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파나마 햇일까?

파나마 햇 39만원, 볼살리노 by 란스미어.
파나마 햇 39만원, 볼살리노 by 란스미어.

Panama Hat 험프리 보가트, 게리 쿠퍼, 프랭크 시나트라와 윈스턴 처칠…. 모자를 좋아한 멋쟁이들은 여름이면 짠 것처럼 모두 파나마 햇을 머리 위에 얹었다. 페도라보다 가볍고 시원한 데다 폼도 났으니까. 크림색 모자를 쓴 남자들은 땡볕 아래서도 땀 한 방울 안 흘릴 것처럼 상쾌해 보였다. 파나마 햇은 우아함을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신사들의 여름 모자였다.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파나마 햇은 에콰도르에서 탄생했다. 잉카인들은 16세기부터 야자잎을 촘촘하게 엮어 모자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17세기 중반 에콰도르 해안 마을에서 가내 수공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왜 에콰도르 햇이 아니라 파나마 햇인 걸까? 19세기와 20세기 초반, 파나마는 북미와 중미, 남미를 잇는 커다란 무역 도시였다. 매일 수백 척의 배와 사람들이 이곳을 오갔다. 에콰도르에서 만든 모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캘리포니아로 골드 러시를 떠나는 남자들과 부유한 여행객들이 여기서 모자를 사갔다. 당연히 파나마에서 만든 특산품일 거라고 믿으며. 또 파나마 운하를 건설하던 노동자들도 이 모자를 많이 썼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파나마 햇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요즘은 콜롬비아나 칠레, 미국, 중국에서도 파나마 햇을 만든다. 하지만 여전히 에콰도르에서 만든 걸 최고로 친다. 값은 좀 비싸지만 튼튼하고 모양새도 훨씬 좋다.

More Stories 전통 방식으로 파나마 햇을 만들려면 많은 시간과 공이 든다. 과정도 굉장히 복잡하다.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을 정도. 최상 품질의 파나마 햇은 1평방 인치당 3천 번 이상의 짜임이 있다. 2014년 2월엔 시몬 에스피날이라는 장인이 4천 번 이상의 짜임이 있는 모자를 만들어 세계 기록을 갱신했다. 만드는 데만 8개월이 걸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