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뉴페이스 – ‘스틸플라워’ 정하담

2017.01.20손기은

묵직한 독립영화에 연달아 등장했고, <스틸플라워>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꼭 스물세 살 같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는 정하담의 얼굴에서 바위처럼 맑고 단단한 배우를 보았다.

벨벳 브라 톱은 자라, 시스루 셔츠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이런 스튜디오보다는 영화 현장이 더 편하죠? 네. 화보 촬영보다 영화 촬영이 훨씬 편하지만 많이 어렵고 더 불안해요. 화보나 영화나 똑같이 못하더라도, 영화 현장에서 못하는 게 더 무서워요. 앞으로 다시 연기를 못하게 될까 봐요. 기회가 없을까 봐요. 근데 아마 앞으로도 계속, 어느 정도는 이런 감정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요? 이런 게 스트레스일 수도 있지만, 내가 계속 재미를 느끼는 일이고, 계속 해나가고 싶다는 욕망에서 비롯된 감정이잖아요. 사실 평소에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받는 스트레스보다는 훨씬 깨끗한? 그런 감정인 것 같아요.

그 감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요? 음…. ‘텐션’이요. 한국말로 긴장이라고 해도 되긴 하지만, 그건 “나 너무 긴장했어!” 이런 말 같아서요. 지금 제가 말하는 건 긍정적인 긴장이에요.

정하담에게 연기는 재미예요, 고뇌예요? 연기하는 일은 사실 고통스러워요. 음…. 그런데 왜 이걸 계속 하고 싶은가 하면, 재미있어서인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다른 일에서 재미를 느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원래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너무 지난한 과정이 펼쳐지는 것 같아서…. 단편소설 같은 거라도 쓰려고 해봤는데, 안 맞는 것 같았어요. 계속하고 싶지가 않았어요. 연기는 계속하고 싶은 일이에요, 저에게.

<들꽃>, <스틸 플라워> 그리고 최근에 크랭크업한 <제꽃>까지 박석영 감독 작품이 필모그래피의 대부분이에요. 박석영 감독과 무엇이 잘 맞나요? 보통 감독님들을 만나면 제가 긴장을 해서 말을 잘 못할 때가 많아요.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횡성수설 말해도 저를 헤아리려고 하는 모습이 보일 때, 감독님들이 존경스러워요. 저를 존중하고 저에게 관심을 가지는 순수한 모습에 존중감을 느껴요. 박석영 감독님은 특히 사려 깊게 이야기하시는 편이고, 생각의 깊이나 폭이 정말 큰 것 같아요.

박석영 감독은 정하담의 어떤 면이 좋아서 세 번째 영화도 함께하자고 한 걸까요? 세 번째 함께하지만 제가 연기하는 일을 편안게 대하지 않기 때문에, 익숙해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감독님과 처음 작업할 때와 세 번째 할 때와 똑같이 힘들어요. 감독님은 그런 제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연기할 때 고민을 많이 해요. 좋게 말하면 욕심이 많은 거고요. 이번 <제꽃>에서는 약간 후회되는 측면이 있어요. 마음을 더 많이 썼어야 되는데….

마음을 써요? 이번 작품에서는 열심히 했다는 점에 대해선 의심하진 않지만, 그냥 흘러가는 대화 장면에서, 별 대사 아니라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저 때 내가 좀 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표현됐으면 더 풍성했겠다,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캐릭터를 연구하고 그 수집한 걸 다시 조립하고, 표현해내는 것이 힘든 거죠? 네. 그런데 저는 어떻게 연기할지에 대한 표현 방식을 생각해본 적은 사실 없어요. 이 주인공의 마음, 이 주인공의 상황, 그런 것들을 제가 얼마나 보고 느낄 것인가를 생각하는 거지, 이걸 어떻게 표현할지는 카메라 앞에 서서 집중하면 나오는 것을 믿는 편인 것 같아요.

본능적으로 연기한다는 건가요? 아주 구체적으로 캐릭터를 준비했을 때는 카메라 앞에서 저절로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걸 본능적이 라고 하긴보다는… 제 생각에는 오히려 아주 이성적인 일 같아요. 정말 잘 인지해야 나오는…. 오히려 본능적으로 하려고 하면 아무 것도 안 되는 거 같고요. 끊임없이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게 맞나? 이런 의심 같은 걸 하는 거 같아요.

<스틸플라워>는 노숙을 하는 소녀가 일자리를 찾으려 고군분투하고, 그러던 중 탭댄스에 매료되는 과정을 덤덤하고 촘촘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걸음걸이, 뒷모습마저 완벽히 그 소녀로 보였던 정하담의 연기가 거의 전부처럼 느껴졌고요. 이 영화 속 주인공은 너무나 사랑하기 좋은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 대본을 처음 받은 순간부터 이 사람이 인생이 너무 숭고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캐릭터를 다 이해하고 동화되고 싶었는데 제가 그런 경지는 아니었나 봐요. 그래서 뒷모습과 걸음걸이에서 이 사람의 사연이나 의지 같은 게 느껴지도록 일부러 굽이 다른 신발을 신고 걸음걸이를 만들었어요.

영화가 끝나고 진행했던 몇 번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굉장히 예민한 성격으로 표현하는 것을 봤어요. 누군가 자신에게 폭력적인 언행을 하거나 함부로 대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말한 게 계속 기억에 남아요. 물론 저는 그 성격은 예민한 게 아니라 정확하고 정당한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영화계가 폭력성에서 자유로운 환경은 아니라는 느낌은 들어요. 이 환경을 이겨나갈 힘이 있나요? 저는 그게 연기라고 생각해요. 정말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그 자체가 힘이 돼요. 다행이 아직까지는 폭력성에 상처받은 적은 없어요. 영화 쪽 사람들을 만나면서 외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가 카페 알바하면서 받은 대접보다 훨씬 잘해준다는 걸요. 모든 사람의 언어가 훨씬 더 섬세하다…. 근데 제가 운이 좋다고 사람들이 많이 그래요.

요즘은 글 안 써요? 어렸을 때는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는 글 읽는 걸 좋아했고 쓰는 것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쓰지 않아요.

어떨 때 글을 쓰고 싶어요? 어…. 외로울 때? 외롭고 심심하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되고, 그러면 주변 사람이 지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 좋은 방향으로 해소하고 싶어서인지 글이 쓰고 싶어져요. 최근에 제가 상황을 명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그냥 뭉뚱그리며 산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좀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글이 쓰고 싶어졌어요. 진짜로 쓰진 않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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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손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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