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누가 비평하는가?

영상으로 진화한 자동차 비평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부동산 다음으로 큰돈을 들여야 얻을 수 있는 물건이다. 적게는 몇천만 원, 많게는 1억이 훌쩍 넘는 돈이 필요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구입한 소모품처럼 마음에 들지 않아 한 달 이내 영업소를 방문한다고 해서 넙죽 환불해주는 것도 아니다.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운전자가 통제할 수 있는 힘인지, 연비는 좋은지, 내구성은 어떤지, 따져볼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직접 타보는 것이다. 하지만 흐뭇하게 후보군에 올린 모델을 모두 시승해볼 만큼 여유로운 사람은 드물다. 게다가 첫 차라면, 예민한 감각과 전문 지식을 갖춘 이들의 평가가 궁금할 것이다. 결국 스마트폰을 켜고 자동차 시승기 영상을 재생한다.

자동차 리뷰는 단순한 시승기를 넘어 비평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산업, 브랜드의 철학, 자동차 시장까지 언급하며 차의 가치를 판단한다. 이는 원래 자동차 전문지의 몫이었다. 1980년대 국내 자동차 산업이 점점 구색을 갖춰가고, 경제 호황이 맞물리면서 자동차와 잡지 산업의 동거가 시작됐다. 1980년대와 IMF 시대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1990년대 자동차 전문지를 보면 차와 별로 관련이 없는 제약, 증권, 심지어 아파트 분양 광고까지 실렸을 정도로 기세가 등등했다. 또한 그 시절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수입차에 관한 기사까지 읽을 수 있었으니, 간접적으로라도 자동차에 대해 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 세기가 바뀌고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자 상황은 조금씩 변했다. 자동차를 다루는 온라인 매체가 하나 둘 생겼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변화의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 하루아침에 콩나물시루처럼 자동차 온라인 매체가 빽빽해졌다. 흐름에 밝은 매체는 동영상 콘텐츠 제작을 서둘렀다. 모바일 환경에 맞게 촬영 기법과 동영상 편집 기술이 나날이 발전했다. 네이버의 ‘차·테크’ 섹션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자, 몇몇 온라인 매체는 두각을 나타냈고, 수많은 고정 구독자를 확보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그야말로 동영상 자동차 비평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제 자동차 비평의 무게 중심이 인쇄 매체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기술 동향이나 자동차 역사처럼 반드시 텍스트가 필요한 경우가 아닌 이상, 동영상이 자동차 비평을 싣는 가장 활발한 포맷이 되었다. 물론 그중에는 서스펜션 성능을 테스트한답시고 가슴 커다란 여자를 동승석에 태운 채 요철을 넘는 장면을 보여주는 수준 이하의 매체나 프리랜서도 수두룩하다. 이런 몇몇 매체를 제외하면, 동영상을 통해 자동차를 다루는 이들의 진중함과 전문성은 대체로 믿을만하다.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는 조금씩 있긴 해도 틀린 말을 하거나 없는 사실을 지어내지는 않는다. 전문 계측기를 동원해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매체마다 다른 편집 스타일과 차를 평가하는 방법을 지켜보는 것도 동영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 중 하나다. 온라인 자동차 매체는 신차가 나오면 출시 행사 영상을 올리고 재빨리 차를 구해 리뷰를 업로드한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차를 테스트하면서 결함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를 빠뜨리지 않고 동영상에 담는다. 누군가에게 제보를 받아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기도 한다. 속도 빠른 온라인 플랫폼과 동영상의 만남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특히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유명 매체에서 제기하는 문제가 이슈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해당 동영상이 자동차 브랜드와의 금전적 협상에 이용할 목적만 아니라면 아낌없는 지지를 보낼 만하다. 하지만 특정 브랜드의 차는 제조상 결함이 없어도 단골 표적이 된다. 일부 매체가 그 앞에 대는 잣대는 유난히 엄격하다. 스포츠카에서나 따져봐야 할 요건을 편안한 주행에 초점을 맞춘 차에 슬며시 끼워 평가한다. 비평보다 구타에 가까운 동영상이 쏟아진다. 자동차 콘텐츠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트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도, 무심코 동영상을 보는 시청자에겐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확률이 높다. 동영상뿐만 아니라 텍스트를 동원한 기사도 그 의도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일부 신생 온라인 매체는 하루가 멀다 하고 부정적인 기사를 올린다. ‘A 모델의 씁쓸한 흑역사 worst 5’와 같이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서.

속도 빠른 온라인 플랫폼과 동영상의 만남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특히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유명 매체에서 제기하는 문제가 이슈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금전적 협상에 이용할 목적만 아니라면 아낌없는 지지를 보낼 만하다.

자동차 브랜드가 더욱 뛰어난 모델을 만들기 원해서라면 자유로운 의견과 기사는 얼마든지 지지한다. 과거의 문제였다고 해도,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라면 더욱 시끄러워져도 좋다. 하지만 표적이 거의 같다는 것이 문제다. 모든 브랜드는 자동차 제조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인데, 고가의 수입 브랜드의 과거를 들추는 기사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에서 유난히 반감이 큰 제조사를 공격해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겠다는 전략이다. 매체명을 알릴 수 있는 방법치고는 단수 낮은 정치인처럼 그 앞날이 너무 뻔해서 탈이다. 아니길 바라지만, 만에 하나 여론을 의식한 브랜드가 광고로 입막음할지도 모른다는 장기적 계획 때문이라면 돈으로 길들여 달라는 애처로운 외침처럼 보인다. 그래도 몇몇 온라인 매체는 돈을 받고 자동차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과정이 어땠을지 알 수는 없어도, 브랜드는 지루할 틈 없는 영상 편집과 누구든지 쉽게 볼 수 있는 접근성을 주목했을 것이다. 게다가 네이버 ‘카·테크’ 섹션에 오르기라도 한다면 이보다 효과적인 홍보도 없을 테니까. 광고성 리뷰는 익스테리어 설명부터 시작해 인테리어를 보여주고 나면 “한번 직접 타보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운전대를 잡는다. 다만 단점을 지적하는 멘트가 없을 뿐이다. 칭송으로 시작해 칭송으로 끝난다. 심지어 경쟁 모델과 비교했을 때, 탁월한 성능을 갖췄다면서 종종 ‘서비스’도 해준다.

차가 정말 뛰어나서 좋은 말만 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다른 영상에서는 보다 완성도 높은 차를 다루면서도 온갖 전문 지식과 수치를 나열하면서까지 단점을 꼬집는다. 칭찬과 지적의 적절한 조합은 객관적인 판단자로 보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니까. 어느 브랜드에서 어느 매체에 얼마를 지급했다는 사실을 알 길 없는 시청자가 수많은 리뷰 중 광고성 동영상을 골라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동영상 콘텐츠의 파급력을 생각하면, 그리고 더욱 판이 커질 온라인 매체의 미래를 생각하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돈이 오간 동영상이라면 비평이 아닌 상품 소개임을 밝히고, 기자보다는 쇼호스트의 자세로 시청자를 대해야 한다. 이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비평 사이에 ‘끼워 팔기’한 광고에 지나지 않는다. 미디어와 자본이 끈끈하게 결합한 시대라고 해도 기자 혹은 비평가를 자처한다면 시청자가 보내는 신뢰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돈을 마다하는 매체는 없다. 자동차를 다루는 매체가 자동차 브랜드를 통해 돈을 버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구조적 한계일지도. 어떤 매체도 이 한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더 많은 온라인 자동차 매체가 생기고, 그들이 더 많은 돈을 벌기 바란다. 자동차 산업이 더욱 발전하려면 끊임없는 설전이 오가야 하고, 화두를 던지는 자는 자동차 매체이며, 그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돈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처럼 자동차 브랜드마다 다른 태도, 비평으로 포장한 광고를 대중에게 전달한다면 새로운 자동차 비평의 창은 서서히 닫힐지도 모른다. 온라인 자동차 매체가 활성화된 지 오래지않아 그렇지, 대중은 비평가의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다.

비평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비평의 권위는 사라졌다. 비평적 콘텐츠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지만 비평은 소비되지 않는다. 누구나 비평적인 목소리를 내지만 비평가를 자처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근데 비평이 존경이나 관심과 가까웠던 적이 있기는 한가. 이달 < GQ >는 비평의 절대 변할 수 없는 불편과 이 시절의 고쳐 앉은 자세를 모두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