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다가도 춤추고 그래요” 김청하

<프로듀스 101>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때도, 걸그룹 IOI로 1년간 활동할 때도 김청하, 하면 춤이었다. 오늘은 춤추지 않는 맑은 그녀를 만났다.

블랙 앤 화이트 오프숄더 드레스는 저스트인스타일, 실버 링은 러브미몬스터, 리본 이어링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금요일인데 뭐 할 거예요? 예전에 같이 춤췄던 언니를 만날 거예요. 나름 ‘불금’일 것 같아요. 하하.

‘알콜청하’잖아요. 술은 잘 마셔요? 싫지도 막 찾지도 않아요. 자리에 따라 다르더라고요. 교수님과 마시면 긴장해서 아무리 마셔도 멀쩡한데,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마시면 잘 넘어가요.

술이 맛있나요? 맛있다기보다 재밌어요. 친구들 말로는 제가 애교도 많아지고 웃음도 많아진대요. 술 마신 제 모습은 항상 매우 밝아요.

춤추고 노래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도 술 취하면 춤추고 노래하고 싶어지나요? 그럼요, 주변이 다 춤추는 친구들이어서 술 마시다가도 갑자기 춤추고 그래요. 그럼 옆에서 박수치고 응원하게 되잖아요. 그러고 보니 그때 땀을 흘려서 술이 빨리 해독되나 봐요. 술 마시고 실수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지난 1년간 IOI 활동으로 정신없이 보냈어요. 연예인의 금요일은 좀 달랐죠? 네, ‘불금’ 없어요…. 근데 저한테 여유가 있었던 시기는 스무 살의 2월부터 6월 정도까지? 딱 그 기간만 학교도 다니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친구들이랑 술도 마시면서 놀았어요. 열아홉 살에는 JYP 연습생 신분이자 대학생이었고, 스무 살에는 지금의 기획사와 <프로듀스 101>을 만났고요.

JYP를 나오면서 가수에 대한 생각을 접었나요? ‘나는 이 쪽을 포기한다’ 라기보다 제 상황을 받아들였어요. 제가 하던 팀이 해체되고 매니지먼트 쪽도 바뀌면서 환경이 너무 낯설게 변했거든요. 해체되기 전 멤버들이 진짜 제 마지막 희망의 끈이었는데, 그 줄을 너무 잡아당기다 보니 끊긴 느낌? 끊겼다는 걸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어요. 아, 나는 끝인가, 했는데 우연히 다시 줄이 나타났죠.

지금 회사인 MNH의 이주섭 대표 말인가요? 친구랑 아침에 신사동으로 놀러 가기로 약속해놓고 너무 피곤해서 조금 늦추자고 한 날이었어요. 근데 그 친구가 안 된다고 나오라 그랬죠. 어쩔 수 없이 나갔다가 알고 지내던 팀장님을 우연히 만났고 대표님까지 연결됐어요. 아마 그날 아침에 안 나갔으면 못 만났을 거예요.

네이비 오버올 원피스는 할로미늄, 미니 진주 이어링은 한나, 진주 이어링은 H&M.

워낙 춤으로 회자됐으니까 원래 목표가 가수가 아닌 댄서였나 싶기도 했어요. 가수가 되고 싶어서 댄스를 먼저 배웠어요. 사실 보컬 레슨이 더 비쌌거든요. 하하. 제가 노래 부르는 건 워낙 좋아했지만 춤으로 이렇게 깊이 갈 줄은 전혀 몰랐어요. 친구랑 댄스 취미반 등록한 거였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재밌는 거죠! 항상 연습실에 있었어요. 그걸 좋게 봐주셔서 선생님이 제자로 받아주신 거고요.

덕분에 <프로듀스 101>의 가장 놀라운 순간 중 하나인 ‘Bang Bang’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었죠. 제가 프리스타일을 다시 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프리스타일에 대한 자신감이 좀 없는 편이거든요.

사람들이 아는 것과 정반대네요? 즉흥적으로 잘 추는 사람 아니었어요? 겁도 많고 저를 잘 못 믿어요. 그래서 한없이 배워야 하는 사람이에요. 또 뭐랄까, 제 친구들이 진짜 잘나가는 댄서, 안무가, 선생님들이거든요. 그 친구들에 비하면 저는…. 대중분들은 전문적인 춤을 많이 못 접해보셨을 테니까 좋게 봐주시는 거죠. 저는 과대평가 받고 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즉흥적으로 하는 걸 즐기는 면이 있지만, <프로듀스 101>도, IOI라는 그룹과 멤버들도, 이 회사도 운이 정말 좋았어요.

운이 아니라 집중력 아닐까요? 기회를 악착같이 따내려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누가 등만 떠밀어 주면 난리가 났잖아요. 제가 너무 무대에서 잘하는 것만 생각해왔다는 걸 이제는 알아요. IOI 활동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고지식한 것도 얼마든지 매력적이긴 한데, ‘춤 잘 추는 애’로 굳어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다른 건 보여주지 않으니까 예쁜 얼굴도, 뛰어난 보컬도 ‘상대적으로’ 잘 안 드러나서 안타까웠죠. IOI에서의 제 타이틀이 춤이었잖아요. 그게 너무 강하고, 아직 신인이기도 해서 먼저 대중 분들이 기대하는 부분을 만족시켜드리고 싶었어요. 제 그릇이 작은 건지 모르겠는데요, 여기서 제 욕심을 내면 저도 부담스럽고 시청자도 부담스러울 것 같았어요. 물론 주위에서는 왜 안 나서냐, 안타깝다 그랬는데 더 준비해서 보여드리고 싶었고요. 그래도 <힘쎈여자 도봉순> OST나 IOI 콘서트 통해서 살짝살짝 보여드리긴 했어요. 헤헤.

선공개 발라드곡 ‘월화수목금토일’은 노래도 잘 한다는 걸 보여주는 첫 발짝인가요? 어려운 노랜데, 엄청난 고음은 없어요. 슬프고 공허하고 한숨이 나오는, 잔잔한 곡이에요. 그래도 저의 의외의 모습을 조금 볼 수 있는 곡이 아닌가 해요.

5월에 앨범이 나오죠? 자신 있어요? 모든 걸 다 잡을 수는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를 예쁘게 꾸미는 거든, 방송에서 말을 잘하는 거든, 노래를 잘하는 거든 하나하나 해나가자, 앞으로 시간은 많고 가장 좋은 건 지금 내 본연의 모습이 아닌가, 그걸 보여드리자, 그런 목표를 가지고 가려고요.

춤은 언제쯤 사람들에게 보여줄 만큼 괜찮게 춘다고 생각했어요? 댄스 학원에서 하는 콘서트가 많았어요. 보여줘도 괜찮은 사람이라기보다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란 걸 깨달았죠. IOI 콘서트 같은 큰 무대는 다르더라고요. 이 엄청난 박수에 어울리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다짐하는 무대랄까요. 그때는 사람들이 박수를 쳐준다든지 사진만 찍어가 줘도 너무 행복했죠. 혼자 짐 들고 다니면서 상가 건물에서 옷 갈아입는 생활인데도 피곤한 줄 모르고 했어요. 맨몸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서 앞으로도 버티지 않을까 싶어요.

IOI였다가 혼자 하는 건 또 다른 상황이잖아요. 그러니까요. 그래서 걱정이 많은데, 첫술에 칭찬받지 못하더라도 가능성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매일 밤 라디오를 들으면서 느끼는 건데요, 정말 많은 음악 중에서 IOI 노래도 나오고, 제 노래도 나와요. 그래, 내 노래가 잘 안 되더라도 내가 이걸 하면서 겪은 순간들을 후회하지 않으면 된 거다, 생각하죠.

‘Bang Bang’ 무대에 앞서 “재밌게 하자”고 하잖아요. 사실 누구나 하는 얘기지만 그 말이 진짜처럼 들렸죠. 네, 재밌게 잘하자! 는 말에서, 저는 잘하자보다 재밌게가 먼저였으면 해요. 물론 성과도 중요하지만 그 걱정은 회사와 나눠 하는 걸로. 헤헤.

인스타그램 계정은 앨범 준비에 집중하려고 없앤 거예요? 그것도 있고요. 많은 분이 저한테 IOI 끝나고 외롭거나 공허하지 않은지 물어보셨어요. 외롭고 공허한 건 맞는데, IOI로 국민 프로듀서님들께 받은 과분한 사랑이 제 어깨를 들썩이게 하진 않았으면 했어요. 당연히 저는 기사 많이 나오고 관심 받을수록 좋은 직업이잖아요. 근데 SNS에는 제 팬 분들이 주로 오시니까요. 제 솔로 앨범은 IOI의 반응에 못 미칠 테고, 그게 당연하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갑자기 허전해지는 것도 방지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내 활동을 바라보는 기간도 갖고 싶었죠.
근데 아마 팬 분들 요청이 많아서 조만간….

왜 이걸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 있어요? 정말 처음에는, 내가 연예인이 될 수 있을까? 누구나 하는 막연한 생각요. 초등학교 때 교무실 가다가 다른 반 애들이 음악 틀어놓고 노는 걸 보면서 쟤네가 내 노랠 듣고 노는 거면 얼마나 행복할까? 했던 기억이 나요. 나도 이효리 선배님처럼 해보고 싶다, 하지만 나는 저런 그릇이 못 돼, 하면서 그냥 공부했지만요.

어머니와 각별한 사이 같던데, 어머니가 응원해주셨나요? 처음엔 반대하셨죠. 워낙 불확실한 직업인 데다가, 너는 배우처럼 예쁜 것도 노래를 잘하는 것도 그렇다고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니고 하시는데 할 말이 없었죠. 공채로 JYP에 합격하면서 인정해주셨어요. 대부분의 부모님이 반대하실 텐데, 설득은 본인의 몫 같아요. 부모님께 확신을 드려야죠. 글쎄요, 저는 이 일에 확신을 갖고 있었고 확신조차 없었더라면 엄마한테 미안해서 안됐어요. 거짓의 확신이라도 있어야 했어요.

거짓의 확신이요? 확신을 가져야 해, 에 가까웠어요. 너는 할 수 있어! 가 아니고 너는 해야 돼! 해! 청하야, 그래야 어머님께 믿음을 드릴 수 있고 너도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일 수 있어, 빛이 안 보이는 터널이지만 어쨌든 넌 못 나가. 그 터널을 뚫고 나가!

앨범이 나오는 날은 뭐 할 거예요? 기도?

그 기쁜 날 하루 종일 기도만 한다고요? 만약 스케줄이 없다면, 모니터하고 있지 않을까요? V앱으로 팬 분들과 앨범에 대해 얘기 나눠도 좋고요. <부자들의 습관>에 나오는 건데요, 부자의 능력은 넓히는 것보단 지키는 것에 있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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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책, 음반, IT를 담당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