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래서 아이유를 사랑한다

<스물셋>의 다과상을 망가뜨리는 아이유에게서 <에반게리온>의 아스카처럼 폭주하는 모습을 봤다. 이상한 사람들을 사뿐히 즈려 밟으면서 사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려 한다.

지지하고 싶은 인물이라는 주제를 들었을 때, 아이유라는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이 글을 쓰려고 검색창에 아이유를 검색할 때부터 왜 하필이면 아이유였을까 생각해보았지만 지금도 분명한 이유가 만들어진 건 아니다. ‘너랑 나’가 나의 애창곡이기는 하다. 기분 따라 가사를 마음대로 바꾸어 부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루에 한 번쯤은 꼭 이 곡을 흥얼거린다. 아니면 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에서 배경의 꽃들과 구분되지 않는 아이유의 해사한 얼굴이 기억에 남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네이버 덕분에 그녀의 생년월일이 1993년 5월 16일이며, 계산 끝에 한국식 나이로 올해 스물다섯 살이라는 걸 알았다. 내게 아이유는 오랫동안 스무 살이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1대100>이라는 퀴즈 프로그램에서 처음 봤다고 기억한다. 노래가 아닌 말하는 목소리도 그때 처음 들었을 것이다. 일반인들이 퀴즈를 맞히는 프로그램이었는데, 한 참가자가 자신이 스무 살이라고 말하자 아이유가 반색하며 “나도 스무 살이야, 친구하자. 난 지은이야”라는 말을 툭 던지는 걸 보고 그녀에게 반했던 것 같다. 귀여워서? 예뻐서? 소탈하고 스스럼없는 모습이어서? 전부 수긍이 가는 이유들이지만,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누군가와 친구가 된다는 것이 생각보다 아주 힘든 일이라는 걸 알게 된 내게는 아이유의 단도직입적인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그 후로 아이유의 노래가 흘러나오거나, 텔레비전에서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될 때면 나도 모르게 귀를 열고 눈을 돌리고는 했다. 그녀의 목소리와 모습은 어디에나 있었다. 스무 살의 이데아 같은 게 존재한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다 ‘스물셋’이라는 노래를 듣게 되었을 때, 아이유의 목소리가 수없이 많은 형용사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무 살도, 스물셋도, 어쩌면 서른셋도 담겨 있는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맑고 청아했지만, 그와 동시에 뾰로통한, 새침한, 탁한, 고아한, 아름다운, 예쁜, 지친, 지루한, 나른한, 신물 난, 꼿꼿한, 자랑스러운, 호기심 많은, 두려운, 대담한, 씩씩한……처럼, 감정과 태도를 지시하는 무수한 형용사들을 품고 있었다. (트위터의 “아이유 쓸데없는 정보 봇” 계정을 통해 코러스로 가장 잘 어울리는 목소리는 바로 자신의 목소리라 생각해서라는 트윗을 보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스물셋’과 같은 앨범에 수록된 ‘제제’라는 곡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을 때도 나는 아이유가 개의치 않고 원하는 대로 계속해서 곡과 가사를 쓰기를 바랐다. (물론 그렇게 하고 있다.) 본인의 의도를 알 수는 없지만, 내게는 그 곡이 아이유의 복수극처럼 들리기도 했던 것이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텔레비전 시리즈에서 이야기가 끝나갈 때쯤 아스카가 사도들을 난폭하게 격파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가끔 분노가 치미는데도 마땅히 해소할 방법이 없을 때 나는 이 영상을 반복적으로, 그러나 아스카가 사도들에게 역공격을 당하기 전까지만, 돌려보고는 한다. 순전히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스물셋” 뮤직비디오에서 아이유가 차와 다과가 차려진 식탁을 망가뜨릴 때, 나는 그녀에게서 폭주하는 아스카의 모습을 흘긋 보았다고 생각했다. 아이유나 감독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연출인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아이유 쓸데없는 정보 봇” 계정을 훑어보다가 알게 된 것이 있다. 언제 한 인터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이유가 부모님과 상의 끝에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건 의미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계정에서 귀엽거나 멋진 에피소드도 많이 봤지만 이 인터뷰를 보고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굳이 응원을 보태지 않더라도 아이유는 계속해서 멋진 사람일 것 같다. 어쨌거나 나는 아이유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 사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고 싶다. 이상한 사람들을 사뿐히 즈려 밟으면서, 요새 아이돌 팬들이 하는 말처럼 꽃길을 걸으면서. 김수현이 수줍은 너드에서 맨스플레이너로 거듭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드라마 <프로듀사>를 결국 끝까지 다 본 것도 절대적으로 아이유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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