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모두띠의 홀로그램 패션쇼

마시모 두띠 상하이 컬렉션에서 마주한 패션 산업의 미래 혹은 지금.

새까만 적막 속에서 난데없는 입방면체의 홀로그램 별자리가 등장한다. 별자리는 이윽고 빗줄기가 되고, 그 위로 어렴풋한 남자의 형상이 지나간다. 착시일까? 형상은 곧 진짜 모델로 뒤바뀐다. 먼 미래의 패션쇼에 대한 묘사가 아니다. 상하이 1933에서 열린 마시모 두띠 2017 F/W 컬렉션의 실제 풍경이다. 낱낱의 옷을 그저 보여주는 것이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첨단 기술을 접목한 컬렉션이 마구 쏟아지는 요즘, 마시모 두띠가 선택한 체험 수단은 바로 홀로그램이었다. 마치 3D 연극 한 편을 본 듯한 기분. 물론 컬렉션 ‘더 호라이즌’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정제된 수십 벌의 셔츠와 재킷 그리고 팬츠였다. “미래를 지향하지만, 그래서 더욱 옷이 지닌 기본적인 의미에 신경을 썼어요.” 단순히 기교와 기술에 집중한 게 아닌, 세부와 소재 모두에 정수를 더했다는 컬렉션 디렉터의 말. 과연 기성복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잘 재단된 수트와 고운 빛깔의 니트에서는 컬렉션의 침착한 야심이 어른거렸다. 이들이 제시하는 미래의 청사진은 컬렉션 공개와 함께 곧바로 구매가 가능한 시스템 ‘시 나우, 바이 나우’에서도 펼쳐졌다. 그야말로 ‘실시간’의 시대임을 확인할 수 있는 쇼. 공상 과학물인 줄 알았던 ‘더 호라이즌’은 알고 보니 사실주의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