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걸 할 거예요’ 배우 이주영

머뭇거리지 않는다. 스크린에서도, SNS에서도,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도…. 서늘하다. 선명하다. 결코 넘지 않는다. 이런 얼굴이 있구나, 이주영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흰색 터틀넥은 유니클로.

독립영화와 단편영화,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던 <춘몽>, 쭉 영화만 하다가 처음으로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를 찍고 있죠. 많이 다른가요? 진짜 달라요. 드라마는 시간이 제일 중요한 작업이었어요. 마음이 별로 편하지 않은 것 같아요. 각오는 했고, 얼마나 힘든지 한번 해보긴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거예요.

이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이주영에겐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체감을 못하고 있긴 한데, 공중파 드라마의 영향력이 작지 않더라고요. 주변에서도 더 많이 얘기해주시고요. 하고 싶은 연기를 하는 게 배우의 1차적인 욕망이겠지만, 독립영화를 할 때는 내가 만들어낸 무엇을 많은 사람이 봐줬으면 좋겠다, 라는 욕망은 잘 안 채워졌어요.

사람들이 알아본다는 건 어떤 거예요? 배우 중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알려지고 싶다는 욕망이 두려움보다 더 클 거라고 생각해요. 근데 제 성격상, 생활의 변화가 생길 정도로 제 삶이 바뀐다면 뭔가 적응해야 할 거예요.

흰색 터틀넥은 유니클로.

얼마 전 SNS상에서 ‘여배우라는 표현은 여혐이다’라는 요지로 쓴 글이 이슈가 된 적이 있잖아요. 어느 날 회사에서 전화가 오는 거예요. 기자들이 기사를 쓰려고 한다고. 그래서 제가 안 막아도 된다고 했어요. 제가 무슨 범죄를 일으킨 것도 아니고, 저는 오히려 무슨 기사가 날지 궁금한 거예요. 지금은 많이 조용해졌지만 한 며칠 시끄러울 때도 저는 사실 별 생각이 안 들었어요. 내가 “나 오늘 점심으로 밥을 먹었어” 이렇게 얘기했는데, 사람들이 너는 밥 먹은 게 아니야, 이렇게 말하는 느낌? 배우나 연예인이 정치적인 이슈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때 말을 사려야 되는 분위기가 잘 이해가 안 가요. 주변에 고마웠던 건 “너 그렇게 하면 안 돼”라고 말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거예요.

괜한 멘션으로 딴지를 거는 사람에게 설명하려는 모습도 봤어요. 뭔가 가르치려는 개념은 절대 아니에요. 그냥 제가 이 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잘자잘한, 뭔가 부당한 대우가 많았던 걸 알고 있잖아요. 지금 제가 엄청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제가 아무리 독립영화를 많이 했어도 이제 시작하는 입장인데, 제가 느끼는 부당함이 이 정도라면 이미 10~20년 일을 해온 선배님들이나 이 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어떨지…. 그분들조차 이런 문제에 대한 심각함을 아예 그냥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있고, 아예 자각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거고, 그래서 이렇게 젠더에 대한 이슈를 던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관심을 가진 지 1~2년밖에 안 됐지만, 분명히 사회가 바뀌고 있다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방향으로요. 앞으로 더 많이 바뀔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타이밍에 저도 목소리에 힘을 주고 싶었어요.

보통 이런 이슈가 생기고 난 뒤 배우를 인터뷰하면, 소속사에서 질문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혀 이야기가 없었어요. 저한테도 아무 말씀 없었어요. 앞으로 조심할 생각 없다고 제가 미리 말한 것도 있고….

검은 슬립 원피스는 에잇세컨즈, 꽃무늬 아플리케가 더해진 스카잔은 참스 × 퍼스트룩, 목걸이는 필그림.

영화 속에서 이주영이 맡은 배역은 종종 진짜 이주영처럼 보이죠. 감독들도 평소 모습을 보여달라는 요청이 많았다죠? 자신을 그대로 투영하는 작업이 재미있나요? 혹은 좀 다른 캐릭터를 원하나요. 연기를 오래 해온 배우는 아니지만, 스크린에 내 모습을 많이 투영했을 때 더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 “너의 모습을 최대한 살려서 연기를 하는 게 좋겠다”는 감독님은 저의 그런 면을 잘 캐치하셔서 말씀하시는 것 같고요. “너에게서 완전히 새로운 걸 끌어내고 싶다”라고 말한 감독님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그런데 최후엔 캐릭터를 완전히 바꿔서라도 저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길 원하는 경우가 꽤 있었어요. 저도 신기해요. 평소 모습이랑 180도 달라져서 연기하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자기 모습을 많이 투영해 연기하는 스타일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좀 후자에 가까운 것 같아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뭐죠? 기준이라는 게 생긴 지는 몇 년 된 거 같아요.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독립영화가 지금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상업영화보다 여자들이 조금 더 할 수 있는 것이 많은 것 같아요. 독립영화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그 작품 안에 내가 연기할 인물의 캐릭터가 곧게 잘 서 있는가를 많이 봤어요. 저에게 들어오는 상업 영화 시나리오를 보면, 역할이 진짜, 너무 힘들어요. 좀 부속 같기도 하고, 내가 왜 해야되는 역할인지도 모르겠고요. 여자배우, 특히 여자 신인 배우들이 할 만한 시나리오가 진짜 없는 거 같아요. 이건 분량의 문제가 아니에요. <춘몽>의 ‘주영’이라는 캐릭터도 분량이 정말 작거든요. 그 캐릭터의 존재 이유가 저에게 설득이 되야 해요.

언젠가 다른 인터뷰에서 “나는 내 만족, 내 행복을 위한 연기를 하고 싶다”라고 했죠. 변함 없나요? 덧붙이고 싶다거나. 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차기작으로도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거예요. 없는 게 문제죠. 아 1월에 드라마가 끝나면 일단 여행을 가고 싶어요. 자연을 보면서 아무 생각없이 있고 싶어요.

어디로요? 베트남 나트랑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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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