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먹는 걸 부담스러워해요” 문세윤

문세윤은 퍽 무르다. 사람 너무 좋다. 독한 것은 못한다. 그래서 요즘 더 눈에 띈다.

스트라이프 셔츠는 바이모노, 화이트 팬츠는 4xr, 스카프는 코스.
스트라이프 셔츠는 바이모노, 화이트 팬츠는 4xr, 스카프는 코스.

두 명의 매니저가 인터뷰에 동석하는 건 아이돌 인터뷰 이후 처음입니다. 그런가요? 큰 회사에 들어와서 영광스럽고 좋네요. 작은 회사에 있다가 일이 다 안 돼서 마지막으로 옮겨본 건데….

소속사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좀 달라 보여요. TV에서도 많이 보이고요. 솔직히 제가 예능을 안좋아해요. 그런데 FNC 들어오고 난 뒤부터, 예능이 재밌어지는 거예요. 이전엔 예능을 정말 하기 싫었어요. 욕심 부리고, 누굴 끌어내리고, 남의 얘길 끊어서 들어가고, 갑자기 치고 나가고…. 그런 걸 잘 못해요. 게스트가 MC랑 친하거나 인지도가 높으면 당연히 말을 많이 걸어주는데, 나는 아직까지 인지도가 높지도 않고, 피디 분이나 작가 분들이 개그맨 출신이라 불렀는데 제가 말도 못하고 앉아 있는 그림이 너무 고통스러운 거예요. 그 시기에 운좋게 <천하장사 마돈나>라는 영화가 들어왔어요.

거기선 코미디언 문세윤이 생각나지 않았죠. 제가 <천하장사 마돈나>에 나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나왔었어?”라고 물어볼 정도였어요. 첨엔 그게 기분 나빴어요. 근데 이해영 감독님이 “너는 진짜 최고의 칭찬을 받은 거야. 널 선입견 없이 자연스럽게 빠져들어서 봤다는 얘기잖아. 굉장한 거지”라고 해주셔서 “어, 그런가?” 했죠.

비결이? 음, 목소리 덕도 있는 것 같아요. 중저음이고 좀 차분해 보이는 목소리라서…. 내가 코미디계의 이병헌 목소리라는 생각으로….(웃음) 암튼 <천하장사 마돈나> 후에 시트콤, 드라마를 좀 하게 됐고요. 그때부터 드라마, 영화가 너무 편한 거예요. 주어진 역할만 하면 되고, 이 사람 저 사람 피해줄 일이 없잖아요. 애드리브 치면 받아주면 되고요. 내 거만 준비하면 되고 전체 뼈대를 내가 짤 필요도 없고요. 물론 캐릭터 연구는 해야 하지만, 회의에 들어가는 건 아니니까요. 사실 예능을 하기 싫어서 연기 쪽으로 도망간 건데, 도망간 일이 너무 마음에 들었던 거죠. 제가 성격이 약간 그런가 봐요.

신기하게도 요즘 예능에선 그 성격이 다 보여요. 그래서 더 호감일 때도 있고요. 지금이야 예능에 나가면 친한 분도 많고, 나이가 들다 보니 막말로 내가 애가 둘인데 못할 게 뭐냐, 이런 마인드로 하는 거예요. 지금도 사실 혼자 훈련하는 중이에요.

그 두려운 예능에 요즘 재미까지 느끼다니요? 예전엔 예능 나가는 날 아침엔 부담감을 갖고 뻐근하게 일어났다면 지금은 되게 하루하루 즐겁게 일어나요. 진짜 내가 즐기고 내가 좋아하니까 그게 화면에도 좀 보이는 거 같아요. 일단 사람들이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엔 <강심장>처럼 20명쯤 게스트가 등장하는 예능이 많았는데, 요즘은 5~6명이 소소한 이야기 나누는 게 많잖아요. <F학점 공대형> 할 때도 쉬는 시간에 차에 들어가는 사람이 없었어요. 서로가 서로를 기다리는 게 느껴질 때 있잖아요. “세윤이, 언제 와?”, “음식 시킬 건데 너 올 거지? 기다릴게~!” 이런 거요. <맛있는 녀석들> 식구들도 서로 바쁜 사람들이지만 촬영 덕에 일주일에 한 번씩 보니 좋고요. 장난을 치더라도 다 사랑이 밑에 깔려 있는 게 보이니까.

예능에서 윽박지르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큰 소리 낼 때도 왠지 귀엽달까요. 코미디언은 얼굴도 실력이라고 하잖아요. 다 자기 얼굴에 맞는 스타일이 있어요. 제가 누굴 비난하거나 관객석을 향해 소리치면 사람들이 싫어해요. 제가 바보 분장을 한 거라면 모를까, 멀쩡하게 나와서 누군가를 막 깐다고 생각해보세요. 어울리지도 않고, 사람들이 무서워해요. 웃는 게 아니라.

실제 성격도 그렇게 못하죠? 저 약간 끌려가는 것도 좋아해요. 저보다 의지가 세 보이면 그 사람 말 잘 들어요.(웃음) 제가 후배들한테 하는 이야기인데, 이제는 착한 사람이 국민 MC가 되고 더 뜨는 시대가 분명히 오고 있어요. 남한테 상처 안 주고 착하게 살면 좋은 날이 온다고. 예전엔 받쳐주는 역할의 코미디언은 주목받지 못한 시대였잖아요. 심형래 선배님은 알아도 그 밑에는 아무도 안 보이고요. 근데 이젠 사람들이 착한 거, 잘하는 거 다 알아요. SNS도 있고, 댓글도 있고.

로브 코트는 김서룡, 셔츠와 팬츠는 모두 4xr.
로브 코트는 김서룡, 셔츠와 팬츠는 모두 4xr.

김치도 종류별로 잘 담가서 SNS상에서 화제도 된 것도 있고요. 아, <살림하는 남자>에서 김치 담근 게 트위터에서 많이 도는 건 봤어요. 아기 엄마들이 많이 좋아해줬다는 이야기도 스태프들한테 들었고요. 근데 남자들한테는 욕 엄청 많이 먹었다고….(웃음) “저 돼지, 자기가 먹으려고 담근 거지” 이러면서요. 제가 김치를 진짜 좋아하긴 해요.

자기가 먹는 것도 스스로 안 하는 남자들이 태반인데요, 뭘. 가족 앞에선 어떤 사람인가요? 다정하려고 하죠. 스물여덟 살에 결혼했어요. 돈도 없었는데 아내가 같이 고생하면서 벌자고 했어요. 그때가 길거리에서 10명 중 한두 명 정도만 저를 알아보던 시절이에요. 지금은 한 세 명 정도? 결혼한지 2년 만에 공익 근무 가버리고…. 그 당시엔 혼자 울고 그랬어요. 미안해서요. 아기는 있는데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 4층을 아내 혼자서 유모차를 들고 다녀야 했으니까요. 아내가 치어리더 출신인데, 야구장의 연예인이었는데, 미안했죠.

이제 16년 차인데 큰 굴곡 없이 활동했어요. 가파른 최고점도 없었지만요. 제일 처음 개그맨들이 모여 있는 기획사 들어갔을 때는 내가 스타가 됐구나! 했어요. 스무 살 때니까. 그러다가 잘 안 풀려서 보험 파는 애들도 있고, 그냥 다른 일 구하는 애들도 있고…. 그런 거 보면서 나는 복이 많은 친구구나 하면서 하루하루 쭉쭉 살고 있는 거죠.

시절을 풍미하는 인기를 누렸으면 어땠을까요? 그러지 않아서 오히려 다행인 것 같아요. 확 바람이 불어서 떴다가 잘못된 사람 많아요. 내가 했던 말이 막 다음 날 유행어가 되어 있는데, 막 시청률이 나 때문에 치솟는데, 왜 거만해지지 않겠어요. 근데 전 그런 경험이 없어서 오히려 다행인 것 같아요. 전 아주 유명해져서 유재석, 김용만 선배처럼 국민 MC가 되고 싶다기보다는, 코미디 액터가 되고 싶어요. 짐 캐리같이, 살인마 역할도 하고요. 나중에 한 50~60대 되면 저 그냥 아침 드라마 아버지 역할했으면 좋겠어요. 임하룡, 백일섭 선생님처럼요.

좀 더 야심을 가지고 살아도 좋지 않나요? 글쎄요. 그러면 돈은 좀 더 벌긴 하겠죠? 근데 사업을 벌이고 배팅을 크게 했다가 10억씩 묶어서 무너진 사람도 많이 봤고, 그 피해를 가족이 고스란히 받고 있는 걸 본 적도 있어서, 저는 그런 돈 욕심은 많이 없어요. 내가 잘하는 일을 하면서 내가 살 수 있는 정도만 받으면 돼요. 내가 갑자기 일을 좀 쉬게 되더라도 갑자기 어려워지지 않을 그 정도만 있으면 되지, 뭐 건물이고 땅이고 집이고 여러 개 사서 거기서 월세 받고 몇백 억대의 자산가가 되어가지고 평생 ‘띵가띵가’ 놀면서 살고 싶진 않아요.

요즘 하루 중 언제가 가장 행복해요? 음…. 집에 들어가서 샤워하고 자기 전에 아내랑 맥주 먹을 때? 아침엔 너무 정신없이 나올 때가 많고, 요즘은 회사원처럼 고정 스케줄로 일을 하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아, <코미디 빅리그> 끝나고 긴장이 쫙 풀렸을 때, 목 마를 때까지 꾹꾹 참았다가 동료들이랑 나가서 맥주 한잔 먹을 때도 행복해요.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훨씬 더 행복한 기분?

티셔츠는 에디터의 것,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비치 타월은 모두 키쿨로 by 마이콜라주.
티셔츠는 에디터의 것,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비치 타월은 모두 키쿨로 by 마이콜라주.

오늘 이른 아침부터 촬영이라 이것저것 먹을 것을 준비했는데 하나도 안 드시네요? 어제 <맛있는 녀석들> 촬영하고 왔어요. 다음 날은 오후부터 먹어요. 저는 많이 먹는 걸 좀 부담스러워하거든요. (웃음) 그런데 어디 가면 “이거 다 먹을 수 있죠? 한 입에 좀 크게 넣어주세요” 그러시는데, 사실 저희 네 명 ‘푸드 파이터’ 아니고 ‘푸드 러버’예요.

주변에선 누가 제일 미식가예요? 맛집 돌아다니는 건 양세형, 양세찬 형제가 잘해요. 많이 먹진 않는데, 자주 먹어요. 소문난 집 가서 줄 서서라도 먹고요. 저는 오히려 거꾸로거든요. 제 시간에 먹어야 해요. 완전 미식가는 아니죠. 음식을 정성껏 맛있게 먹으려는 사람은 김준현 씨인 거 같아요. 한번은 소주에 오징어 회를 먹는데 매번 깻잎쌈에 초고추장, 간장 찍어서 회를 올리고…. 소주 다 먹을 때까지 한 번도 안 빼놓고 ‘올쌈’을 먹었어요. 자기 것만.

<맛있는 녀석들>이 2년을 넘겨 벌써 120회예요. 언제까지 갈까요? 더 장수할 것 같아요. 근데 먹방 이미지가 너무 박힐까 봐, 좀 다른 걸 보여드려야 하는데, 생각할 때도 있어요. 먹방 쪽에서는 먹방을 잘하고, 다른 데 가서는 먹는 것 말고 좀 다른 걸 보여드리고 싶은 게 욕심이에요. 그래서 화보 촬영 이야기를 듣고 행복했어요. 매니저한테 이야기 듣고 이랬어요 “나보고 화보를 찍자고? 외국 사람들도 나오고 멋진 배우들 나오는 데서 왜 나를? 왜? 왜? 담당 기자가 날 좋아하나?”

좋아합니다. 이제 인터뷰할 코미디언 다 한 번씩 돌아서 그런 거 아니죠? 진짜 그런 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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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