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더 하세요?

틴더를 켠다. 거기서 누군가를 좋아한다. 아무도 모르게.

간단하다. 화면을 오른쪽으로 밀면 ‘좋아요’, 왼쪽으로 밀면 ‘아니에요’. 상대방의 사진을 보고 판단한다. 사진 하단에 사용자가 입력한 정보를 더 열어볼 순 있긴 하지만…. 틴더는 에둘러 표현하지 않는다. ‘좋아요’가 아니라면 곧장 ‘아니에요’다. 이 앱 안에서라면 입장이 유보적일 수는 없다. 그리고 ‘아니에요’를 골라 왼쪽으로 떠나보낸 사람은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 영어 (대문자)로 ‘NOPE’. ‘디스라이크’나 ‘헤이트’가 아닌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물론 상대는 모른다. 내가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도 모른다. 얼마나 많은 (틴더는 위치기반 서비스이니, 나와 근처에 있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는지. 어쩌면 옆 책상에 앉은 사람일 수도 있다.

“리우 올림픽 선수촌에서 틴더 매칭률 129퍼센트 증가”. 이런 뉴스를 보고는 웃었다. 틴더 답다고 생각했다. 빙빙 돌리지 않는 확실한 표현. 웹에서 우스개로 쓰이는 ‘팩트 폭력’, ‘팩트 폭격’ 따위의 말이 생각나는 순간. 그 조어와 함께 떠도는 그림에 쓰인 문장이 그 뜻을 요약한다. “당신이 무심코 던진 팩트, 누군가에겐 폭력일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Stop Using Facts’라는 동일한 의미의 밈 Meme으로 한창 인기를 끌었다. 팩트, 그러니까 사실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의 감정을 공격하거나 흔들 수 있다는 뜻. 틴더에 쌓인 데이터, 즉 누가 나를 좋아하고 안 좋아하는지야말로 명백한 사실이다. 상대가 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도 아니니 더욱 솔직한 사실. 물론 우리는 그 결과를 볼 수 없기 때문에 ‘팩트 폭력’에서 자유롭다. 그러니 상처받을 일도 없다.

팩트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때는 누군가 나를 ‘좋아요’ 했을 때다. 그리고 나도 동시에 상대를 오른쪽으로 밀었을 때. 그러면 (서로의) 휴대전화에 요란한 진동이 울리며, “매칭되었다”는 메시지가 뜬다. 그렇게 우리는 근처에 있었고, 서로를 좋아한 것이다. 그것만이 내가, 아니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사실이다. 문자 메시지로 일방적 연락을 하다 받은 상투적인 답변에, 이 사람이 내게 관심이 있는 건지 마지못해 대답을 하는 건지 추측하는 식의 고민은 없다. 어쨌든 상대는 나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으니 ‘좋아요’를 선택한 것이다. 물론 그 목적은 모두 다를 테지만,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겠다는 의지만큼은 공통의 것이다. 갑자기 심심해서, 진한 연애를 하고 싶어서, 당장 술 한잔 할 사람이 필요해서, 오늘 밤 섹스 파트너를 찾기 위해서….

틴더를 쓰는 방식 또한 제각각이다. 일단 무턱대고 ‘좋아요’를 많이 택하는 사람, ‘좋아요’ 하나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사람, 아주 가까이 있는 누군가(사용자는 원하는 거리를 설정할 수 있다)만 찾는 사람. 그렇게 대화가 시작된다. 당장 지금에 대해 얘기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것은, 우리가 가까운 곳에 있다는 또 다른 팩트 때문이다. 그것은 매칭되기 전부터 주어지는 거의 유일한 사실이다. SNS상으로 처음 본 사람에게 대뜸 “지금 뭐하세요?”라고 묻는 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틴더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매칭 순간의 알림과 함께 시작되는 동시 접속 상태 그리고 물리적 거리가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경우다. 지금에 대해 얘기할 수 있으니, 내일에 대해 묻는 일이 정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당장 내일 만나는 게 아니라, 지금이 아닌 내일 만나게 되는 거랄까.

그런데 과연 상대방은 나, 그러니까 한 사람과만 얘기를 하고 있는 걸까? 지금에 대해 물을 수 있다는 건, 누군가 지금 만나자는 제안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일 터. 또한 틴더는 유료 버전이 아닐지라도 도저히 하루 만에 나름 제한된 수의 ‘좋아요’를 다 쓸 수 없을 만큼 너그럽다. 만나야지. 멀리 있는 것도 아닌데 왜 미루나? 아니, 만나지 않으면 내일이 내년처럼 멀어질지도 모르는 노릇. 게다가 틴더를 만지작거리게 되는 건 대개 내가 홀로 낯선 공간에 있을 때가 아니던가? 익숙한 공간 근처에 있는 사람들의 면면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동네든 새로운 도시든, 이왕 새로운 만남을 꿈꾸는 거라면 그쪽이 더 흥미롭기 마련. 국내든 해외든 유독 외국인 사용자가 자주 눈에 띄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일까?

그러니 “리우 올림픽 선수촌에서 틴더 매칭률 129퍼센트 증가”라는 뉴스야말로 틴더 그 자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 피 끓는 전 세계 청춘들이 모이는 선수촌에 배포하는 콘돔 수가 매 올림픽마다 늘어난다는 소식처럼 4년 후 올림픽에서는 저 수치가 더욱 올라갈까? 다음 올림픽은 도쿄. 사용자가 최대치의 거리로 선택할 수 있는 건 160킬로미터이니, 나의 틴더가 도쿄까지 닿을 순 없겠으나…. 물론 유료 버전을 다운로드 받으면 내 위치를 조작할 수도 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틴더의 로고는 단순한 빨간색 불꽃이다. 간결하고 직관적이다. 앱 안에서의 구애, 아니 만남이라면, 일방적으로 창문에 돌을 던지는 식이라기보다는 쌍방향에서 날아온 돌이 맞부딪쳐 불꽃을 튀기는 쪽인 듯하니, 꽤 적절하달까. “아, 며칠 전에 틴더에서 봤어요. 근데 왼쪽으로 밀었어요. 죄송해요.” 그런데 과연 이런 말은 어떻게 받아들이면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