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향수

바이레도가 지난 10년을 자축하며 만든 향수엔 이름이 없다.

언네임드 29만원(100ml), 바이레도.

바이레도를 좋아한 건 은밀하게 간직하고 싶은 이름들 때문이었다. 피요테 포엠은 환각 선인장과 시란 뜻인데 향초로 사서 태웠고, 집시 워터라 불리는 향수는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곤 흥에 겨워 뿌렸다. 어떤 이름은 마셔도 죽지 않을 것같이 달콤했다. 어느새 냄새가 아니라 이름이 주는 어떤 기분으로 뿌렸다. 결국 언어가 모든 감각을 지배했다. 이런 바이레도가 지난 10년에 쉼표를 찍듯 향수 한 개를 만들었다. 정작 이 향수는 이름이 없다. 향기는 지난날과 다르지만 딱딱한 설명 한 줄에 인색하다. 사용하는 사람이 직접 지어 부르면 그뿐. 정서적 동의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다. 한정하듯 가두지 않으니 오히려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 미치겠다. 그래서 내 맘대로 마라케시 파우더라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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