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고의 여행가들-3

칼을 들고 다니는 안젤리나 졸리, 알몸으로 잠드는 찰스 황태자, 어마어마한 마일리지가 쌓인 베컴 가족, 초월한 여행자 달라이 라마, 어디서든 하루에 스무 잔의 홍차를 마셔야만 하는 리처드 브랜슨…. 세계를 넘어 가히 세기를 여행하는 지구 최고의 여행자들.

리처드 브랜슨 하루 스무 잔의 영국식 홍차와 통아몬드가 박힌 초콜릿바를 먹는 버진 그룹 창시자. 그는 속도를 늦출 생각이 없다. 위험을 감수하는 경영 방식으로 유명한 그는, 스웨덴 출신 모험가 퍼 린드스트랜드와 함께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열기구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했다. 세계 일주를 네 번이나 시도했는데 가장 최근 시도에선 사하라에 불시착해 알제리아 전쟁 왕에게 인질로 잡히기도 했다. 물론, 그 역시 버진 항공의 창업자로 비행기를 탄다. 앨 고어와 함께 남극 대륙을 횡단하기도 하고 바하마에서 뱀상어와 함께 다이빙도 하면서 세계 기후 변화와 자연 보전에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호소한다. 영국령 버진 제도에 위치한 그의 집에서 스포츠를 즐기는 그는, 가장 많은 나이로 카이트 서핑을 해 영국 해협을 횡단한 남자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이탈리아 코모 호수와 호주의 메이크피스 섬에도 집이 있고, 아프리카 전역에 좋은 호텔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영화의 카메오 출연도 즐기는데, ‘베이워치’와 ‘007’ 시리즈에서 그의 얼굴을 찾을 수 있다. 요즘 집중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버진 갈락틱 Virgin Galactic’인데, 약 2억 원에 우주여행 티켓을 제공하는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과거 프로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선수였던 그녀는 국제통화기금의 역사상 첫 여성 총재가 되어 이렇게 말했다. “만약 리만 브라더스의 상호명이 리만 시스터즈였다면 그렇게 파멸하진 않았을 것 이다.” 그녀는 코르시카 섬 출신 사업가 자비에 지오칸티와 함께 워싱턴 DC에 거주하고 있다. 사무실에는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캐리커처가 가득한데, 그중에는 그물 스타킹을 신은 성적 지배자로 분신한 그녀가 은행가를 채찍질하는 작품도 있다. 이 터프한 화자는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콜롬비아 카르타헤나까지 이르는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아이보리 코스트에서 한창 문제가 되는 코코아 농장 문제 해결에 앞장서기도 하며, 인도양의 섬나라 모리셔스의 수산사업에 대한 미래를 걱정하기도 한다. 이 많은 여정 속에서도 그녀는 항상 잠깐이라도 짬을 내어 관광을 한다.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후 그녀는 청두에 있는 자이언트 판다를 보러갔고, 2014년 브리즈번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 참석하러 가는 도중에는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에 들러 다이빙을 즐겼다. 프랑스 루앙에는 그녀 소유의 농장이 있는데, 거기서 조용히 잼을 만들기도 하고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장미 정원을 거닐기도 한다.

 

뱅크시 비록 경찰과 아트 컬렉터 그리고 팬들에게 쫓기고 있긴 하지만, 세상에 그의 그라피티 아트를 흩뜨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는 모나리자의 정의하기 어려운 표정 전체를 애시드 하우스 같은 노란색 이모티콘으로 뒤덮고는 액자를 만들어 루브르 박물관에 침입해 몰래 걸었다. 그리고 이민자들이 국가에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사회적 인식에 반대해, 프랑스 칼레 정글에 있는 난민 수용소 벽에 애플사의 공동창업자이자 시리아 난민의 아들이었던 스티브 잡스의 벽화를 그려 넣기도 했다. 가자 지구로 잠입 여행을 떠나는 여정을 그린 풍자 다큐멘터리는 금세 입소문을 탔는데, “올해를 당신의 새로운 목적지를 발견한 해로 만드십시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영상 속에는 폭탄으로 손상된 건물에 그가 그린 이미지가 스텐실로 박혀 있는데, 그중엔 머리에 스카프를 두른 채 울고 있는 형상을 한 것과, 이 세상엔 전쟁보다 더 흥미로운 하얗고 귀여운 고양이가 있다는 걸 가리키는 듯한 벽화가 있다. 그의 작업의 핵심은 아마도 그것의 신비감을 유지하는 일이 아닐까. 그의 일상 역시 알려진 게 거의 없다. 피자를 좋아한다는 풍문과 운전사를 고용해 SUV 차량으로 이동한다는 것, 그리고 금색과 은색 치아를 모두 갖고 있으며 은 귀고리를 착용한다는 정도. 그는 고향인 영국으로 돌아가 서머싯 지역에 일시적인 팝업 프로젝트인 디즈멀랜드를 열었는데, 파괴적인 정치 논평을 휘갈겨놓은 벽화들이 있어 아이들에게 적합하지 않은 가족 테마 파크가 되었다. 호주 멜버른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그의 차기 행선지는 물론 알려지지 않았다.

 

데이비드 탕 홍콩에서 태어난 이 호사스런 인물은 마이애미에서 싱가포르에 이르는 매장을 갖고 있는, 디자인 라벨 상하이 탕의 창시자이자 도체스터에 위치한 광둥요리 레스토랑 차이나 탕의 주인이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쿠바 시가를 배급하는 독점 회사 태평양 시가 컴퍼니 그리고 홍콩에 위치한 차이나 클럽 레스토랑의 소유자다. 탱고라는 별칭으로 더 많이 알려진 그는 영국 경제 전문지의 열렬한 구독자이며, 중국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번역본을 출판하기도 했다. 그리고 항상 십자말풀이 책과 함께한다 (심지어 그의 왼쪽 손목엔 십자말풀이 문신이 있는데 모델 케이트 모스와 함께 방콕을 방문했을 때 새겼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가장 큰 명성은 전설적인 파티 덕분이다. 작년에는 영국 코미디언 스티븐 프라이, 모델 나오미 캠벨 등을 하바나로 초대했고, 부탄에서 열린 그의 50번째 생일엔 군중이 함께했다. 그는 또한 여러 종류의 베레타 총을 가진 훌륭한 사수로 케냐에서 마사이족의 가이드를 받으며 사냥을 하기도 한다. 런던 하이드파크 중앙에 오두막을 소유하고 있으며, 샤르베의 파자마 없이는 집을 떠나지 않는다.

 

셰릴 샌드버그 도하와 탕헤르에 위치한 레스토랑이다. 그녀의 2013년 베스트셀러 <린인: 여성, 일 그리고 이끌어갈 의지>는 전 세계의 직장 여성을 지원하는 비영리재단을 파생시켰다. 이 재단의 지지자 중에는 가수 비욘세와 여성복 디자이너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시티은행, 블룸버그, 유니레버 그리고 아디다스 등의 기업과, 중국과 이라크를 포함한 150여 개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3만여 여성 단체도 포함돼 있다. 47세의 하버드 출신 여성 사업가는 또한 여자아이들이 주도적이거나 강할 때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중 인식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아, 그녀의 본업은 페이스북의 업무 집행 최고책임자이자 마크 주커버그의 오른손 역할이랄까. 그녀는 현재 월트 디즈니사 이사회 임원이기도 한데, 그녀가 차기 CEO가 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1년 전에는 멕시코에서 남편 데이브 골드버그와 갑작스럽게 사별했고, 지금은 상실과 극복에 관한 두 번째 책으로 < Option B >를 집필하고 있다.

 

카림 라시드 카이로에서 이집트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토론토에서 자란 라시드는 뉴욕과 파리에 위치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콘셉트 매장을 디자인했고, 이세이 미야케 가방 그리고 네팔의 아방가르드 스타일 지하철역도 디자인했다. 뉴욕에 거주하지만 밀란, 마이애미, 벨그레이드 그리고 토론토에도 집을 소유하고 있다. 1년의 반을 여행하며 지금껏 126개국을 방문했다. 그는 생일 때마다 영감을 준 도시를 기념해 문신을 하는데 지금까지 23개를 새겼다. 라시드는 항상 얼룩 하나 없는 깨끗한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종종 그가 디자인한 핑크와 하얀색 조합의 정장에 백장미 빛깔 알랭 미끌리 안경을 착용한다. 그는 짧은 비행 시간 동안 100페이지에 달하는 디자인 스케치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의 가방엔 마운트 헤겐의 오가닉 인스턴트 커피 주머니와 PXBAR 에너지 바, 패롯 지크의 무선 헤드폰 그리고 방음 기능이 있는 방한모 스타일의 목 쿠션이 있다. 그의 최근 프로젝트는 셰릴 샌드버그 도하와 탕헤르에 위치한 레스토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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