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LWORLD 2017

세계 최대, 최고의 시계 및 주얼리 박람회인 제45회 바젤월드 보고서.

바젤월드가 열리는 스위스 바젤의 메세 바젤 전경.
바젤월드가 열리는 스위스 바젤의 메세 바젤 전경.

 

100년의 역사 2017년 3월 23일부터 30일까지 스위스 바젤에 위치한 메세 바젤에서 제45회 바젤월드가 열렸다. 올해는 첫 바젤월드가 열린 이후 정확히 100년이 지난 시점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깊었다. 최초의 바젤월드는 시계뿐 아니라 치즈 등 스위스 특산물을 망라한 박람회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시계와 귀금속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행사로 변모해갔고, 현재 세계 최대의 시계, 귀금속 박람회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남성용 모델의 디자인을 그대로 따르면서 사이즈만 줄인 것이 아니라, 83개의 다이아몬드 장식과 커다란 문페이즈, 기요셰 장식 등으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오리스 아틀리에 그란데 룬.
남성용 모델의 디자인을 그대로 따르면서 사이즈만 줄인 것이 아니라, 83개의 다이아몬드 장식과 커다란 문페이즈, 기요셰 장식 등으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한 오리스 아틀리에 그란데 룬.

최근 생겨난 변화 3~4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시계 업계는 매해 최고 매출을 경신할 만큼 대호황을 누렸다. 그 바탕에는 유커들의 소비력이 있었다. 전 세계의 모든 사치품을 긁어모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의 힘은 대단했다. 때문에 시계 업계에도 중국 시장을 겨냥한 갖가지 리미티드 에디션들이 쏟아져 나왔다. 비중화권에서는 당연히 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지만, 면세점에서 유커들이 쓰는 돈을 생각하면 내색할 수 없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최고급 시계를 뇌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걸었고, 폐쇄적인 정책을 계속 펴 나가면서 유커들의 소비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작년부터는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메세 바젤을 가득 메우던 중화권 관계자들의 수가 엄청나게 줄었다. 덕분에 최근 시계 업계에서 중국인을 겨냥한 리미티드 에디션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스마트 워치 붐도 새로운 조류를 형성했다. 시계 업계와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굴던 애플도 바젤월드 참여 브랜드인 에르메스와 협업 컬렉션을 발표했고, 삼성의 경우 아예 바젤월드에 합류했다. 태그호이어와 불가리, GC 등의 브랜드는 일찌감치 이 전선에서 활약 중이며,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시계 업계에서 아직까지 블루 오션으로 꼽히는 여성 시계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블랑팡, 불가리, 에르메스 등 전통적으로 파워풀한 여성 시계 컬렉션을 보유한 브랜드는 계속해서 새로운 여성 시계 라인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리스, 해밀턴 등 여성 시계에 큰 관심을 드러내지 않던 브랜드에서도 페미닌한 디자인의 새 여성 시계들을 발표했다.

 

브라이틀링은 하이엔드 메이커의 전유물이자 초고가 시계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컴플리케이션 기능인 라트라팡테를 탑재한 네비타이머를 1500만원대의 가격으로 출시했다.
브라이틀링은 하이엔드 메이커의 전유물이자 초고가 시계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컴플리케이션 기능인 라트라팡테를 탑재한 네비타이머를 1400만원대의 가격으로 출시했다.

바젤월드 트렌드 1. 공격적인 가격대의 시계들 갑자기 시계 업계를 찾아온 불황을 타계하고자 브랜드들은 ‘합리적인 가격대’ 대신 ‘공격적인 가격대’의 시계를 쏟아냈다. 선봉에 선 브랜드는 브라이틀링이다. 더 뉴 콜트 스카이레이서는 신소재인 브라이트라이트 케이스와 슈퍼 쿼츠 무브먼트, 자로 사용할 수 있는 간편 착탈식 러버 스트랩을 적용한 본격 툴 워치로 260만원대다. 또 하이엔드 메이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던 라트라팡테(두 개의 시간을 연속해 기록할 수 있는 크로노그래프)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개발해 네비타이머에 탑재하고 1400만원대(스테인리스 스틸 버전 기준. 골드 모델은 4200만원대)라는 놀라운 가격으로 선보인다. 하이엔드 메이커의 라트라팡테가 1억이 훌쩍 넘는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구매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 쇼파드도 자사의 하이엔드 워치 컬렉션인 L.U.C를 통해 1250만원대의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모델을 발표했다.

 

티쏘 최초의 실리콘 헤어 스프링 무브먼트 탑재 컬렉션인 발라드. COSC 인증까지 받았다.
티쏘 최초의 실리콘 헤어 스프링 무브먼트 탑재 컬렉션인 발라드. COSC 인증까지 받았다.

바젤월드 트렌드 2. 실리콘 헤어 스프링의 확대 시계 고장의 가장 흔한 요인은 자성이다. 무브먼트의 핵심 부품인 헤어 스프링은 자성에 노출됐을 때 오차를 발생시킨다. 시계 업계는 매우 오래전부터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고자 케이스 내부에 연철 소재 이중 케이스를 덮는 등 갖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율리스 나르덴이 자성으로부터 자유로운 실리콘(실리시움) 소재를 헤어 스프링과 이스케이프먼트에 접목하면서부터 시계의 항자기 시스템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두게 됐다. 이후 파텍 필립, 롤렉스, 스와치 그룹의 브레게, 오메가 같은 브랜드를 중심으로 실리콘 헤어 스프링이 적용됐다.

스와치 그룹은 브레게와 오메가 등 플래그십 브랜드 위주로 적용하던 실리콘을 미도, 티쏘와 같은 미들 레인지 브랜드까지 확대하고 있다. 실리콘은 금속 재질의 헤어 스프링에 비해 가벼워 파워 리저브 수치까지 증가하는데, 미도와 티쏘가 사용하는 실리콘 헤어 스프링 무브먼트는 80시간 파워 리저브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1962년의 시계를 리바이벌한 태그호이어 오타비아.
1962년의 시계를 리바이벌한 태그호이어 오타비아.

바젤월드 트렌드 3. 리바이벌 모델의 증가 불황이 오면 복고가 유행한다고 하던가? 시계 업계에도 복고 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 바젤 월드에서 시계 애호가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대표적인 리바이벌 모델이 둘 있다. 하나는 오메가의 1957 트릴로지 리미티드 에디션이고, 다른 하나는 태그호이어의 오타비아다. 오메가의 1957 트릴로지는 1957년에 발표한 3개의 컬렉션(시마스터 300, 레일마스터, 스피드마스터)의 오리지널 버전을 완벽하게 재현한 것으로, 모두 출시 6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다. 시계는 디지털 스캐닝을 통해 정확한 오리지널 모델의 사이즈를 복원했고, 각 3557점 한정 생산한다.

출시를 한참이나 앞둔 시점부터 태그호이어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오타비아는 1962년 처음 선보인 컬렉션이다. 이번에 리바이벌된 시계는 F1 드라이버 요헨 린트가 즐겨 차던 모델인데, 2016년 약 5만명의 태그호이어 팬들이 투표(오타비아 중 어떤 모델을 복원할 것인가에 대한 온라인 투표였다)한 결과를 따른 것이다. 새로운 인하우스 셀프 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인 호이어 02를 탑재했다.

오리스도 1917년의 파일럿 워치를 충실히 재현한 빅크라운 1917 한정판을 만들었고, 해밀턴은 1957년에 발표한 벤츄라를 복원했다.

 

위블로 페라리는 오랜 시간 파트너십을 지속시키고 있다.
위블로 페라리는 오랜 시간 파트너십을 지속시키고 있다.

바젤월드 트렌드 4.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  협업 트렌드는 올해도 유효했다. 티쏘는 NBA, 루미녹스는 네이비실, 미도는 다양한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보여줬다. 하지만 ‘협업의 왕’ 위블로가 보여 준 결과물이 가장 눈에 띄었다. 오랜 시간 파트너십을 지속시켜 온 페라리, LVMH 그룹에서 한솥밥을 먹는 벨루티와의 두 번째 컬렉션, 이탈리아 인디펜던트의 라포 엘칸과 최초의 나폴리 사르토리아인 루비나치 일가와의 삼자 협업 등 놀라운 시계들을 대량으로 발표했다. 이외에 제니스도 자동차 브랜드 레인지 로버와 함께 만든 시계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