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알고 게임은 모른다?

야구를 좋아한다. 야구는 월요일을 빼고 매일 승패 결과를 내놓고, 야구 선수들의 사건 사고는 연예 기사만큼 많았다. 중독성도 꽤 강했다. 퇴근 후 맥주를 마시며 야구의 클라이맥스인 6~9회를 보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게다가 야구는 딴 짓 하면서 보기에 너무 좋은 스포츠. 이닝이 바뀔 때마다, 투수가 교체될 때마다 여지없이 광고는 나온다. 그리고 그 광고에는 무좀약, 자동차 보험과 게임이 많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특히 모바일 게임이 압도적이다.

모바일 게임이 야구를 지배하는 것 같았다면 비약일까? 야구 중계를 모바일 게임 광고가 유지시켜주는 기분마저 들었다. 광고를 보니 ‘요즘 모바일 게임은 대체 어떤 걸까?’ 싶었다. 내게 접근이 가장 용이한 건 역시 야구 게임. <컴투스 프로야구 2017>, < H2 >, <슬러거>를 차례로 해봤다. 야구 게임을 하며 야구를 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실제 응원하는 팀이 지면 얼른 게임을 시작해 스트레스를 푸는 용이었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 지고 야구 게임에서까지 지면 침대로 휴대전화를 던졌고, 실제 경기에서 지고 야구 게임에서 이겨도 결국 실제 경기에서 왜 그렇게 못 했냐는 팀의 자책과 화병만 더욱 커질 뿐이었다.

야구와 전혀 상관없는 게임을 하자고 마음 먹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게임은 <음양사>. 광고에서 아이유가 한복도 기모노도 아닌 묘한 옷을 입고 눈을 끔벅이고 있었다. 게임은 무료. 전투 형식은 예전 플레이스테이션에서 하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와 비슷하게 공격을 주고받는 ‘턴 RPG’다. 전투를 할 땐 자동 진행을 선택했다. 이전엔 전투하는 것이 매번 ‘노가다’처럼 느껴졌는데, 2배속으로 자동 전투를 할 수 있으니 신세계였다. 이 게임의 핵심은 ‘식신’이라는 동료를 뽑는 데 있다. 좋은 등급의 식신을 뽑아(서 소환해)야만 편히 게임을 진행 할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면 ‘곡옥’이나 ‘신비한 부적’을 종종 보상받을 수 있는데 이 두 가지 아이템으로 도박과 같이 어떤 식신이 나올지 모르고 뽑아야 한다. 곡옥 1백 개 혹은 신비한 부적 1개를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처음 세 번의 도전은 조금도 특별한 식신이 뽑히지 않았다. 그때 구입 메뉴에서 곡옥 1백50개(5.49달러)가 눈에 들어왔다. 커피 한 잔만 아끼면 된다는 생각에 냉큼 구입했다. 남은 곡옥 50개를 더해 곡옥 2백 개로 식신을 두 번 뽑았다. 조금 희귀한 등급(SR)의 식신 둘(바쿠와 모미지)이 바로 나왔다. ‘돈을 써야 좋은 식신이 뽑히는 건가?’ 음양사의 트렌드 리더가 되기 위해 재빨리 더욱 높은 ‘현질’을 고민했다. 게임을 시작하면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첫 구매 패키지’가 보였다. 가격은 32.99달러. 이거면 식신을 스물다섯 번 더 뽑을 수 있었다. 3만5천원. 회사와 집까지 택시로 약 8천원. 택시를 네 번만 타지 말자는 계산이 순식간에 떠올라 엄지손가락을 꾹댔다.

식신을 뽑을 때는 별 모양을 사각형 안에 그리거나 마이크에 대고 주문을 외워야 한다. 나는 당연히 별을 대충 그리는 쪽이었다. 첫 번째는 SR등급의 판관이 나왔다. 시작이 좋았다. 두 번째는 뽑기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낮은 등급인 R등급의 네코마타가 나오고 세 번째도, 네 번째, 다섯 번째까지도 평범한 등급이 나왔다. 스스로 성의 부족과 경솔한 자세를 반성했다. 여섯 번째는 마이크에 대고 빌 듯이 “제발!”이라고 주문을 외쳤다. 우옷! SR등급의 백무상이 나왔다. 이거구나 싶어서 또다시 “제발”이라고 외치며 뽑았다. R등급의 저주 소녀가 나왔다. 흘겨보며 찌그러진 별을 그렸더니 다시 SR등급 중에서도 꽤 쓸 만한 흡혈귀가 나왔다. 그리고 그 후에도 별을 그리는 대신 ‘ㅋ’도 써보고, 마이크에 대고 욕도 해보고, ‘고획조’라고 수없이 외치기도 했으며 합장하고 휴대전화를 향해 절도 해봤다. 결론은 SR등급 8개, R등급 17개. 그렇게 약 4만원을 썼지만 음양사의 힙스터가 되는 데는 실패했다.

나는 <음양사>를 3일째 켜지 않고 있다. 고획조를 갖기 위해 게임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는 노력도 했지만 인내심은 부족했고, ‘현질’보단 택시가 주는 편안함이 좋았다. 커피 한 잔과 택시 네 번은 쉽게 절약할 수 없다는 것도 확실히 깨달았다. 그렇게 모바일 게임 광고는 ‘과금형 모바일 게임’이라서 가능했다는 사실을 뉴스가 아닌 몸소 체험으로 깨달았다. 만약 내가 모바일 게임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었다면 아마도 현금 구매는 당연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게임을 좋아하는 동료 직원이 이야기하길 “모바일 게임을 재미있게 하려면 보통 10만원은 써야 정신건강에 좋다”고 했다. 나는 오늘도 퇴근 후 야구를 본다. 웬일인지 야구 중간 광고가 나올 때마다 돈 내고 보는 기분이 들어 더욱 열심히 본다.

저 광고 뭘까 하면 모바일 게임 광고다. 휴대전화를 가로로 들었다 하면 여지없이 모바일 게임이다. 에디터가 하루의 한 뭉텅이를 잘라내 한 달간 모바일 게임에 몰두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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