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클래식 아이템, 트렌치 코트

TRENCH COAT 널리 알려진 것처럼 트렌치코트는 1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이 입었던 옷이다. 계급장을 끼우기 위한 견장, 탄약 주머니를 걸던 D-링, 총의 반동 충격을 줄이는 건 플랩은 아직까지 남아 있는 군복 특유의 세부다. 런던 리젠트 거리에서 남성복 매장을 운영하던 존 에머리는 최초의 울 방수 원단을 개발했다. 그는 브랜드 이름을 아쿠아스쿠텀으로 정하고, 1853년부터 레인 코트를 만들어 영국군에게 보급했다. 이것을 현대적인 트렌치코트의 시작으로 본다. 한편 1856년 토머스 버버리는 농부와 양치기의 옷에서 영감을 얻어 개버딘이라는 소재를 만들었다. 면으로 만든 이 조밀한 능직 원단은 울보다 훨씬 통기성이 좋았다. 1870년 무렵엔 버버리 코트가 아쿠아스쿠텀 코트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고, 1901년 영국군의 공식 외투가 되었다. 그런데 트렌치코트는 왜 전쟁 이후에도 계속 인기를 끌게 된 걸까. 일단 장교들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트렌치코트를 벗지 않았다. 너무 실용적이었으니까. 게다가 1920년대에 영국 정부가 재고로 남은 트렌치코트를 대중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팔았다. 할리우드 스타들도 영화를 통해 트렌치코트에 남성적인 낭만을 덧씌웠다. 그렇게 트렌치코트는 남자들의 영원한 클래식 아이템이 되었다.

3백30만원, 버버리.
3백30만원, 버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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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트렌치코트는 1930년대와 1940년대에 나온 추리 소설과 필름 누아르, 하드보일드 픽션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특히 1939년 레이먼드 챈들러는 자신의 소설에서 필립 말로를 트렌치코트, 페도라, 권총, 줄담배와 연관시키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탐정의 이미지를 확립했다. 이때부터 트렌치코트는 비밀스러운 직업의 상징이 되었다. <형사 콜롬보>의 피터 포크, <핑크 팬더> 시리즈의 피터 셀러스, <과거로부터>의 로버트 미첨, <국제첩보국>의 마이클 케인 모두 트렌치코트를 입었다. 한편 셜록 홈즈는 1차 세계대전 전에 탄생한 인물이라 트렌치코트를 입지 않는다. 그는 사냥용 코트인 인버네스 코트를 입는 걸로 묘사된다.

2. 알랭 들롱은 험프리 보가트 못지않게 트렌치코트를 자주 입었다. 그는 1967 <한밤의 암살자>, 1969년 <시실리안>, 1970년 <볼사리노>와 <암흑가의 세 사람>에 모두 트렌치코트를 입고 등장했다. 그는 이 시기에 범죄자와 악역을 주로 연기했다. 빚은 듯 잘생긴 얼굴이지만 어딘가 차가워 보이는 알랭 들롱은 트렌치코트를 험프리 보가트와 사뭇 다른 느낌으로 소화했다.

3.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트렌치코트를 유행시킨 건 <영웅본색>의 주윤발이었다. 그땐 ‘주윤발 바바리’라고 더 많이 불렀지만. 코트 자락을 펄럭이며 쌍권총으로 적을 쓰러뜨리던 주윤발은 모든 남자의 우상이었다. 홍콩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10대 소년들은 더운 날씨에도 굳이 트렌치코트를 고집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영화 속에서 그가 입고 나온 옷은 트렌치코트가 아니었다. 어깨 견장도 건 플랩도, 허리끈도 없으니 레인 코트라고 보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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