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아이언 맨의 인기 비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아이언 맨의 인기 비결?

2018-04-27T16:59:20+00:00 |ENTERTAINMENT|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농담한다. 고로 존재한다.

처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고철을 두르고 세상 앞에 나타났을 때 의아했다. 고철 속에 갇혀 존재론적인 고민에 빠지게 될 인물이 물에 빠져도 입만 둥둥 뜰 것 같은 경량의 재치를 자랑하다니. 슈퍼맨도 배트맨도 침묵할 때 등장한 이 말 많은 영웅은 타고난 초인적인 힘도, 존재에 대한 엄숙한 성찰도 없었다. 단지 그는 자본과 기술의 산물이었다. 고귀한 히어로의 계보를 잇는 캡틴 아메리카가 “당신에게서 갑옷을 빼면 남는 게 뭐죠?”라고 묻자 아이언맨은 이렇게 답한다. “천재, 억만장자, 플레이보이, 박애주의자.” 무기 산업으로 대부호가 된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후계자 토니 스타크는 천재적인 기술력만큼 천재적인 쇼맨십, 그리고 나르시시즘의 소유자다.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 장착한 아크원자로와 강철 슈트로 강해져 문명의 영웅으로 거듭난 인물이기도 하다.

“수트 가져왔어?”, “응, 투버튼 톰 포드 수트.” 이런 건 그의 산더미 같은 농담의 일부다. 세속의 영웅은 청산유수로 농담을 쏟아낸다. 결정적인 시련을 마주하거나 일생일대의 적을 앞두고서도 유머 감각을 뽐내는 게 먼저다. 농담하는 히어로는 왜 사람들을 안심시킬까? 이것은 비극을 희극으로 해석하는 과정, 엔터테인먼트의 정신을 넘어 일종의 주석을 남기는 행위다. 매 사건에 자신만의 주관적 해석 달기, 자기가 보는 방식대로 사람들이 보게끔 설득하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신랄한 유머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방식은 관객을 납득시키는 걸 넘어 단번에 매혹시켰다. 한 가닥 하는 영웅들을 한자리에 모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발 디딜 틈 없는 포스터 정중앙에서 양팔을 펼친 채로 군림하는 모습은 그 존재감의 방증 그 자체다.

흥미로운 건 토니 스타크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거의 한 사람인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표정 변화가 크게 없는 얼굴, 비슷한 톤으로 언뜻 들어선 진지한 이야기인지 농인지도 알 수 없게 농담을 줄줄 늘어놓는 토니 스타크의 능청과 재치는 사실상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 빚지고 있고 있다. 언제나 농담을 잃지 않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어떤 배역을 맡아도 자신의 모습으로 체화하는 배우다. 20대 초반 ‘브랫 팩’으로 불리던 할리우드 틴에이저 무비의 청춘 스타로 늘 이름을 올린 유망주 시절부터 그랬다. <회색도시>에서 마약 중독자를 연기한 그는 죽어가는 와중에도 자신을 부축하는 친구들에게 “지금 3인 4각 하자는 거야?”라는 시시한 농담을 던졌고, <키스키스 뱅뱅>이나 <노래하는 탐정>에서는 1인칭 시점으로 허풍을 곁들인 능청스러운 내레이터가 되어 자신의 시각으로 세계를 해설한다. <채플린>에서 ‘찰리 채플린’이 되어 환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어쩌면 숙명 같은 것이었다.

마약 중독으로 약 9년의 세월 동안 긴 늪에 빠진 그는 할리우드의 문제아였지만, 어느 날 먹은 ‘버거킹’ 치즈버거의 맛, 아내 수잔 레빈과의 만남을 통해 약을 끊어내기로 결심한 후론 다른 운명이 찾아왔다. 그는 톰 크루즈가 하차한 <아이언맨>에서 로드 중령 역할을 맡은 테런스 하워드보다 낮은 몸값으로 캐스팅됐고, 그 후론 보다시피, <어벤져스: 인피티니 워>가 1조원의 예산 중 자신의 몸값으로 십분의 일을 할애하게 하는 배우가 됐다. 그렇다면 그는 아이언맨으로 스타가 됐나? 아이언맨이 그를 통해 스타가 됐다고 보는 게 먼저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마블 원작에서 ‘아이언맨’이 지닌 지위와 비교할 수도 없는 비중을 획득했다. 그는 SNS와 쇼 프로그램에서도 ‘토니 스타크식’ 농담을 멈추지 않는다. 사랑에 눈이 멀어 ‘I Love T.S.’(테일러 스위프트)라고 쓴 티셔츠를 입은 로키(톰 히들스턴)의 사진에 “토니 스타크 광팬”이라는 코멘트를 달고, 캡틴 아메리카와 페퍼 포츠와 각각 키스하는 사진을 올리며 “모든 커플링을 지지하는 팬들에게!”라고 메시지를 남긴다. 어쩌면 토니 스타크를 빌려 자신의 매력을 설파한 그는 ‘셜록’을 비롯해 ‘시건방지고 재수 없는데 잘나고 웃긴’ 캐릭터의 마스터가 됐고, <닥터 두리틀의 모험>의 ‘닥터 두리틀’로 토니 스타크 이후의 연기 인생을 대비하는 중이다. 이제 대중이 사랑하는 건 토니 스타크가 아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니까.

그를 말하는 숫자들

42세 처음 아이언맨이 된 나이 영웅이 되기엔 너무 많은 나이인가? 1965년생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현재 쉰세 살이지만, 30명이 넘는 영웅이 총출동하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센터’를 맡은 현역이다. 가장 어린 영웅 스파이더맨 (톰 홀랜드)과는 서른두 살 차이다.

120,000,000,000원 몸값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총예산 1조의 약 10퍼센트를 넘어선 몸값이다. 2008년 <아이언맨>으로 처음 캐스팅됐을 때 그의 몸값은 5억 7천만원이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포브스>가 발표한 할리우드 최고의 개런티 분야에서 연속 1위를 기록했다.

9년 마약으로 감옥과 재활원을 드나든 기간 잘나가던 드라마 <앨리 맥빌>에서 퇴출되고 재활원에서 탈출하길 수차례, 감옥에 수감되고(이때의 옥중일기는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면면을 살필 수 있다) 영화사에서 그를 캐스팅하기 위해선 막대한 보험에 가입해야 했던 시절이다.