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디자인이 '올드카'라면?

전기차의 디자인이 ‘올드카’라면?

2018-01-11T14:22:29+00:00 |CAR & TECH|

이제 전기차가 쉴 새 없이 나올 것이다. 기술은 첨단이라지만, 디자인도 덩달아 첨단이어야 하나? 전기차 디자인의
답은 과거에 있을지도 모른다.

로버 미니 미니다운 미니를 바란다면 욕심인 건가? 몰라보게 팽창해서 이제 ‘미니’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라인업을 보고 있자면 한숨부터 나온다. 그렇다고 클래식 미니를 구입하자니 세심하게 관리할 용기가 없다. 꽉 막힌 도심에서 쉴 새 없이 팔과 발을 움직여야 하는 수동 운전도 자신이 없다. 그럼 로버 미니가 전기차로 나온다면? 뚱보가 된 미니를 보고 하나둘 떠난 마음을 되돌리고, 본래 추구하던 실용성과 경제성도 되찾을 것이다. 작고 가벼운 미니의 특성상 경쟁 모델에 비해 더 긴 주행 거리 확보는 물론이고, 차체 중앙에 배터리를 배치해 보다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 운전자의 상체를 꼿꼿하게 받쳐줄 스포츠 버킷 시트를 단다면 더욱 민첩해질 움직임도 감당할 수 있다. 로버 미니의 디자인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게다가 유지비도 줄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0그램인 로버 미니라면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안효진(<모터매거진> 에디터)

 

페라리 250 GTO 믿을 만한 소식에 따르면 페라리도 SUV를 개발 중이라고 한다. 이러다가는 조만한 페라리 세단은 물론이고 전기차 페라리가 나올 수도 있다. 고회전 엔진과 최후의 심판을 하는 듯한 배기음이 빠진 페라리라니.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너도 나도 전기차를 내놓고 있는 추세를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페라리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다면 1962년형 250 GTO를 기반으로 삼았으면 한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라인의 250 GTO로 디자인한 전기차라면 거부감이 덜할 것이다. 전기차는 어쩔 수 없이 공기역학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데, 250 GTO의 매끄러운 곡선이라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이 상상이 현실이 되면 4백억원을 주고 오리지널 250 GTO를 산 수집가가 격하게 항의할 것이다. 오리지널 모델과의 구분을 위해서라도 와이어 스포크 휠 정도만 전기차의 상징이 된 에어로 휠로 바꾼다면? 못생겼다고 해도 휠 가운데에 노란 페라리 엠블럼이 박힌다면 또 어떻게 보일지 모른다. 김준혁(<탑기어 코리아> 에디터)

 

포드 에스코트 쿠페 1세대 전기차엔 “미래지향적이다”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지만, 나는 그 뜻을 “못생겼다”로 해석한다. 전기차라고 해서 디자인이 꼭 파격적일 필요는 없지 않나. 아직은 생소한 전기차라고 해도 얼굴만큼은 익숙하고 청순하다면 어떨지 마음 간지러운 상상을 해본다. 초롱초롱한 눈망울 같은 헤드램프를 슬쩍 박아놓았다면? 무심하게 만든 것 같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처럼 보이는 앞모습이라면? 거기에 잘 달릴 수 있는 선천적인 구조인 작은 몸체와 후륜구동의 조합만 갖춘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찾고 찾아 얻은 답은 1968년식 포드 에스코트 쿠페다. 작은 바람을 보태 루프 라인이 트렁크 쪽으로 미끄러지듯 떨어진다면 전기차다운 공력 성능도 높일 수 있다. 자동차 역사가 엎어질 판에, 어차피 상상은 자유 아닌가? 김송은(<모터리언> 에디터)

 

대우 르망 레이서 속도를 숫자로 표시하는 르망의 LCD 계기판을 처음 봤을 땐 ‘아, 자동차는 이제 끝났구나’라고 생각했다. 차가 날아다니지 않는 한, 더 이상의 진보는 없을 것 같았다. 특히 3도어 해치백 르망 레이서는 짤막한 차체와 자를 대고 그린 듯 각진 모양이 합쳐져 존재감만큼은 ‘각그랜저’의 멱살을 잡았다. 이 아까운 디자인을 흘러간 기록으로만 두기엔 너무 아깝다.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최대토크를 내는 전기차로 부활하면 단박에 시야에서 사라지는 ‘전기 핫해치’가 될 것이다. 이제 구닥다리가 되어버린 LCD 계기판과 헤드램프, 테일램프는 전력 소모가 적은 LED로 교체할 테고. 단, 헤드램프만큼은 각을 포기하고 4개의 원으로 만들어야겠다. 르망 시리즈 중에서 또 하나의 걸작이자, 시대를 잘못 타고난 죄로 짧고 굵게 살다 간 자동차 ‘르망 이름셔’를 기리는 의미에서. 에디터 / 이재현

 

마쓰다 MX-5 1세대 자동차의 새로운 시대는 분명 전기차가 이끌겠지만, 공기 저항을 계산한 디자인은 낯설다. 운전하는 재미도 아직 고성능 내연기관 자동차에 미치지 못한다. 뚜껑을 열어젖히고 앞뒤 무게를 정확히 50:50으로 나눈 경량 로드스터 전기차는 그럼 어떤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마쓰다 MX-5라면 시끌벅적한 흥행몰이는 예정된 순서다. 가장 최근작인 4세대 디자인도 훌륭하지만, 부드러운 곡선으로 감싼 1세대 디자인의 은근한 멋과는 비교할 수 없다. 깜찍하게 튀어나오는 팝업 헤드램프의 부활, 낮게 깔린 배터리와 전기 모터를 합친 MX-5라면 전세 자금을 빼서라도 사고 말겠다. 이세환(<카매거진 코리아> 에디터)

 

포드 셸비 머스탱 1세대 머슬카라면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 기름을 폭식하는 8기통 OHV 엔진과 직진만 할 줄 안다는 퍼포먼스, 그리고 버스에나 달릴 법한 거대한 스티어링 휠이다. ‘엘리노어’라고도 부르는 포드 셸비 머스탱은 패스트백 스타일의 아메리칸 머슬카인데, 태어난 지 반세기가 지났어도 인기가 여전하다. 이 근사한 껍데기에 전기 모터를 넣는다면? 내연기관보다 높은 성능과 경제성을 누릴 수야 있겠지만 배기음을 포기해야 한다. 머슬카에 ‘폭력적인 소음’이 빠진다면 아무 의미 없는 복원이 될 테니, 1967년의 울림을 사운드 제너레이터로 재현해야겠다. LSD와 토크 벡터링 시스템을 더해 코너의 실력을 개과천선한다면 상품성은 이미 별이 다섯 개. 스티어링 휠도 와인딩하기 좋도록 아담한 크기로 바꿔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돌격만 하는 무식한 차가 아닐 테니까. 안진욱(<모터매거진> 에디터)

 

알파로메오 티포 33 스트라달레 슈퍼 전기차 시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갑각류 괴물 같은 프로토타입을 볼 때면 동치미 마시듯 떠올리는 옛 차가 있다. 알파로메오 티포 33 스트라달레다. 배기량이 1995cc인 V8 엔진으로 미우라와 기블리를 제압한 알파로메오 최초의 공도용 슈퍼카다. 레이스카를 로드카로 변주한 프랑코 스칼리오네의 디자인에는 시대를 뛰어넘는 관능이 담겼다. 쐐기형 노즈와 너울지는 측면 실루엣은 눈을 델 만큼 뜨거워 배기음 없이도 잔뜩 달아오르게 한다. 루프에서 굽어 흐르는 옆 창과 버터플라이 도어에 밴 유유한 멋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오므린 프런트 그릴은 냉각보다 공기 역학을 중시하는 전기차에 이식하기 그만. 아웃사이드 미러 없는 1960년대 차에 손톱만 한 카메라 몇 개 박아 넣으면 그 자체로 미래 자동차의 표상이 될 것이다. 김성래(<에보 코리아> 에디터)

 

시트로엥 H 밴 ‘항공기에서 영감을 얻은 자동차’를 말할 때, 이렇게 각지고 기괴하게 생긴 화물차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시트로엥 H 밴은 분명 1930년대 독일 비행기 융커스의 영향을 받은 차다. 독특한 디자인과 실용성 덕분에 30년 넘게 생산됐고, 단종된 지 오래인 지금도 푸드트럭이나 이동식 상점으로 사용된다. H 밴이 다시 태어난다면 개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요즘 상용차 사이를 파고들어 택배용 화물차로 활약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앞 엔진, 전륜구동 구조(FF)를 전기차로 바꾸면 내부 공간이 남아돌 것이고, 뒷바퀴까지 모터로 돌려 주행 안정성을 높이면 좋겠다. 디자인은 그대로면서 차체를 경차 규격으로 줄인 ‘프티’ 버전으로 만들어도 어울릴 관상이다. 민병권(<탑기어 코리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