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브루클린 브루어리?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CEO 에릭 오타웨이를 만났다. 제주도에 생기는 브루클린 양조장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 많은 나라 중 한국, 그중에서도 제주에 브루어리를 열 계획이다. 왜 이곳인가? 브루클린 브루어리 코리아 측에서 적극적이었다. 보통 사업 제안을 해오는 사람들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문혁기 대표의 제주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논리적이고 솔깃했다. 5월에 연다.

유통 면에선 최적이라고 할 수는 없는 제주도를 부지로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 브루클린 브루어리가 28년 전에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그 동네는 지금의 브루클린 같지 않았다. 범죄, 마약으로 알려진, 쇠퇴한 동네였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브루클린에 48개 양조장이 생겼고, 미국 맥주 소비의 10퍼센트를 책임지는 생산 지역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한 지역의 아이콘이 되는 것, 지역과 연계해 활동한 경험이 풍부하다. 제주도 역시 한국인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지역이다. 우리가 브루클린에서 20년 만에 이룩한 것을 제주에서는 더 빠르게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브루클린에 있는 본사 양조장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져 신선도는 좋아졌지만, 국내에서 생산하는 수입 맥주라니, 어쩐지 맛이 변할까 걱정되기도 한다. 확실히 변할 것이다. 훨씬 신선할 거니까. 맥주 맛에서 신선도는 정말 중요하다. 맥주 양조는 지역이 달라지면 장비도, 물도 달라진다. 이건 맛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변수다. 그래서 양조 기술과 숙련이 필요하다.

한국을 주목하고 있는 미국의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꽤 많다. 한국이 그렇게 매력적인 시장인가? 우리는 30개국이 넘는 나라와 거래한다. 그 나라들의 맥주 시장을 살펴보면 거의 패턴이 비슷하다. 해당 시장의 메이저 맥주 브랜드들은 감소하고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시장 점유율 20퍼센트(판매액 기준)에 다다르기까지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한국은 확실히 이 속도가 엄청 빠른 나라 중 하나다. 크래프트 맥주는 그저 음료가 아니라 하나의 운동이자 소비자 변혁이다. 그리고 이 ‘운동’은 인터넷 덕에 가능했다. 원한다면 어떤 정보든 찾을 수 있고, 소비자와 생산자가 바로 소통할 수 있으니 소비자들에게는 엄청난 양의 선택지가 펼쳐진 것과 다름없다. 크래프트 맥주는 이런 변혁과 궤를 같이한다. 그저 유행이 아니다.

제주도 브루클린 양조장

지금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어떤가? 최근 5년간,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한 해에 14~15퍼센트씩 성장했다. 하지만 2016년, 그 추세가 감소했다. 흥미가 없어졌다기보다는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다. 미국엔 현재 크래프트 브루어리가 5천 개가 넘는다. 소비자들은 이 선택지에 압도 당해 일종의 선택 마비가 일어난 상태다. 그래서 비교적 단순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입 맥주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코로나 같은 멕시코 맥주가 재미를 본 이유다. 이런 현상은 1996년에도 있었다. 아마 크래프트 맥주 성장 그래프와 수입 맥주 성장 그래프는 서로 교차하면서 파도치는 형태가 계속될 것이다.

소라치 에이스

현재 한국에서도 시장 규모에 비해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이 너무 많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은 시장 점유율이 0.5퍼센트도 안 되니까 70~80개의 양조장은 좀 많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2퍼센트까지 성장한다면, 안 될 게 뭐가 있나. 브루어들이 갑자기 소비자들을 성큼 앞질러 어렵고 생소한 맥주에 매진하는 실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보통 시장 형성 초기에는 앰버 에일처럼 홉 향이 아주 강하진 않은 것에서 페일 에일, IPA 순으로 넘어간다. 요즘 신흥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는 바로 배럴 에이징이나 사워 맥주 같은 카테고리로 점프하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들이 따라올 여유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브루클린 라거

그 수많은 크래프트 맥주들 사이에서 브루클린 맥주는 어떤 점을 내세우나? 전통과 혁신의 균형. 그리고 ‘4파인트 규칙’도 고수한다. 어떤 맥주를 만들더라도, 소비자들이 4 파인트 (2리터가 조금 안 되는 양) 정도는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잔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은 극단의 맛보단 하모니와 전반적인 구조감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브루클린 한잔은 어디서 누구와 마신 것이었나? 보스턴에서 즐겨 찾는 BBQ 식당 1층 바에서 혼자 브루클린 페넌트 에일을 마셨는데, 열반의 경지에 들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