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자동차 7 (폰티악 GTO / ‘섬씽 와일드’ )

영화 역사에 등장한 가장 매혹적인 자동차 100대, 자동차 역사에 아로새길 100편의 영화. 우리는 영화를 떠올리며 자동차를 생각했다. 자동차를 기억하며 영화를 다시 봤다.


다프 트럭 ‘2800 터보 트럭 1979년형’, < 안개 속의 풍경 Landscape in the Mist > 1988 그날이 잊히지 않는다. 겨울이었고 크리스마스가 가까웠다. 그리고 비디오 가게에서 이끌리듯이 이 영화를 골랐다. 화면이 굉장히 느리고 무거웠다는 것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실히 인지하지 못한 채, 뭔가 크게 잘못되고 있다는 상상을 하며 본 영화. 20년 만에 다시 봐야 했다. 차 이름을 알기 위해서.

 

 

캐딜락 ‘Fleetwood Limousine 1977년형’, < 찬스 Being There > 1979 환갑이 지나도록 외출 한 번 해본 적 없는 정원사 챈스(피터 셀러스)가 난생처음 집을 나선다. 챈스에게게는 모든 것이 첫 경험이다. 이 차도 마찬가지.

 

 

패커드 ‘12 빅토리아 컨버터블 1938년형’, < 차이나타운 > 1974 극장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것은 항상 영화의 중반쯤 일어나는데, < 킬빌 1 >이 그랬고, 1988년의 < 빅 >이 그랬으며 < 차이나타운 >이 그랬다. 정말이지, 진심으로 이 영화가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평생이라도 좋으니, 그 속에 있고 싶은 마음. 에블린(페이 더너웨이)이 패커드를 전력질주로 몰아, 궁지에 몰린 기티스(잭 니콜슨)를 구출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눈을 잠깐 만지는 장면이 선명하다. 요즘은 이 영화에 대해 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심카 ‘1100 ES 928 1975년형’, < 룰루 Loulou > 1980 1940년대의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을 가장 현대 시점에 맞게 자신만의 언어로 가장 잘 승화시킨 감독이 모리스 피알라라고 생각한다. 마흔세 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장편 데뷔를 한 그의 다섯 번째 작품인 < 룰루 >가 개봉한 지 36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새롭다. 자기 소유도 아니며,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르는 제조사와 모양 그리고 해질 만큼 해진 색깔을 가진 이 차는 룰루(제라드 디파르디유)를 닮았다.

 

 

르노 ‘Espace II J63’, < 타임 아웃 Time Out > 2001 “결말은 어렵다. 정말 항상 어렵다. 감독으로서 두세 개의 좋은 결말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건 기적일 것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말이다. 회사에서 해고 당한 사실을 숨긴 채 살아가는 주인공 벵상(오를레앙 르코앵)이 마지막 장면을 통해 보여주는 감정선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다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새로이 공명한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벗어난 자신만의 실체가 온전히 비춰지는 공간이 이 커다란 차 안이다.

 

 

폰티악 ’GTO 컨버터블 1967년형’, < 섬씽 와일드 Something Wild > 1986 라틴 타악기 변주가 흐르는 데이비드 번의 노래로 시작해, 카페 종업원의 실시간 랩으로 끝나는 영화가 있다. 하나의 거대한 뮤지컬이자 로드 무비인 동시에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 < 섬씽 와일드 >는 주인공 룰루(멜라니 그리피스)와 찰스(제프 다니엘스)가 67년형 지티오 컨버터블에 탑승한 이후에야 비로소 전개된다. 해가 지고 있는 저녁, 회화나무가 우거진 공원을 가로지르며 ‘Wild Thing’을 함께 부르는 룰루와 찰스는 정말 아름답다. 조나단 드미가 제작과 연출을 맡았다.

 

 

밥샵 ‘Datsun 280ZX Racing Car’, < 위닝: 폴 뉴먼의 레이스 인생 Winning: The Racing Life of Paul Newman > 2015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를 사랑한다. 그들이 멋지고 성공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영화에 접근하는 삶이 언제나 정직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폴 뉴먼을 더욱 가깝게 느끼게 되었다. 그는 처음에는 항상 실패했다. 연기도, 결혼도, 레이싱도.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고, 더디지만 나아지기 위해 배우며 자신의 기준을 변화시킨 남자. 하나뿐인 아들을 잃고 이 차에 앉아 몇날 며칠 계속 트랙을 돌았다는 남자. 인터뷰어가 로버트 레드포드에게 물었다, 그의 어떤 점이 그립냐고. 레드포드가 답한다. “폴 뉴먼의 모든 것이 그립다.”

 

 

캐딜락 ‘시리즈 62 Convertible 1963년형’, < 스카페이스 > 1983 토니(알 파치노)와 엘비라(미셸 파이퍼)가 ‘누군가의 악몽’ 같은 이 차에 함께 타고 있다. 고상하게 천천히 코카인을 흡입하는 엘비라와 달리 단숨에 들이킨 토니가 갑자기 강제 입맞춤을 시도한다. “하인과는 놀아나지 않는다”며 화를 내는 엘비라에게, 토니는 살며시 웃으며 슬쩍 그녀의 하얀 모자를 자기의 머리에 걸친다. 엘비라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다.

 

 

시트로엥 ‘Type 23 1945년형’, < 400번의 구타 > 1959 모든 누벨 바그의 시작에 현실적 무게를 실어준 영화가 <400번의 구타>라고 생각한다. 모흐센 마흐발바프를 비롯한 많은 명감독들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피해 가지 못할 만큼, 영화를 하는 사람들에게 < 400번의 구타 >가 갖는 상징성은 대단하다. 앙트완(장 피에르 레오)이 호송차에 실려가는 장면이 있다. 쇠창살을 두 손으로 꼭 잡고, 언뜻언뜻 고개를 돌리며, 바깥을 바라보는 앙트완. 카메라에게 ‘조금 더 다가와도 괜찮다고’ 손짓하는 모습까지 담긴 이 장면을 정말 오랜만에 다시 봤다.

 

 

피어스애로우 ‘Model 836 1933년형’,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어메리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 1984 세르지오 레오네는 스파게티 웨스턴의 창시자라는 명성에 비해 너무 적은 숫자의 작품을 남겼다. 그리고 10년을 준비한 영화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영화 속 자동차’로 가장 먼저 떠오른 게 이 장면이었다. “범인은 반드시 현장에 다시 나타난다.” 흔한 어구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가야 했던 장면. 대개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 대표작이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로베르 브레송과 세르지오 레오네는 특별하다.

 

영화와 자동차 8 (메르세데스-벤츠 240 D / ‘엘리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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