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타로 떠난 스키 여행

한 달 내내 눈이 내리는 아키타의 겨울은 스키어에게 천국과 같다. 사람 키만큼 눈이 쌓인 고마가타케 산 다자와코 스키장에서 스키를 즐기고, 뉴토온천향의 노천 온천에서 추위와 피로를 풀었다.

아키타로 가는 길은 조금 번거롭다. 인천에서 아키타 공항으로 향하는 직항 노선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센다이 공항에 내려 아키타로 향하는 송영 버스 안에서 차창 밖을 내다봤다. 상상했던 일본 북부의 겨울 풍경은 아니었다.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설국은 없었다. 도로 가장자리에나 흙먼지를 뒤집어쓴 눈 더미가 보였다. 마을 너머로 보이는 산의 뾰족한 정상만 새하얗게 반짝였다. 그러나 아키타에 가까워질수록 시야에서 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논밭에 듬성듬성 쌓여 있던 눈이 점차 산자락, 나뭇가지, 지붕, 주차된 차를 지우더니 어느새 도로를 제외하곤 온통 눈에 뒤덮였다.

아키타에는 올해 1백20센티미터나 눈이 쌓였다. 매년 겨울, 이곳에는 초등학생 키만큼 눈이 내린다. 덕분에 아키타는 이맘 때 백컨트리 스키를 즐기러 온 이방인들로 작고 기분 좋은 소요가 인다. 백컨트리 스키는 인공 눈을 다져서 만든 슬로프가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산악 환경에서 타는 스키를 말한다. 백컨트리 스키어는 곤돌라나 설상차의 도움을 받지 않고 눈길을 걸어서 오른다. 내려올 때는 나무와 바위를 스스로 피해야 한다. 위험 요소가 다분하지만, 교외의 전철 통근자처럼 매년 똑같은 슬로프에 지루함을 느껴온 스키어들에겐 심심할 틈 없는 경험이다.

고마가타케 산은 모리요시 산, 쵸카이 산과 더불어 아키타에서 가장 대표적인 백컨트리 스키 포인트다. 이 산은 일본에서 백컨트리 스키의 성지라고 불리는 홋카이도, 아오모리 지역의 산과 비교해도 뒤쳐지지 않을 만큼 적설량이 풍부하다. 또한 내륙에 위치해 바닷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습도가 낮다. 습도가 낮다는 건, 눈송이가 수분을 머금지 않아 가볍다는 의미다. 그 눈의 입자가 얼마나 고운지 로컬 스키어들은 ‘파우더’라고 부른다. 이런 눈 위를 미끄러져 내려오면 공중을 날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단, 백컨트리 스키를 나섰다가 길을 잃지 않으려면 해당 산악 지대를 꿰뚫고 있는 가이드가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 다자와코 스키장에서 고마가타케 산의 백컨트리 스키 전문 가이드를 구할 수 있다. 현장 신청은 어렵고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산은 평지와 달리 봉우리, 벼랑, 계곡, 능선 등 다양한 모양의 지형이 발달해 있고, 스키 코스도 셀 수 없이 많다. 그럼에도 유명한 지역은 스키어들이 너무 많이 몰려드는 바람에 때때로 복수의 팀이 한 코스에서 겹친다고 한다. 이에 비해 아키타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라 한가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백컨트리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에디터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고마가타케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일행을 제외한 다른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다자와코 호수를 바라보며 설원을 질주하는 기분은 짜릿했지만, 깊고 깊은 겨울 산에 우리만 덩그러니 남겨진 것 같아 조금 무섭기도 했다. 고마가타케 산은 1월부터 3월 말까지 백컨트리 스키가 가능하다. 아직 백컨트리 스키에 도전할 실력도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았다면, 아키타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다자와코 스키장에 가보길 권한다.

약 50년의 역사를 가진 다자와코 스키장은 13개의 슬로프를 가지고 있고, 최장 활주 거리는 약 3킬로미터에 이른다. 일본에서 벌채 면적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을 때 지은 스키장이라 다자와코 스키장의 슬로프는 너비가 무려 1백50미터나 된다. 또한 우리나라의 스키장과 달리 인공 슬로프와 자연 산악 지대를 가로막는 울타리가 없다. 따라서 슬로프를 조금만 벗어나면, 다자와코 스키장에서도 백컨트리 스키 못지 않게 깊고 고운 신설 위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이때는 추워서 빨리 지나가기만 바랐던 겨울이 조금만 더 지속되길 바라게 된다. 리프트는 1일 4천 엔, 장비 대여는 1일 3천6백 엔이다.

 

콘도 보다 온천 다자와코 스키장에는 소규모 인원을 위한 객실이 없다. 그래서 장비를 벗은 스키어들은 콘도 대신 뉴토온천향으로 향한다. 송영 버스를 타고 뉴토 산 아래 비포장길을 30분쯤 들어가면 나오는 뉴토온천향은 7개의 온천이 모여 있는 마을이다. 각각의 온천은 서로 다른 수원지를 가지고 있어 물의 성분이 다르고, 료칸의 분위기도 가지각색이다. 스키를 타느라 젖은 옷을 벗고 온천에 발을 담그자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이 사그라진다. 뉴토온천향에서 판매하는 온천 순례 수첩(유메구리초)를 구입하면 1년 동안 7개의 온천 모두 한 번씩 이용해 볼 수 있다. 가격은 1천8백 엔.

 

장난감 같은 기차 내륙종관철도는 작고 느리지만, 아키타 주민들의 생활에 꼭 필요한 기차다. 그리고 손을 뻗으면 나뭇가지 위에 내려앉은 눈송이가 잡힐 듯 가까운 산과 산 사이를 지난다. 이 기차가 멈춰서는 기차역은 하나 같이 영화 세트처럼 아담하다. 다카노스 역과 가쿠노다테 역 사이를 운행하며 기차 여행의 낭만을 꿈꾸는 관광객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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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디지털 에디터] 자연에서의 활동을 즐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