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인 스노보드 김상겸 “누구든 상관없어요”

스키가 눈 위에 궤적을 그리고, 스케이트가 빙판을 갈아엎는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국가대표들이 진짜 보여주고 싶은 건 0.1초를 단축하고, 더 힘껏 퍽을 후려치는 것이다. 메달은 두 번째 목표다.

김상겸 ㅣ 알파인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스노보드도 속도가 가장 중요하죠? 알파인과 프리스타일 계열이 있어요. 저는 알파인 계열 평행대회전에 나가요. 두 명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한 뒤 기록을 재서 16명을 추리고 그다음부턴 토너먼트예요. 기록보단 먼저 들어가면 이기는 거죠.

16강에서 정말 만나기 싫은 선수가 있나요? 누구든 상관없어요. 웬만하면 신경 안 쓰고 타요. 옆에서 내려오는 선수 의식하기 시작하면 경기가 꼬여요.

기문 색깔에 따라 빨간색과 파란색 코스가 있는데, 바둑알을 고를 때처럼 선호하는 색이 있나요? 그런 건 없어요. 의미 부여를 하는 순간 이미 징크스가 되어 버려요. 대신 두 코스 중 분명 더 빨리 내려갈 수 있는 코스가 확실히 보이긴 해요. 예선 성적이 좋은 사람이 코스를 먼저 선택하는데, 1차, 2차 예선을 치르고 나면 어디가 더 빠른지 대충 알아요. 또 여자 경기가 먼저 열리기 때문에 잘 타는 선수가 어떤 코스를 고르는지 봐놓기도 해요.

경기 영상을 보니까 마지막 동작이 특이했어요. 쇼트트랙의 마지막 포즈처럼요. 결승선 앞에서 상체를 최대한 뒤로 뺐다가 앞으로 확 밀면서 센서 높이에 맞춰 팔을 뻗어요. 뭐든지 하나만 걸리면 되거든요. 실제로 기록이 더 좋아지는지는 모르겠어요. 조금이라도 더 빨리 들어가고 싶은 발버둥인가? 저도 모르게 그 동작이 나와요.

대표팀 코치가 “상겸이는 경기할 때 흥분하는 편이다”라고 말하는 걸 들었어요. 너무 흥분해서 과감하게 경로를 공략하다가 실수할 때가 가끔 있어요. 궁금해서 시합 때 테스트를 몇 번 해봤어요. 일부러 흥분해서 타보고, 차분하게도 타보고. 그런데 부담을 덜고 탈 때가 성적이 가장 좋더라고요.

부담이라면 대표팀 주장이라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인가요? 그것도 그렇지만 계속 좋은 성적을 내야 실업팀이 생길 거라는 마음 때문인 것 같아요. 스노보드는 실업팀이 하나도 없거든요. 작년 아시안게임에서 메달도 따고 월드컵에서 4등도 했는데 실업팀이 없다 보니까 여전히 환경이 열악해요. 후배들을 위해서기도 하고 평창 이후 베이징 올림픽에도 나가고 싶은 저를 위해서도 실업팀이 꼭 생겼으면 좋겠어요.

스노보드가 서핑에서 유래했는데, 서핑도 하나요? 배워보려고 바다에 갔는데 장마철이어서 몇 미터짜리 파도가 몰려오더라고요. 그런 파도는 처음 봤어요. 무서워서 그 뒤론 안 해요. 대신 대표팀 훈련 과정에 있는 수상스키를 타요. 턴을 하는 동작이 스노보드 탈 때와 비슷하고 국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거든요.

늘 겨울인 곳으로 전지훈련을 떠납니다. 가보고 싶은 나라가 있나요? 무조건 더운 나라, 스노보드 없는 나라요. 외국에 훈련 나가면 장비 때문에 짐이 4개나 돼요. 크고 무거워서 보통 일이 아니에요. 작은 캐리어 하나 달랑 들고 보라카이로 떠나면 좋겠네요.

고향인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립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도움이 되나요? 선수 생활하면서 자국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경우가 얼마나 있겠어요? 제가 경기장 옆 동네에서 태어났어요. 고향에서 금메달을 딴다…. 그림 나오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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