하는 걸 보고요.

조끼는 꼼 데 가르송.

그 깨달음은 민호를 어떻게 변화시켰어요? 아, 이렇게 편한 사람과 있을 때 나의 이런 모습이 나오는구나, 스스로 좀 캐치한 거 같아요. 그런 모습을 기억해놔야겠다, 생각했고요. 예를 들어 신입사원이 회장님 앞에서 면접을 볼 때 튀는 행동은 할 수 있지만 이상한 행동은 하면 안 되잖아요. 실례를 범하지 않는 선에서 내가 편하게 행동할 때 이런 모습이 있구나, 알게 된 거죠. 사실 방송에선 카메라와 조명 스태프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편하게 못한 부분이 있는데, 나의 편한 모습을 스스로 알게 되니까 활용해야겠다 싶어요. 어색한 스태프와의 ‘땐땐함’을 푸는 방법, 전략, 직업 노하우, 그런 걸 배워가는 것 같아요.

연기에도 아주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그렇죠. 연기할 때 가장 도움이 되죠. 카메라 앞에서 좀 편해진 것 같아요. 물론 데뷔 연차도 좀 있고, 그동안 해온 작품들이 있어서 편해진 것도 있지만, 제가 표현할 때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게 됐어요.

데님 재킷과 팬츠는 캘빈클라인 컬렉션.

마음속까지 들여다보진 못하고 화면으로만 민호의 모습을 확인한 시청자의 입장에서, 민호가 새롭게 보인 결정적인 순간이 있다면 드라마 < 처음이라서 > 속의 모습이에요. 음…. 진짜 그걸 좀 느끼셨다면, 저도 방금 좀 놀란 게, 아까 말한 그 깨달음 이후에 처음으로 연기한 작품이에요. 카메라가 참 신기한 게 사람의 표정과 겉모습만 찍는 거 같지만 공기의 흐름도 다 읽거든요. < 처음이라서 >의 태호는 제 나이와 맞아서 제가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캐릭터였어요. 옛날에는 겉모습만 겉만 화려하게 하려고 했다면 ,지금은 조금 더 ‘딴딴하게’ 다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거 같아요.

민호의 연기를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지난 5월 개봉한 < 계춘할망 >도 이후에 작품이 줄줄이 나와요. 드라마 < 화랑 : 더 비기닝 >부터 시작이네요. 그건 이제 막 촬영이 끝났어요. 촬영은 좀 힘들었어요. 사극 의상이 땀 흡수를 못해서 땀이 다 발 쪽으로 흘러내려요. 와, 한국이 이렇게 덥구나, 경주가 진짜 이렇게 덥구나, 여름에 사극은 진짜…. (웃음) 영화는 < 계춘할망 > 이후 두 개 정도 더 찍었는데 하나는 올해 개봉할 거 같고 하나는 내년에 개봉할 것 같습니다.

데님 재킷과 팬츠는 캘빈클라인 컬렉션.

마동석과 함께 촬영한 독립영화 < 두 남자 >가 기대돼요. 멍든 얼굴의 스틸컷이 공개됐죠. 새로운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운 좋게 시나리오가 저한테 들어왔어요. 제 인생과 캐릭터 각각을 원이라고 보면 어느 정도는 교집합이 있잖아요? 근데 이 영화는 나이와 성별 정도만 비슷하고 겹치는 부분이 정말 없었어요. 그래서 더 끌렸던 것 같아요. 그 캐릭터한테 다가가 보고 싶다…. 저예산 독립영화고 어떻게 보면 조금 센 내용도 나와서 회사에서 허락을 안 해주실 줄 알았어요. 제가 하고 싶다는 의지를 좀 표현했죠.

만족해요? 선배님들이랑 촬영할 때, 경험에서 밀린다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예를 들어 교수님한테 레포트를 제출해야 한다고 치면, 그걸 그냥 제출하는 학생이 있고, 요점만 찍어서 간단하게 하는 사람이 있고, 교수님 성향을 파악해서 글씨 크기까지 신경 쓰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런 게 경험 차이인 것 같아요. 영화를 다 찍어놓고 보니까, 아 선배님은 이런 것도 다 알고 하신 거구나, 그게 보여요.

민호의 데님 재킷과 팬츠는 모두 캘빈 클라인 컬렉션. 태민의 티셔츠는 배트멍 by 분더숍.

요즘 신나요? 진짜 재밌어요 사실 저 같은 경우는 연기와 샤이니 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시점이라 여유를 갖고 한 가지에 더 집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요즘은 좀 반대로 생각하려고요. 병행하니까 좀 더 크리에이티브한 게 나올 수 있는 것 같고, 무대에 설 때와 연기할 때 제 모습이 확확 달라지니까 저 스스로도 좀 재밌는 것 같아요. 팬 분들도 그걸 굉장히 좋아해주시는 것 같고요. 저도 그걸 어필하고 싶어요.

하나에만 집중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아쉬움은요?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 안에서 더 최선을 다하고 더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다행인 건, 진짜 체력은 그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정도라…. 한국에서 박지성 선수 다음으로 체력이 좋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로요.(웃음)

민호의 데님 재킷과 팬츠는 모두 캘빈 클라인 컬렉션. 태민의 티셔츠는 배트멍 by 분더숍.

지난 5월 < SNL 코리아 >에 나와서는 데뷔 초 어색한 랩을 하는 ‘흑역사’ 동영상을 다시 따라 했어요. 추억인가요? 부족해 보이지 않으려고 성숙한 척하는 모습이 귀여웠던 거 같아요.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아마 똑같은 행동을 했을 거예요. 물론 지금 저의 생각을 가지고 과거로 간다면 다르겠지만, 그러면 뭐랄까, 너무 빨리 깨달으면 봐주기 싫을 거 같은 느낌? 모든 걸 다 아는 건 재미없잖아요.

친한 사람들이랑은 보통 어떻게 놀아요? 그냥 술 먹고, 마지막에는 (동방신기) 창민이 형 집에 가서 뻗는 게 저희 패턴이에요. 창민이 형 집이 제일 좋기 때문에, 그 집이 ‘막차’인데, 나름 재미있어요. 2년 전 연말에 < 미생 > 열풍이 막 불었을 때는 회사원 콘셉트로 옷 입고 포차에서 술 마시고, 전국의 맛집 찻집 찾아서 먹으러 갔어요. 그런 사소한 거 해요.

재킷과 셔츠와 보타이는 모두 톰 포드.

“편한 사람과 있을 때 나의 이런 모습이 나오는구나, 스스로 좀 캐치한 거 같아요. 나의 편한 모습을 스스로 알게 되고 나니까 이걸 기억해놨다가 방송이나 연기할 때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삼버지’라는 말 혹시 알아요? 몰랐는데, 팬들에게 물어봤더니 3층의 아버지라는 뜻이래요. 콘서트 때 제가 3층에 있는 팬들도 챙겨줘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요. 콘서트에 오면 가까운 자리에 앉을 수도 있고 먼 자리에 앉을 수도 있고, 그거는 정말 랜덤이에요. 멀리 계신 분들은 좀 가까이 가서 챙겨드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죄송해요.

민호의 다정함을 목도한 일화들이 인터넷에 많이 올라와 있어요. 그건 부모님 영향인 것 같아요. 항상 “겸손해라, 노력해라” 하셨어요.

그 성격이 힘들 때도 있나요? 아니요. 전혀. 그게 피곤하면 가짜죠.

서울에서 어디가 제일 좋아요? 전 요즘 대학로에 빠져 있어요. 친한 형이 연극을 해서 대학로 자주 가요. 그쪽은 공기가 좀 달라요. 저에게는 새로운 공간이고, 영감을 받는 기분이 들어요. 아, 그리고 또 건대 쪽 좋아해요. 건대생이라.

재킷과 셔츠와 보타이는 모두 톰 포드.

건대 앞은 정신없고, 술집 많고…. 죄송해요. 그 시끄러운 사람 중 한 명이었어요 제가. 으하하하.

마지막 질문. 2010년에 비하면 말투도 생각도 달라졌는데, 잘생긴 외모는 여전해요. 동감해요? 한 끗 차이인데, 전 변했다는 생각은 안 하고 성장한 느낌은 있는 것 같아요. 늙었다기보다는 성숙해졌고요. 옛날에는 거울을 볼 때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요즘은 로션 바를 때 좀 오묘한 기분이 들어요. 이거, 되게 모르겠어요. 이게 내가 맞나?, 이런 생각도 가끔 들고, 복잡해요. 요즘 왜 그러지?

어떤 게 달라졌는데요?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어요. 일단 매일 아침에 면도를 한다는 점은 2010년이랑 달라진 것 같아요. 그때는 매일 안 했죠.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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