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파 대통령 vs 고양이파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로 데려간 개와 고양이, 마루와 찡찡이가 주목 받으면서 대통령의 반려동물 ‘퍼스트 펫First Pet’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알고 보면 전세계 전, 현직 대통령의 계파는 좌파-우파가 아니라, 개파-고양이파로 나뉜다

 개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백악관에 입성하려면 개를 키우라’는 격언이 있을 정도로 미국 대통령에게 퍼스트 펫은 당연한 존재. 오바마는 알레르기 때문에 개를 키우지 않다가 백악관 입성 후 포르투갈 워터 독인 ‘보’를, 재선 후에는 ‘써니’를 입양했다. 특히 첫 번째 퍼스트 독인 보와는 각별한 사이였는데 검은 몸통에다 배와 앞발에 부분적으로 하얀 털이 나 있어, 혼혈인데다 백인 외가에서 자란 오바마 자신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오바마의 가족만큼이나 미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오바마의 애완견을 납치하겠다던 남성이 경찰에 체포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현 러시아 대통령 KGB 출신으로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푸틴도 자신의 강아지 앞에서는 무장해제된다. 푸틴이 종종 해외 순방에 동행할 정도로 특히 아끼는 검정 라브라도 리트리버의 이름은 ‘코니’. 2007년 독일과 정상회담 자리에 예고 없이 코니를 데려와 메르켈 총리를 난처하게 만든 적이 있다. 메르켈 총리가 어릴 때 개에 물린 적이 있어서 개를 무서워했던 것. 작년 일본 기자들과의 인터뷰에도 과거 일본으로부터 선물 받은 아키타 견, 유메를 데려와 기자들을 당황하게 한 적이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올랑드는 캐나다 방문 때 만났던 몬트리올 프랑스 재향 군인 연맹으로부터 갓 태어난 라브라도 리트리버 ‘필레’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아, 엘리제 궁에서 함께 지냈다. 같은 단체로부터 노란 라브라도 리트리버를 선물 받아 키웠던 전임 대통령 사르코지를 의식해서인지, 올랑드가 검정 라브라도 리트리버를 선택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사르코지는 공화당, 올랑드는 사회당 출신으로, 올랑드 대통령이 취임한 것은 프랑수아 미테랑 이후 17년만의 정권 교체였기 때문이다. 후에 강아지 ‘필레’는 불륜 스캔들로 얼룩진 올랑드를 곁에서 위로해주는 든든한 친구로 성장한다. 참고로 필레는 인류 최초로 혜성에 착륙한 탐사 로봇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고양이파 

차이잉원, 현 타이완 총통 미혼인 차이잉원에게 ‘샹샹’과 ‘아차이’라는 이름의 고양이 두 마리는 가족 같은 존재다. 두 고양이는 작년 선거운동 기간에 빈번히 등장해 타이완 젊은이들의 표심을 자극했고, 대선 캠프에서 내놨던 고양이 머그잔, 티셔츠, 모자 등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그녀는 직접 페이스북에 고양이 사진과 함께 ‘내가 가장 행복할 때는 두 고양이와 놀면서 시간을 보낼 때’라는 글을 남겨 고양이 사랑을 만천하에 알리기도 했는데 이는 정책에까지 영향을 끼쳐 올 4월 타이완은 아시아 최초로 식용을 목적으로 한 개·고양이 도살을 금지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영국에선 총리의 관저와 집무실이 있는 다우닝 10번지에 고양이를 키우는 전통이 있다. 단순히 애완동물이 아닌 ‘총리관저 수석 수렵보좌관’이라는 공식직함을 주고 손님을 맞이하고 쥐를 사냥하는 임무를 부여하는 것이 특징. 데이비드 캐머런은 총리직을 맡으며 ‘래리’라는 고양이를 입양해 총리관저 수석 수렵보좌관에 임명했다. 캐머런은 자신이 임명한 고양이를 사적으로도 무척 아꼈는데 총리직에서 사임하면서 “래리가 다우닝 10번지에 속해 있고 직원들이 래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데려갈 수 없는 게 슬프다.”고 말했다. 래리는 캐머런 총리 재임 중 업무 태만을 이유로 경질되었다가 다시 복귀해 현재 테리사 메이 총리 곁을 지키고 있다.

 

나지브 라자크, 현 말레이시아 총리 말레이시아 총리인 나지브 라자크는 출장을 가면서 고양이가 집을 어지를 것을 걱정하는 고양이 집사다. 그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자주 등장시키는 레오와 삼바 외 많은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이슬람교를 국교로 지정한 나라에서 총리가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대중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이슬람교도들은 고양이를 신성한 동물로 여기며 고양이가 은총이 내려옴을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2010년 싱가포르 총리 리센룽는 주요 교역국인 양국의 관계 향상을 위해 라자크에게 고양이 장난감을 선물한 적도 있다.

 

 중도파 

문재인, 현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한때 개와 고양이 다섯 마리를 키울 정도로 동물을 무척 좋아한다. 경남 양산 자택에서 풍산개 ‘마루’와 유기묘 ‘찡찡이’를 키워왔는데 최근 청와대로 이사 오면서 이들을 데려와 화제다. 지난 주말엔 트위터에 찡찡이를 가슴에 안고 뉴스를 시청하는 단란한 모습을 공개해 많은 애묘인들의 부러움을 샀다. 고양이가 이마를 비비는 것은 반려인을 여간 좋아하지 않으면 잘 하지 않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또 선거운동 중 인연을 맺은 유기견 ‘토리’의 입양 시기와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하니 조만간 청와대 식구가 한 명 더 늘어날 예정. 많은 이들의 관심에 힘입어 청와대는 퍼스트 펫 전용 SNS 계정을 만들어 소식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 재임 시절, 빌과 힐러리 클린턴은 고양이 ‘삭스 클린턴’과 강아지 ‘버디’를 키웠다. 둘은 서로 으르렁대는 앙숙으로 유명했는데 클린턴은 나중에 “버디랑 삭스를 화해시키는 게 중동 평화를 지키기보다 더 어렵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특히 고양이 삭스는 미국 최초의 퍼스트 캣으로 헐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는데 전국에서 연일 팬레터가 쏟아진 덕분에 당시 힐러리는 편지들을 묶어 1998년 <디어 삭스, 디어 버디Dear Socks, Dear Buddy>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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